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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자동차 회사/자동차 회사 생활백서

자동차 회사 생활백서 - 백지에서 영어 시작하기


왕도는 없었습니다. 자동차 회사에서 영어로 살아남기



 저는 영어를 못했습니다. 그냥 못한 정도가 아니라 대단히 못했습니다. 수능 세대인 저는 전체 점수의 거의 전부를 영어가 깎아 먹을 정도로 영어 울렁증이 있었습니다


 어찌어찌 대학을 들어갔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시작이었습니다. 전공수업이 원서로 진행되었습니다. 영어를 섞어 쓰는 교수님도 있었습니다. 정말 토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내용도 따라가기 벅찬데, 저는 영어 번역에 한세월을 매달려야 했거든요.




출처 : www.kalahari.com 



 그런데 지금은 외국계 자동차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모든 업무는 영어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메일도 영어고 심지어 정기적, 비정기적으로 있는 회의도 영어로 진행됩니다. 도대체 저에게 무슨 일이 일어 난 것일까요?

 

 돌이켜 보던데 영어 인생에 있어 두 번의 큰 전환점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어학 연수였고, 다른 하나는 지금 부서에 넘어온 사건이었습니다




출처 :www.londonuhak.com



 네, 되물어 보실 수도 있습니다. 어학 연수를 다녀 왔으니 당연히 잘하시겠죠


 글쎄요. 부끄러운 대답입니다만, 저는 어학연수를 다녀오고도 토익 700점을 가까스로 넘었습니다. 가기 전에는 600점도 못 넘었던 기억이 납니다. 학교 다니는 게 용할 정도로 영어를 못했었습니다. 당연히 연수를 1년이나 다녀와도 영어 능력이 확 올라 갈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출처 : www.ec-ftu.org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영국에 도착한 첫날 홈스테이 할머니와 말이 안 통해서 어버버 거렸었고 (거의 말 못하는 장애인 수준이었습니다), 다음날 랭귀지 스쿨에서 A,B,C 알파벳을 배우는 반에 들어 갔드랬지요. 선생님이 칠판에 알파벳을 쓰는데 얼굴이 벌개졌던 기억을 절대 잊지 못할겁 니다.

 



출처 : plus.google.com



 독기가 생겼습니다. 남들이 학원 째고 놀러 다닐 때 저는 결석 한번 없이 학원을 나갔습니다. 주말에 모여서 파티하고 놀러 다닐 때 저는 도서관에서 영어 문제집을 풀었습니다. 지쳐서 힘들 때면 무자막 DVD 시청으로 갈증을 풀었습니다




출처 : www.amazon.com



 혹자는 그러더군요. 어학연수에서 가장 미련한 짓이 바로 공부라고. 영어는 학문이 아닌 언어이기 때문에 영어로 많이 놀수록 늘 수 밖에 없다고. 틀린 말은 아닙니다. 유럽계, 남미계 애들은 실제로 놀면서도 영어가 쑥쑥 늘었으니까요




출처 : www.bearsbaripswich.co.uk



 하지만 우린 한국인 아닙니까. 어디에 가든 똘똘 뭉치는 한국인입니다. 지네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영어를 쓰는 일본인이 아닙니다. 한국인끼리 영어를 하면 유난 떤다고 핀찬을 주는 그런 한국인입니다




출처 : en.wikipedia.org



 게다가 어순까지 틀립니다. 언어의 구조가 완전히 틀립니다. 말이 연결되는 순서를 모르면 언어가 느는 속도가 빠를 수가 없습니다. 기초가 전무한 저에게 노는 시간은 사치였습니다. 죽자 사자 영어 책을 풀었습니다. 단어를 외웠습니다.

 


출처 : vk.com



 비록 토익 점수가 간신히 700을 넘었지만, 저에게는 충분히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만족스러운 어학연수였습니다. 비록 직독직해가 되지 않았지만, 울렁증은 줄었습니다. 어찌되었던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이 가능해 졌습니다. 그 정도만 해도 제게는 큰 수확이었습니다.

