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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비행기

롤스로이스를 나락에서 구해낸 독특한 항공기 엔진



트렌트 시리즈, 롤스로이스만의 독특한 3스풀 터보팬 엔진




대미의 시리즈 3부작, 최종화입니다. 



순서도 뒤섞이고, 텀도 너무 길게 둬버려서 눈치 채지 못 하셨을 런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글은 롤스로이스의 민수용 항공기 엔진 'Trent 시리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지난 편에 롤스로이스를 파산에 이르게 한 'RB211'엔진이 Trent 시리즈로 화려하게 부활 했다는 내용을 기억하실 겁니다.



여객기의 양대산맥 A380과 B787에 모두 Trent 엔진이 장착 중인데,



덕분에 롤스로이스는, 항공기 엔진 제작의 명가 프랫앤 휘트니를 쩌리로 만들며, 민수용 엔진 2인자로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흠, Trent 엔진이 뭔가 특별한 게 있나 보네요?



저번 글에서는 그 이유로 '구조적으로 걸출했기 때문이다'라는 표현을 했는데, 이는 Trent만이 가진 독창적인 설계 방식 때문에 그렇습니다.



www.economist.com



우선 터보팬을 간략히 살펴보지요. 여객기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제트엔진은 터보팬이라고 불리는 녀석입니다.



터보제트 앞에 덕트로 쌓인 '대형 팬' 달아 추진력을 얻는 엔진인데, 백문이 불여일견. 짤을 보면 이해가 빠르실 거에요.



Wikimedia Commons





5번 연소실의 폭발력이 6,7번의 터빈을 돌리고, 축으로 연결된 3,4번의 압축기를 회전 시킵니다.



여기서, 연소실을 거치지 않고 덕트 바깥으로 그대로 흘러 나가는 9번 공기가 보이실 겁니다. 이걸 바이패스 Flow라고 하는데요. 



약 5:1의 고 바이패스 비(ratio)를 예를 들면, 흡입되는 공기의 20%만 연소되고 80%는 그냥 흘러나가면서 추력을 제공하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x8DK4rM6Y90




연비 상승을 위한 아이디어인데, 바이패스 Flow를 키우기 위해서는 대형 팬이 필요했고 팬용 축을 별도로 가져가다 보니 2축 구조가 필수였습니다.



(더 정확히는 고압 압축기용 / 저압 압축기용의 '두 축' 입니다. 이해를 편의를 위해 일단 팬용 / 코어용 두 축이라고 보시면 될 듯.)



나란히 놓인 두 개의 축이 아니라, 내부에 축을 쑤셔넣는 동축 메커니즘(Coaxial Shaft)으로 구현되어 있지요. 이것도 역시 움짤을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orRTKBuS6Y




여튼 이걸 2스풀 방식이라고 하고, 우리가 타는 대부분의 여객기 엔진은 2스풀 방식의 엔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시 소환한 아래 짤을 보시면, 2축 구조로 인해 노란색 부분과 하늘색 부분의 회전 속도가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Wikimedia Commons






즉, 축을 2개로 설계 했기 때문에 엔진의 코어 rpm과 전방 팬의 rpm을 각각 다르게 가져갈 수 있고,



덕분에 팬의 속도와 상관 없이, 고도, 온도별 최적의 속도로 압축기를 작동시킬 수 있었던 것이지요.



http://aviationweek.com




그런데 Trent의 경우는 2스풀이 아닌 무려 3스풀(!) 방식입니다.



압축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고압 터빈과 저압 터빈 사이에 IP 터빈을 하나 더 달아 놓았습니다.



하나였던 압축기 축이 2개로 늘어나면서 엔진 내부에는 총 3개의 축이 달리게 되고,



www.slideshare.net



위의 짤을 보면 Trent의 경우 '파란색' 부분, '노란색' 부분, '붉은색' 부분의 세 모듈로 나누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세 모듈이 각각 다른 rpm을 가지면서, 보다 높은 효율의 압축 효과를 얻 되었습니다.



단계별 적용된 최적의 회전수로, 2스풀에 비해 부품이 받는 스트레스가 낮은 편이고, 엔진의 내구성이 덤으로 좋아졌지요.



굳이 자동차로 비교하자면, 2단 변속을 3단 변속으로 개량했다고 할까요.



http://jetpropulsion.co.uk




Trent의 전신인 'RB211'엔진이 달린 기체 계기판을 보면, 



메인 패널의 'EICAS'에 세 축의 회전수를 확인할 수 있는 N1, N2, N3의 3단계 게이지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어요.



* EICAS : Engine Indicator Crew Alerting System







흠. 2단 부스터의 아스라다를 뛰어 넘는 건가요.



...... 말도 안되는 드립은 자제하겠습니다;;;



en.wikipedia.org




하지만 항상 이야기하듯, 구조가 복잡한 게 만능은 아닙니다. 복잡하면 만들기 어렵습니다.



트렌트 시리즈는 등장 초기에 원인불명의 엔진 트러블에 시달려야 했는데요.



심지어 B787용 Trent100의 경우 개발 도중 엔진을 폭발시켜며, 테스트셀 전체를 화끈하게 날려먹기도 했습니다. B787 지못미;;;



http://www.malaysianwings.com




이게 다가 아닙니다. 복잡하기 때문에 엔진 단가와 유지비도 비쌉니다. 



구조의 복잡성 때문에 Trent 엔진의 정비는 '반드시 자사 정비창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계약 조건이 붙는데요.



안 그래도 부품가가 높은데, 유럽의 귀하신 정비 인력의 공임비를 떠올린다면, 롤스로이스제 엔진의 유지비가 어떨지 쉽게 짐작이 되는군요;;;;



www.youtube.com/watch?v=3QcL7ngpuTg




덕분에 자체 엔진 정비가 가능한 대한항공은 무조건 CFM이나 GE의 엔진을 선택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아시아나의 A380만이 롤스로이스제 사용해 왔습니다.



http://www.airbus.com




그러던 것이 최근 취역한 대구급 호위함에 Trent800의 선박 버전인 MT30을 장착했고, 



얼마 전 결정된 공군의 공중급유기 A330-MRTT도 Trent772B가 사용될 예정이지요. 



(흠....그럼 얘네들도 정비는 영국으로 가야 하나요? -_-?)



newatlas.com




2스풀과 비교한 3스풀 엔진의 장단점은 명확합니다.



엔진의 내구수명이 길며, 고도별, 속도별 연료효율이 좋습니다.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엔진 단가와 유지 보수 비용이 높습니다.



3스풀의 경우 바이패스비가 클수록 고효율의 효과를 많이 본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팬의 지름을 무한정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 결국 '고 바이패스비'는 코어의 크기를 얼마나 작게 하느냐에 달려 있단 이야기도 되지요.



wsj.com




아직까지는 GE 계열 엔진의 바이패스비가 약간 더 높은 편이라, 순항속도에서는 GE의 연비가, 이착륙 속도에서는 롤스로이스의 연비가 더 우수하다고 하는군요.



(장거리에는 GE쪽이, 중단거리에는 RR쪽이 선호된다고 하네요.)




차세대 엔진인 Trent 7000의 경우 바이패스비가 10:1에 다다렀다고 하니, 



앞으로 트렌트 시리즈의 연료 효율이 얼마나 좋아질지, CFM의 차세대 엔진인 LEAP와 어떤 대결을 펼칠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습니다. ^^



http://www.funkidsl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