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과 가격을 선택하려는 강원도, 국산의 수리온을 내어주려는 정부
대한민국의 첫 국산헬기 수리온에 대해 글을 쓰려고 이리저리 자료를 찾던 중 재미난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작년 세월호 때 강원소방소속의 헬리콥터 한대가 추락했던 것 기억 하시죠? 강원도에서 진도로 지원을 가던 중 추락하여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www.aviafora.com
최근 강원소방본부에서 사고로 손실한 헬기의 대체 기종을 선정 중인데요. 이게 수리온을 쓸 것이냐, 아니면 기존의 AW139를 쓸건 지에 대해 점입가경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AW139는 이탈리아의 아구스타웨스트랜드사의 중형 헬리콥터로 현재 국내에 총 7대가 운용 중입니다. (위키피디아 발췌 )
www.altusaviation.com
갈등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www.psnews.co.kr
헬기가 부족하니 한대 사야겠다. 님, 지금 AW139 한대 쓰고 있으니 같은 걸로 한대 주문요
www.mosf.go.kr
수리온 어때셈? 니네 국비 100%로 신청했던데, 원래는 50% 지원이지만, 수리온 사면 100% 전액 지원 해주겠음.
www.psnews.co.kr
그래도 원래 있는 기종을 쓰는 게 편함 수리도 그렇고 훈련도 그렇고. AW 139가 나음.
www.mosf.go.kr
그럼 50%만 지원해줄 거임. 후속지원도 좋고 수리온 그냥 사 쓰셈
www.psnews.co.kr
가격도 비싸고, 성능도 떨어짐. 크레인 같은 추가장비도 달아야 함. 그냥 AW139 주셈
www.newstomato.com
성능 많이 안떨어지는데? 수의계약으로 수리온 가는 편이 국가 경제에도 이바지되니 그냥 수리온 가셈.
국산헬기인 수리온을 쓰라는 정부와, 가격이 비싸고 성능이 떨어지므로 쓰지 못하겠다는 강원도의 기싸움이 매우 팽행합니다.
우선 가격부분.
수리온과 AW139의 가격이 모두 나와있는 것으로 보아 입찰전에 이미 견적을 받아서 확인해 놓은 모양입니다. 수리온은 200억원선, AW139는 180억원선으로 되어 있습니다.
보통 기체를 도입할 때는 소모품등의 부품과, 후속 정비 서비스에 대한 계약이 같이 체결되므로 두 기체의 조건이 100% 같다고 보긴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일단 가격은 수리온이 더 비싼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www.airliners.net
(더 찾아 보니 위 가격은 충남소방 공식 입찰가라고 합니다. 가격이 쌌던 AW 139가 낙찰되었습니다. 경찰청에는 140억으로 덤핑 제시하여 수리온이 낙찰되었다고 하네요. 뭥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리온의 성능이 더 낮다고 보도되었는데, 이 부분은 직접 찾아 보았습니다. 우선 수리온의 스팩입니다.
www.defenseindustrydaily.com
- 탑승인원 : 2명의 파일럿과 16명의 승객
- 적재중량 : 3,753 kg
- 순항속도 : 259 km/h
- 상승률 : 8.5 m/s
- 최대상승고도 : 3,048 m
- 최대이동거리 : 500 km
위키피디아 : KAI KUH-1 Surion
다음으로 AW139의 스팩을 살펴 보시지요.
www.stars.ca
- 탑승인원 : 2명의 파일럿과 15명의 승객
- 적재중량 : 2,778 kg
- 순항속도 : 306 km/h
- 최대상승고도 : 6,096 m
- 상승률 : 10.9 m/s
- 최대상승고도 : 6,096 m
- 최대이동거리 : 1,250 km
위키피디아 : AgustaWestland AW139
여기서 눈 여겨 보셔야 할 부분은 딱 세 곳입니다. 최대 적재중량은 수리온이 우세합니다. 1톤을 더 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대 이동거리와 최대 상승고도는 수리온이 쨉이 되지 않습니다. AW139는 수리온 보다 두 배 높이 올라갈 수 있고, 두 배 멀리 날라갈 수 있습니다.
commons.wikimedia.org
놀랍습니다. AW139의 성능이 매우 좋은 건지, 아니면 수리온이 떨어지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분명 구조 헬기로는 AW139가 적합해 보입니다. 초당 상승률만 봐도 초당 2m씩 더 빨리 올라갈 수 있지요. 스팩상 2,000m에 도달하는데, 3분 3초, 수리온은 거의 4분이 소요됩니다.