 



출처 : cmmservices.com.au



 두 번째의 전환점은 지금 현재의 부서에 오면서 였습니다. 글로벌 기업이라 해도 전 부서는 한국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업무가 대부분 이었습니다. 영어 울렁증은 여전히 극복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어쩌다 방문하는 외국인 출장자가 있으면 도망가기 바빴습니다. 그러다 지금의 부서로 오면서 진정한 영어 라이프가 시작되었지요




출처 : www.telephonemagic.com



 매주 고정적으로 두 어번 정도 영어 회의가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전화 회의였습니다. 한국인들 끼리도 모두 메일은 영어로 쓰고 있었습니다. 교육도 영어로 진행되었습니다. 빨리 적응해야 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부서 온지 딱 반 년되니까 이명이 들리고, 땅이 꺼질듯한 피곤이 밀려 왔습니다.(지금 생각해보니 공황장애 였습니다.) 자도자도 피곤이 회복되지 않고, 감기약을 달고 살았습니다. 들리지도 않는 영어로 회의 하느라, 메일 쓰느라, 익숙하지 않은 업무 하느라 거의 그로기 상태였지요. 그래도 적응해야 했습니다.

 



출처 : beritaterpopuler.com



 영어는 내 모국어가 아니다, 알아만 들을 수 있게 어떻게든 말만 해 보자. 생각 없이 막 던지고 보자. 못알아 들으면 알아 들을 때 까지 하자. 회의중 안들렸던 내용은 메일로 다시 보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이야기하고 이해 될 때까지 다시 이야기 해 달라고 했습니다




출처 : www.womendisease.com




 영어 수업도 들었습니다. 회사에서 진행되는 모든 영어 수업은 무조건 들었습니다. 사비를 털어서도 수업을 들었습니다. , 쓰고 나니 두 번 다시 돌아가기 싫은 시절이었네요. 지금 생각해도 끔찍합니다. 저녁 영어 수업은 다들 상황이 비슷해서 피곤에 절은 직장인들 끼리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옆자리 파트너의 시뻘겋게 충혈된 눈이 유달리 기억납니다.




출처 : www.cavc.ac.uk



 이렇게 약 2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말문이 트이고 조금 수월하게 작문이 가능해 졌습니다. 설득시킬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원하는 바를 전달 할 수 있는 수준 이 되었죠. 아직도 유창한 편은 아닙니다만, 다 이기진 못하더라도 싸워서 붙을 정도의 구사 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발음도 신경 썼던지 어디서 억양을 지적당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출처 : kitheater.com



 돌이켜 보면 영어에만 매진했던 진짜 시간은 딱 3년 정도 였던 것 같습니다. 언어가 특이하게 계단처럼 실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중간 휴지기를 포함하면 거진 10년 정도 됩니다만, 안달하지 않고 꾸준히 잡고 있었던 탓에 지금 정도에 도달 한 것 같습니다.

 



출처 : www.huijia2000.com



 뭐야 그러면 결론은 그냥 꾸준히 하면 된다는 거에요


 안타깝지만 사실입니다. 사실상 백지 상태였던 제가 좌충 우돌 얼마나 많은 방법을 시도 했겠습니까.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모두 시간이 해결해 주었습니다. 다만 무작정 꾸준히 하면 흥미를 잃을 수 있으니, 본인이 가장 재미있어 하는 방법을 찾으면 될 뿐 입니다.




출처 : www.fluentin3months.com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은 무자막으로 영어를 계속 보시면 됩니다.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팝송을 계속 들으며 공부하시면 됩니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쉬운 어린이용 영어책만 드립다 파시면 됩니다. 시간이 걸릴 뿐 모든 방법은 결국 영어의 종착역으로 인도 해 줄 겁니다.




출처 : www.frugalfanatic.com. 



 걱정하지 마세요. 영어에 백지였던 저도 이만큼 성장했습니다. 영어는 결국 언어입니다. 공부가 아닙니다. 발음이 이상해도 말만 통하면 됩니다. 우리는 영어 외국인 입니다. 꾸준히 노출 시켜야 영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종착역은 한참 멀었습니다




출처 : www.keepcalm-o-matic.co.uk



 오늘도 녹음된 영화를 들으며 주절주절 떠들어 봅니다. 언젠가는 영어를 정말 편하게 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갑자기 생각나네요. 어떤 분은 야동의 대화부분을 편집해서 듣는 분도 있더군요 -_-;;;;;;)



아....아래짤은 뽀나스. (무슨 교재가 Fuxx을 가르칩니까 -_-a)

 

출처 : xsnoopyy.tumbl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