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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자동차 회사/ 차로 보는 경제와 문화

품질에 가격 경쟁력까지 무장한 게르만과 사무라이 군단



독일과 일본이 제조업 시장을 다 썰어먹을 기세 입니다



 이전에 한번 러시아 자동차 시장 붕괴 관련 포스팅을 하면서 북미, 독일, 일본계 자동차 업계들의 특징에 대해 살짝 언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단기간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미국, 장기간의 사업 전략을 중요시하는 일본, 단기간의 이익과 장기계획 모두를 중요시하는 독일. 이런 식으로 세 나라의 대표적인 차이를 말씀 드렸었지요




독일과 일본의 제조업 - 실적토의

출처 : blogs.adobe.com



 그런데 최근 유로화와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제조업 시장을 평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수입자는 몸으로 와 닿진 않지만 당장 BMW, 벤츠 판매량만 봐도 미친듯한 성장세 임을 알 수 있습니다. 길거리에 BMW가 널리기 시작했어요.




독일과 일본의 제조업 - BMW

출처 : www.bmwblog.com 



 독일과 일본이 무서운 건 이때까지 수익이 신통치 않았던 분야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가 환율 버프를 맞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아시다시피 독일과 일본은 제품 품질에 사운을 걸 정도로 가혹한 편입니다. 일본의 경우 모노쯔쿠리라는 용어까지 언급했던 기사들 한 두번 씩은 접해 보셨을 겁니다




독일과 일본의 제조업 - 일본 품질

출처 : www.adea-next.co.jp



독일과 일본의 제조업 - 독일 품질

출처 :pixshark.com



 두 국가의 퀄리티가 다른 나라보다 뛰어난 이유가 바로 꾸준한 품질분야에의 투자 및 육성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반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이 독일과 일본에 비해 맥을 못추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런 차이는 국민성. 아니 문화의 관점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요. 미국은 효율성을 중요시 생각합니다. 어떤 경영자가 와도 회사는 운영될 수 있어야 하고, 모든 사업의 실적은 좋아야 합니다. 회사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어떤 일도 합니다




독일과 일본의 제조업 - 야간업무

출처 : onewomansview.co.uk



 하지만 독일과 일본은 조금 다릅니다. 효율 보다는 가치를 중요시 생각합니다. 회사를 잘 아는 경영자만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고,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가치가 뛰어난 사업은 유지합니다. 기업 가치에서 벗어나면 합법적이더라도 절대 손을 대지 않습니다.




독일과 일본의 제조업 - 제품개발

출처 : www.conti-online.com 



 특히 수익 측면에서 대단히 관대한 편인데, 제품의 품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당장 어떤 손해가 나더라도 투자합니다. 단기적인 이익 보다는 장기적인 접근이 회사에 득이 된다고 봅니다. 이들의 작업 방식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가공장비의 예를 들면, 같은 작업을 하는 장비의 가격이 한국이 1이라면 일본은 2, 독일은 4 정도의 차이가 납니다.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정도로 비용의 갭이 큽니다. 그런데 장비를 들여놓은 이후 가동률을 비교해 보면 한국은 매년 고장이 나서 한달을 수리, 일본은 5년에 한번씩 수리, 그리고 독일을 라인을 폐쇄할 때까지 고장은 커녕 보정 한번 하지 않는다고 하지요.


고장률 제로. 독일 장비의 위엄. 두둥.



독일과 일본의 제조업 - 정밀기계

출처 : www.fabricatingandmetalworking.com



 

 경영자들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당연히 단기 수익을 보는 미국계는 한국 장비를 쓸 것이고, 장기 가치를 보는 일본계는 일본이나 독일 장비를 쓸 겁니다. 재미있게도 독일 기업들은 자국 제품만큼 일본 제품도 애용하고 있지요.




독일과 일본의 제조업 - 생산라인

출처 : www.qual-pro.com




 생산 프로세스도 비슷합니다. 한국이 제품 검사에 1만큼 시간을 쏟는다면 일본은 2의 시간을, 독일은 4의 시간을 쏟아 붇습니다.당연히 독일과 일본 제품들의 퀄리티가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가격은 비례해서 올라가고요.

 



독일과 일본의 제조업 - 제품검사

출처 : www.renishaw.com 



 여담입니다만, 생산 설비의 경우 베이스 프레임을 제작하는 방식에 한국, 일본, 독일 세 업체의 대응 방식에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국은 프레임을 통짜 (다이캐스팅)로 만들어 사용하는데, 일본은 다이캐스팅 부품을 용접하여 사용한다더군요. 상식적으로 용접 프레임이 뒤틀림에 취약하지만, 기술력으로 이를 커버하고 오히려 변형율이 적다고 합니다


 여기에 독일은 이 프레임을 소금물에 1년간 절여 놓는다네요. 미리 변형을 시켜 재가공 한 후 사용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제작에 들이는 비용, 시간을 생각하면, 넘사벽 정도가 아니라 안드로메다 급의 차이를 보일 수 밖에요.




독일과 일본의 제조업 - 저먼 엔지니어링

출처 : www.pinterest.com


 

그런데 환율 버프로 가격이 싸졌습니다! 싸고 좋은데 안 쓰고 버길 수 있나요. 일본, 독일산 부품들의 선호는 이미 제조업 전반에 완연한 상태입니다


 중국이야 자국내 수요로 버틴다 하더라도 한국은 내수가 취약한 수출 주도형 경제를 가집니다. 어정쩡한 품질과 가격으로 살아남기 힘들게 되었지요. 선호 기류는 부품에서 완성품 으로 확대되고 있는 조짐인데, 위에서 언급한 BMW 뿐만 아니라, 가전 등의 다른 제품들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뜬금없는 일렉트로룩스 (스웨덴 기업입니다만 볼보를 떠올려 보세요.)가 스물스물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중이지요.




독일과 일본의 제조업 - 일렉트로룩스

출처 : www.electroluxgroup.com



 

한동안 한국 제조업은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합니다. 위기가 기회가 되도록 환골탈태한 기업들은 살아 남고, 그렇지 않으면 무너지겠지요. 대기업 제품은 품질이 일본에 근접한 상황이라 큰 문제가 없겠지만 결국 이들에게 부품을 납품하는 곳은 중소기업입니다. 중소기업의 품질관리가 글로벌 수준이 되도록 다양한 방면에서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족으로, 이런 제조업 환경을 반영하듯, 증시 버블에 제조업들은 재미를 못보고 있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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