* 참고로 수리온은 육군에서 사용중인 UH-60 블랙호크보다 빠른 상승률을 가지고 있고, 해군의 슈퍼링스와 비슷한 최대 상승고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군용으로 그렇게 성능이 나쁜 편은 아닙니다.
bmpd.livejournal.com
성능이 확인 되었으니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군요. 기획재정부에서 구입비용으로 50%만 지급하고 입찰을 통해 AW139를 선정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강원도도 억울하지요.
90억의 지방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데, 세월호는 국가적인 사건이었지 않습니까. 범 정부차원에서 지원 갔다가 기체를 잃었는데. 이걸 법대로 50%만 지원 해 준다니요. 이러면 누가 다음부터 나서서 도움 주고 싶겠습니까.
(실제 행정안전부에서 지원요청이 있었는지, 아니면 강원소방본부의 자발적인 지원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이 점을 들어, 예산을 직접 검토하는 국회의원들이 직접 정부에 압박을 넣고 있습니다. 강원소방 헬기는 100% 정부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데요. 기획재정부는 결국 예산심의를 국회에서 받아야 하니, 상황이 웃기게 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en.wikipedia.org
비싸고 성능 떨어지지만 국가 발전을 위한 국산이냐, 저렴하고 성능 좋고, 인명구조의 목적을 우선하는 도입이냐의 팽팽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수리온의 가격이 AW139 보다 약간이라도 저렴했다면 애초에 이런 갈등따윈 없었겠지요.
문제 핵심은 수리온의 비싼 가격이 아닌가 합니다. 갈등의 이면에는 KAI와 아구스타웨스트랜드의 간의 기싸움도 있을 터인데, 로비와도 엮여 있을테고, 제가 파볼 수 있는 범위는 넘어가는군요.
en.wikipedia.org
소방헬기 선정에 대한 제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애국심을 떠나 수리온을 선택하는 편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공군출신 전역병들의 말을 들어보면, 도입기체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해결하기가 매우 까다롭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수리가 불가능한 고장의 경우 개발사의 엔지니어가 직접 파견되는데 파견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하는군요.
파견 시간에, 체류비, 인건비까지. 게다가 일부 민감한 부품은 계약상 분해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하니,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반면 국산 기체의 경우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요.
www.ibtimes.com
대부분의 민간 기체들이 국내 정비업체를 끼고 거래하기 때문에 덜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덕분에 이런 일도 종종 발생합니다.
직접 측정이 불가능한 무형의 리스크인 셈입니다.
게다가 KAI가 해외로 이전할 일은 절대 없으므로... 관련 산업의 고용을 창출해 주는 항공산업을 보호하는 편이 국가적인 측면에서 훨씬 낫습니다. 뭐 아직 수리온에 대한 결정적인 결함이나, 성능미달에 대한 빅 이슈는 없기도 하고요
(엔진 배치에 대한 구조적 결함이 있어 로터 진동문제 같은 기술적이 이슈는 확인됩니다)
KAI가 대량 발주를 목적으로 저가 수주를 시도해 준다면 가장 좋을 터이지만, 도입부품의 ‘단가’라는게 있어 쉽지 않아 보이고… 결국 기간산업 보호가 우선이냐 실리가 우선이냐, 풀기 어려운 숙제가 계속 되는군요.
P.S.1. 계속 검색해 보니 AW139와 수리온은 동형급의 헬기 시장에서 계속 격돌하고 있어왔네요. 한국에 도입된 AW139의 거의 대부분이 수리온을 제치고 선정된 기종이라고 합니다....
P.S.2. 9월 16일 YTN에서 헬기 선정에 수리온이 배제 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관련 링크)
P.S.3. 9월 21일 수리온이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여 AW139 단독 입찰로 최종 유찰되었습니다. 전력공백이 불가피해졌습니다. (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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