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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자동차 회사/자동차 회사 생활백서

자동차 회사 생활백서 - 대형차와 소형차 어느 쪽이 만들기 쉬울까


큰 차가 개발하기 좋을까 작은 차가 개발하기 좋을까

 


 얼마 전 회식 중에 같이 일하는 엔지니어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와 예전 소형차 부품 설계해 놓은 걸 보니 고생한 흔적이 역력하더라. 나오지도 않는 공간에 꾸역꾸역 쑤셔 넣은 걸 보니 고생 꽤나 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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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으로 경차, 혹은 소형차 하면 부품의 가짓수가 적어 가격이 저렴하고 제작이 쉬울 것 처럼 여겨집니다만, 실제로 현장에서는 더 만들기 힘든 차종에 속합니다. 패키지라 불리 우는 레이아웃 배열부터, 한정된 공간에 부품을 배치하기 위해서 각 부품 별 싸움이 치열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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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결되어있는 상대방의 부품 크기를 줄여야 하니,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의례 이런 싸움은 소위 이야기하는 이 모든 걸 좌우합니다



 단순히 고참이기에 양보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경험이 많을수록 일종의 수 싸움에서 유리하기 때문이지요. 엔지니어의 이라고 불리 우는 녀석입니다



 경험이 많을수록 개발 초기부터 어떤 문제가 일어날 지 예측이 가능하고, 따라서 이를 미리 반영하는 능력이 좋습니다. 반면 경험이 적으면 개발 리스크의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주변 파트 혹은 협력업체의 개발 논리에 많이 끌려 다닐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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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도 그렇지만 조립과 수리도 문제입니다. 부품이 좁은 공간에 너무 몰려 있으면 조립과 분해가 매우 어렵습니다. 순서대로 잘 쌓아 올린다 하더라도 볼트나 너트를 체결하는데 공구가 들어가지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거든요



 보통 엔진룸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게 되어 있습니다만, 일부 부품의 경우 볼트가 앞에서 뒤로 끼워지게 됩니다



 보통 전동공구 혹은 에어건을 사용하는 관계로 조립공간의 확보는 엔지니어 뿐만 아니라 작업자에게도 매우 중요한 요소인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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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또 다른 엔지니어에게 하니 한숨을 쉬면서 또 다른 푸념을 늘어놓더군요. '공간, 넓어서 레이아웃 구성하는 데는 좋지요. 그런데 들어가는 부품이 2배가 많아요. '



 '의자에 요추 받침대도 넣어야 하고요, 안마기도 넣어야 하고요, 열선도 넣어야 하고요, 통풍시트도 넣어야 하고요, 요새는 충돌경고용 진동 패드도 넣어 줘야 해요. 공간이 넓어진 만큼 들어가는 물건들도 많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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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차의 경우는 다른 부품과의 공간싸움이 없는 대신에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고민이었습니다



 수가 늘어나면 관리 아이템이 늘어나기도 하지만, 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구성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위에서 시트의 예를 들었습니다만, 이들은 모두 통신채널을 통해 명령을 주고 받습니다. 열선 패드의 온도가 높아지면 작동을 멈추어야 하고, 에어백의 압력조절을 위해 운전자의 무게 정보를 보내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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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CAN 통신 같은 일종의 디지털 데이터를 주고 받으므로, 자칫 서로 잘못된 정보를 주고 받으면 오작동을 일으킬 수도 있지요.

 


 편의사양인 시트만 해도 안전사양인 에어백과 연결되어 있는데, 하물며 엔진과 변속기의 경우는 더했으면 더하지 덜하지는 않습니다







 출력이 높아질수록 더 강화된 설계사양을 적용해야 합니다. 부품이 튼튼해야 하고, 특별한 소재를 사용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부품 자체가 추가로 더 붙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단순 관리 포인트가 많아질 뿐더러 이들이 안전한지 검증을 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테스트도 더 늘어납니다. 이쯤 되면 엔지니어들의 푸념이 슬슬 이해됩니다. 자가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만들기 어렵다고요!

 


 조립과 수리는…… 부품이 늘어났으니, 큰 차가 더 만들기 어려운 건 당연지사. 두 말할 나위도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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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지니어들의 회식을 통해 엔지니어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요. 글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성된 차를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고생스럽지만 배우는 것도 많고, 자랑스럽다는 말을 되뇌이는 모습에서 다른 직업에서 보이는 자긍심 보다 더 강한 무언가를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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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결론, 작은 차는 공간이 좁아서, 큰 차는 부품이 많아서 만들기 힘든 건 매한가지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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