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가 많아야 6단인데 트럭은 18단이 있다고요?
예전에 트럭의 수동 변속기가 10몇 단이란 소리를 듣고 깜놀한 기억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승용차는 많아야 수동 6단이지만, 트럭은 8단, 10단, 많으면 18단도 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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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을 사용해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상식적으로 기어를 넣기 위한 레버의 홈이 7개를 넘어가는 순간부터 매우 복잡해 집니다. 예를 들어 전진 6단 후진 1단의 변속패턴을 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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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좌측으로 민 후 위 아래로 올리면 1,2단이 됩니다. 힘을 빼고 위아래로 올리면 3,4단이 되지요. 오른쪽으로 밀면서 위아래로 올리면 5,6단이 들어갑니다.
후진 기어는 링을 당기거나, 레버의 손잡이를 눌러야만 이동 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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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비슷한 형식으로 8단기어를 배치했다고 생각하면, 좌우 움직임이 3단계에서 4단계로 늘어나야 합니다. 우측 끝과 좌측 끝은 상관 없지만 중간 3-6단의 기어 선택이 매우 애매합니다. 4->5단을 넣어야 하는데 실수로 4->3단을 넣는 확률이 있을 수 있단 이야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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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 중에 쉬프트다운은 엔진 오버런을 일으킵니다. 갑자기 엔진 rpm이 상승하면서 엔진을 날려먹을 수 있습니다. 수동의 8단 배치는 그렇게 합리적인 형태가 아닌 편입니다.
그래서 계속 머리를 괴롭혔던 의문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대형트럭의 기어 배열은 어떻게 되어 있는 것일까?
우선 검색으로 첫 번째 의문은 해결했습니다. 4단 기어에 각각 High/Low라는 보조 기어를 추가하여 총 8단을 만들어 내는 방식을 사용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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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서 많이 쓰는 ZF 변속기 타입의 경우를 찾아보니, 우선 보조기어를 low로 셋팅한 후 1-2-3-4단을 변속합니다. 그리고 나서 보조기어를 High에 셋팅한 후 다시 1-2-3-4단으로 변속합니다. 이러면 실제 변속 단수는 5-6-7-8단이 됩니다.
이튼의 경우는 유사하지만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High Low의 보조기어가 있긴 하지만, 1단 Low, 1단 High, 2단 Low, 2단 High의 순서로 변속이 진행됩니다. 1L-1H-2L-2H-3L-3H-4L-4H의 방식으로 최종 8단의 변속이 이루어집니다.
wikihow.com
최신의 18단도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보조기어를 하나 더 추가해 주면 됩니다. 4개의 쉬프트 패턴에 각각 Low-Low, Low-High, High-Low, High-High의 조합을 엮으면 총 16개의 개별 단수가 생기게 됩니다. 여기에 1단 아래의 LO 기어의 Low-High를 추가하면 총 18단이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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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트럭은 보조기어 변속노브가 별도로 옆에 달려 있었습니다만, 최근의 신형 트럭은 노브 아래 토글 방식으로 달려 있어 손쉽게 변속을 할 수 있습니다.
www.wearethepractitioners.com
High – Low간 전환 역시 일종의 변속이므로 클러치 조작을 통해 가능합니다만, 이마저도 최근에는 쉬프터가 에어/전자식으로 바뀌어 변속이 매우 부드러워 졌다고 하는군요.
blog.caranddriver.com
최신형 트럭들을 보면 자동변속기가 달려 나오는 추세인지라, 고단의 수동 변속기도 점점 사라져 가는 듯 합니다. 그럼에도 연비가 매우 중요한 상용차 시장인지라, 아직까지는 수동 변속기의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18단의 수동 변속기, 당분간은 계속 거리에서 만나 볼 수 있겠네요 ^^
www.motorstown.com
P.S. 글을 다 쓰고 나니 왜, 대형 트럭에서 이런 고단이 필요한지에 대해 언급하질 못했습니다.
트럭은 큰 힘을 내기 위해 최저 단에서 시속 1,2km가 나오도록 토크 중심의 기어비를 가지고 있습니다. (rpm이 급격히 올라가더라도 속도는 많이 올라가질 못합니다.)
때문에 토크중심의 저속에서 고속까지의 밴드를 커버하기 위해서는 촘촘한 기어비가 필요하고, 이것이 바로 트럭이 다단을 가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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