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장난감 자동차를 모두 나열해 보다

도대체 우리집에 있는 장난감차가 몇 대나 되는 거야?

 저희 집 꼬맹이는 차를 광적으로 좋아합니다. 그래서 장난감 자동차라면 거의 환장을 합니다. 4살의 남자애이니 차를 좋아하고 장난감을 좋아하는 건 당연합니다. 사실 이건 별로 특이한 현상 축에도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변수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아빠가 장난감을 좋아한다는 것. 아시겠지만, 어른이 장난감을 좋아하게 되면 조악한 유아용 상품은 절대 눈에 차질 않습니다. 실제와 가깝고 디테일이 쩌는 그런 상품들만 사게 되지요. 

 대다수의 한국 남성과 같이 용돈을 타서 사는 입장이라 풍부한 자금력 따윈 없습니다만, 그래도 현실과 타협하여 저렴하면서도 고퀄의 장난감만을 사주는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조금 별난 조합으로 인해 집안에 자동차 장난감이 넘처 흐르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이 소형 다이캐스팅 모델이나, 수준에 맞지 않는 트랜스 포머 변신 피규어, 심지어는 제 욕심으로 레고 테크닉 시리즈까지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테크닉은 권장 사용 연령이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입니다.) 

www.lego.com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뽀통령이라 불리 우는 뽀로로, 광풍을 일으켰던 또봇 따위는 처다 보지도 않았습니다. 지금 웃돈을 주어야 살 수 있다는 터닝메카드 조차 관심 밖에 있습니다. 오로지 모든 관심은 레알 자동차 였었지요.

 

 집안에 차가 너무 많아서 뭐가 있는지도 모르게 된 상황. 아이는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집착에 가까운 광기(?)를 발휘하는 중입니다. 

 집 밖에 나갈 때는 양손에 꼭 자동차 두 대를 들고 있어야 합니다. 잘 때 역시 꼭 자동차 한대를 들고 잡니다. 밥 먹을 때도 꼭 들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나 장난감이 많아도, 다 기억하고 언젠간 찾습니다. 문제는 장난감을 어디에 두었는지 본인도 모르고, 부모인 저희도 모른다는 점이지요. 없어지면 난리가 나는데, 조그만 미니카는 찾는데 진땀을 빼기 일수입니다. 들고 나갔다가 잃어버리기도 부지기수였지요.

 

 결국 참다 참다 마눌님이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자동차 장난감은 금지야!

 

 이해는 했습니다. 차가 없어지거나 부서지면 거의 반나절을 징징거리는데, 짜증이 안 나고 배길 수 있나요. 외출갈 때 핸드백에 들어가지 못할 크기의 큰 차를 들고 나가는데, 결국 엄마가 다 들어줘야 합니다. 귀찮고 화가 날 만 하지요. 

 최근에는 유튜브에서 몬스터트럭 동영상을 보여주었더니, 장난감으로 박치기 하고, 얼마 전에는 차가 산을 넘어간다고 휴지를 풀어놓아 집안이 개판 오 분전이 되었습니다. (문득 3대 악마견의 사고 현장이 생각나더군요.)

 

 그래도 장난감 사주기는 제 유일한 낙 중 하나인데, 이렇게 금지 당하다니 억울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길래 이런 사단이 나는 거야? 남자애라면 이 정도는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라며 홧김에 한번 모든 자동차를 도열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헐....

 

 많긴 많습니다 -_-;;;;; 박치기 사고 놀이를 해서 그런지 상태가 좋지도 않습니다 -_-;;;; 애도 엄마도 장난감 산에 묻혀서 살고 있었더군요. 매일 회사를 나가니 제가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자동차를 정리하면서 자동차 장난감을 금지시킨 와이프의 행동에 수긍이 갔습니다. 당분간은 자동차를 사지 말아야 겠다고 반성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아이를 방으로 데리고 가서 조용히 이야기 했습니다. 엄마도 이제 힘들대, 앞으로 자동차는 당분간 사지 말아야 겠다. 알았지? ...... 네 아빠.

 

그리고는 그 다음날 부터 저는 아이 장난감으로 헬기와 비행기를 사오기 시작했습니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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