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백 자동차는 크기가 더 작은데 가격은 더 비싸요
자동차 회사를 다니다 보면 재미있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어떤 차가 좋냐 라는 간단한 질문 부터, 차가 왜 고장 났냐 같은 다소 복잡한 질문들도 받곤 하는데요. '해치백이 왜 노치백(일반 세단) 보다 비싼지 궁금해' 하는 질문 역시 흥미로운 내용 중 하나였습니다.
트렁크가 없어서 차가 더 작은 주제에, 왜 해치백이 노치백보다 비싼거야?
이 같은 의문을 품는 이유는 당연합니다. 차가 더 작으니 원자재가 더 적게 들어갈 것이고, 그렇다면 응당 트렁크가 없는 해치백이 더 값싸게 팔려야 정상이겠지요.
근데 실상은 해치백의 가격이 1-2백만원 정도 더 비싼 편입니다. 대체 왜 그런 것일까요?
궁금증을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같은 차종의 해치백과 노치백의 공차중량을 확인해 보면 답이 나옵니다. 대표적인 소형차 엑센트을 한번 보겠습니다.
엑센트 4도어 가솔린 1.4L CVT : 1,095kg
엑센트 5도어 가솔린 1.4L CVT : 1,103kg (Wit)
5도어 해치백의 경우 4도어 보다 약 8kg 정도 무게가 더 나갑니다. 사이즈가 더 작음에도 해치백이 더 무거움을 알 수 있습니다. 차가 무겁다는 소리는 원자재와 부품이 더들어 간다는 소리입니다. 두 차량의 가격을 살펴보면,
엑센트 4도어 가솔린 1.4L CVT : 12,730,000원
엑센트 5도어 가솔린 1.4L CVT : 13,860,000원 (Wit)
해치백의 가격이 약 1백만원 정도 더 비싼 편입니다.
물론 두 차량의 일부 사양이 달라, 노치백은 직물 시트이고 해치백은 가죽시트로 판매 중 입니다. 해치백에는 6:4 폴딩 기능도 있고, 무선도어 잠금장치, 배터리 세이버 기능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양 덕분에 100만원의 가격차이, 그리고 8kg의 무게차이가 나진 않을 겁니다.
가격 차와 무게 차의 진정한 원인은 바로 해치백에 추가된 '후면 도어' 덕분입니다.
노치백의 트렁크는 구조가 단순합니다.
철판으로 만들어진 빈 공간에, 여닫을 수 있는 뚜껑을 덮으면 될 뿐입니다.
실제 소형차들의 트렁크 상단부를 보면, 단순한 구조의 철판이 커버 없이 속을 드러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자장비가 달려있지 않아, 와이어링 하네스(전선)도 거의 없는 편이지요.
따라서 조립이 매우 단순합니다.
철판에서 트렁크를 포함한 차체가 완성되고 나면, 조립을 위한 별도 추가 공정이 필요 없습니다.
색도 다 칠해 졌겠다, 범퍼와 리어콤비램프만 달고, 템퍼러리 타이어 넣고 매트 깔아주고, 비가 새지 않도록 하는 웨더스트립 끼워주고 등 하나 달아주면 끝입니다.
반면 해치백은 트렁크 대신 유리가 포함된 문이 달려야 합니다.
이게 골치가 아픈게 문은 내, 외부 모두 작업이 필요합니다. 내부 트림을 달아 주어야 하고, 상부로 열리는 도어의 특성 때문에, 열린 상태로 고정이 가능한 실린더도 필요합니다.
덕분에 웨더스트립 부착 작업도 쉽지 않은 편이지요. 아래에서 위로 보면서 끼워 주어야 하거든요.
창문이 달려있으니 와이퍼도 달아주어야 하는데, 와이퍼 모터에 와셔액도 끌어와야 합니다. 트렁크 대신 문을 선택하면서, 추가로 붙는 부품이 노치백에 비해 늘어납니다.
결정적으로 트렁크가 없는 관계로 해치백은 후면충돌에 대단히 취약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후면 도어를 두툼하게 하고, 베이스 샤시(BIW)를 보강하는 추가 설계가 필요하지요.
노치백은 트렁크가 충격을 흡수해 주지만, 해치백은 C필러가 충격을 바로 받기 때문에, 보강이 필수입니다. 범퍼 역시 강성을 고려해 최소 스틸 혹은 알루미늄 구조를 채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가 부품이 들어가서 무게가 증가하고, 동시에 가격이 비싸지게 됩니다.
즉, 해치백이 비싼 이유는 '더 달린 문 하나로 인해 추가되는 부품이 많고, 강성을 보강하기 위한 별도 설계 및 자재 추가가 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해치백이 작아도 공간활용에 더 유리하다고들 하지요.
세단차량과 달리 뒷자리를 접으면 후방 공간 모두가 트렁크로 변하는데요. 트렁크를 없애고 도어를 단 디자인의 이점이 가격으로 등가 교환 된 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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