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심해를 누비는 유인 심해 탐사선
심해는 종종 우주와 비견됩니다,
보통 해저 2,000m 이상을 심해라고 하는데요. 생각보다 가혹한 환경에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개발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덕분에 지구 속의 우주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수심이 10m 깊어질 때마다 압력이 1기압씩 증가하므로 만약 3,000m의 수심에서는 대기압의 300배에 가까운 수압을 견디어야 합니다.
높은 수압에서 완벽하게 작동하는 탐사선을 보내려면 상당한 기술수준이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 심해 탐사선을 보유한 나라를 보면, 딱 다섯 개 국가,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중국 밖에 없습니다. 초기 스페이스클럽의 국가 리스트와도 거의 유사합니다.
바다의 약 90%가 심해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 그리고 이들 국가가 보유한 심해 탐사정은 10대 미만이라는 점.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바다의 대부분은 아직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미개척 영역입니다.
현재 유인 탐사정의 심해탐사 기록은 중국의 자오룽의 7,062m 입니다. 그 뒤를 이어 일본의 신카이 6500가 6,500m 내외의 기록을 가지고 있지요.
무슨 소리에요. 트리에스테 2호가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지 해연을 찍고 왔는데요. 중국의 기록이 1위라고요?
네, 맞습니다. 1960년 이탈리아제 심해 잠수정 트리에스테 2호 (FNRS-2)가 마리아나 해구의 바닥 10,994m 까지 도달한 바 있습니다.
약 4시간 동안 잠수해서 해연을 관측하는데 성공했지요. 인류가 지구의 가장 깊은 곳을 탐험한 기념비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트리에스테는 잠수함이라기 보다, 다이빙 볼에 가깝습니다. 자력으로 이동이 불가능하고, 오로지 제자리에서 하강과 상승만이 가능합니다.
거대한 밸러스트 추와 8만 5천 리터의 가솔린 탱크 덕분이였지요. 무거운 추 덕분에 중력으로 천천히 하강하고, 바닥에 도달한 뒤에는 추를 제거해서 가솔린의 부력으로 상승하게 됩니다.
사람은 잠수정 하부의 대형 내압 구에 들어가서 앉아있기만 하면 됩니다. 산소순환을 위한 장비와, 간단한 먹거리가 정도를 준비하여 밸러스트만 조종 하면 될 뿐이었습니다.
물론 이 기술도 쉽지 않아서, 외부 관측창에 금이 가고, 가솔린 탱크에 문제가 생기는 등의 큼지막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무지막지한 수압 덕분인데, 하강 중반에 탐색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치명적인 문제였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고 심해에 도달한 건 대단한 업적입니다만, 스스로 이동하고, 시료를 채집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기준에서는, 트리에스테를 본격 탐사정 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는 타이타닉을 찾아낸 딥씨 챌린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딥씨 챌린지는 제임스카메론 감독이 내셔널 지오그래피와 손잡고 만든 심해 잠수정으로, 2012년 3월 마리아나의 챌린저 해구에 도달 했었습니다.
크기는 1/10이지만 50년전의 트리에스테와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설계되어 500kg의 밸러스트 추를 달고 있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으므로 이동을 위한 추진장치나, 굳이 외부 탐사 장비를 달 필요는 없었지요.
흠, 트리에스테가 10,000m 이고 유인잠수정의 6,500m이니 아직은 갈 길이 멀군요.
사실 6,500m도 그렇게 만만한 깊이는 아닙니다. 650기압의 압력이 작용하는데. 콜라캔을 던저 놓으면 그냥 짜부라지는 수준이거든요.
아래 동영상을 한번 보세요. 조금 다른 상황이긴 한데, 심해 고압파이프에 빨려 들어가는 게의 영상입니다.
신카이 6500은 이런 곳을 이미 천 회 이상 잠수한 경력이 있고, 6,500m는 안전을 위한 제한 심도로 마음만 먹으면 중국의 7,000m는 가뿐히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공기가 필요한 거주부는 내압을 위해 원형으로 되어 있고, 다른 부분들은 해수를 넣는 방식으로 높은 수압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총 세명의 대원이 약 20시간 동안 연속 탐사가 가능한 스팩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무인 잠수정인 6,000m급 해미래를 보유하고 있는데, 2020년 까지 6,000m급 유인 잠수정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하는군요.
만약 계획대로만 된다면 세계에서 6번째로 6,000m 급 유인 탐사정을 가지는 국가가 됩니다. 세계에서 여섯 번째라면 자랑스러워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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