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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자동차 회사/자동차 회사 생활백서

자동차 회사 생활백서 - 독과점 부품 시장에 대응하는 메이커의 전략


특수한 자동차 부품 시장 -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지 않는 독과점 시장



 자동차 부품시장은 참 특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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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경쟁에 의해 가격이 책정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볼펜의 예를 들어보지요. 볼펜은 목적이 단순합니다. 글이 써지면 될 뿐입니다. 마트에 가면 수많은 상품이 있습니다. 다양한 품질, 다양한 디자인의 볼펜이 각각 다른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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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비슷한 품질에 비슷한 디자인 펜이 있으면 당연히 더 저렴한 제품이 선택 됩니다. 비싼 볼펜은 팔리지 않고 도태됩니다. 자유경쟁입니다. 보이지 않는 손도 어느 정도 작용하는 편입니다.




 반면 자동차 부품은 복잡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차를 달리게 하는 목적을 가집니다만, 부품 자체는 여러가지 기술적인 스팩을 달성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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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를 브랜드의 수도 많지 않습니다. 품질과 디자인이 모두 천차만별입니다. 당연히 상품별 가격폭도 큽니다. 비슷한 품질에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이 없습니다. 스팩별 폭넓은 스팩트럼 덕분에 가격이 선택의 기준이 되지 못합니다. 비싸다고 도태되지도 않습니다. 자유경쟁시장 이라기 보다는 독과점시장에 가깝습니다.



 물론 볼트나 너트, 접착제류, 혹은 단순 플라스틱 사출물 같은 일반적인 부품들도 있습니다만, 위의 환경과는 약간 다릅니다. 자동차 부품이라고 보기 보다는 일반 공산품으로 보는 편이 더 맞습니다. 이들은 처음에 예로든 볼펜과 같은 시장환경을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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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제가 다루고자 하는 부분은 전자, 즉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자동차 부품입니다. 대표적인 회사들이 콘티, 보쉬, 덴소, 델파이 정도로군요. 글로벌 부품업체들에 의해 형성된 과점시장입니다. 드물긴 하지만 담합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수한 부품들이고 선택의 폭이 적습니다.. 부르는 게 값이지요. 



 자동차 부품이 아닌 일반 공산품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더군요. 바로 접착제 시장입니다. 록타이트 라는 제품이 있는데, 볼트등의 금속부품이 풀리지 않게 바르는 중,고강도 접착제입니다. 볼트용인 242의 경우 인터넷에서 가격을 찾아봤는데, 50ml가 보통 만 오천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같은 용량의 일반 본드가 2-3천원에 불과하니 가격이 많이 비싼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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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잘만 팔립니다. 바로 대체재가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산 저가 나사 고정제가 팔리는 모양입니다만, 록타이트 242의 퀄리티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사실상 독점시장입니다. 만약 록타이트에서 마음먹고 가격을 2만원으로 올려도 울며 겨자먹기로 사야 합니다.



 보통 독과점시장에서는 판매자가 갑이고 구매자가 을입니다. 그렇다면 자동차 회사가 을이로군요. 을이니 일방적으로 당해야 할까요? 자동차 부품 시장에 대응하는 자동차 회사의 전략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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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부품단위의 전략을 들 수 있습니다. 차종별 부품을 공용화 하여 구매수량을 늘리는 방법입니다. 전체 구매액이 커지므로 업체의 자동차 메이커 매출 의존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시쳇말로 몰빵해서 밀어줄 테니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산다는 전략입니다. 한 부품의 매출액이 한 메이커에 집중되어 있다면, 이해관계가 복잡해 지지요. 우리꺼 사기 싫으면 사지마. 라고 외칠 수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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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반대의 전략도 있습니다. 부품 수급처를 두 곳 이상으로 쪼개는 방법입니다. 한 개 파트를 세 곳에서 공급하게 되는 경우, 독점시장에서 과점시장으로 판을 바꿀 수 있고, 담합만 없다면 가격비교, 기술력비교, 품질 비교가 가능해집니다. 여차하면 첫 번째 전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스탠드도 취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단가에 대한 투명성도 요구할 수 있게 됩니다. 원가가 어떻게 되는지 투명성을 요구하고, 드물지만 투명하지 않는 경우 향후 비즈니스에 제한을 두는 수도 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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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품단위가 아닌 부품사업 전체로 접근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문 부품제조사는 한가지 이상의 부품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이들 부품을 모두 모아서 한꺼번에 논의하는 겁니다. 일반 실무 레벨 이상, 경영층 레벨에서 접근하는 방식이지요. 회사 대 회사로 비즈니스 관계에 있는 모든 파트를 놓고 전략적으로 큰 그림을 그려가게 됩니다.



 이런 전략을 위해 다양한 내부 프로세스가 존재합니다.. 특히 업체 선정 프로세스는 시나리오 별로 지켜야 하는 다양한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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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방대하고, 승인받아야 하는 서류도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만큼 프로세스만 잘 따르면 독과점 시장에서의 대처가 용이합니다. 하이테크 부품 시장에서 메이커와 부품업체간의 동등한 비즈니스가 가능해 지지요. 



 뭐 현실은 항상 이상과 다르기는 하지만요.



 사족으로, 정부에서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을 육성하려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자동차 산업이 전략산업이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목적이 있겠지만 이는 전문 부품시장의 독과점 시장이 제공하는 수익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봐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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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사족으로는 납품가 후려치기라는 관행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엄밀히 이야기하면, 자동차 부품업체를 상대로 한다기 보다는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일반 제조업체를 상대로 한다는 소리가 맞습니다. 처음에 언급된 볼펜을 사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사는 입장에서는 어짜피 다 거기서 거기이니, 가장 싼 걸 골라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니꺼 안 사더라도 다른거 많아 라고 외치다가 납품가가 조정됩니다. 다만,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물량이 많고 한 업체로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일반적인 잣대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납품가 후려치기는 비난 받아 마땅한 행위입니다.



간단히 정리 하는 오늘의 세 줄 + 한 줄 결론.



1. 첨단 자동차 부품시장은 독과점시장이고 부르는게 값임.


2. 이를 막기 위해 자동차 회사에서는 여러가지 전략으로 대응함.


3. 국내 부품업체 역시 모두 고부가가치를 내는 하이테크 시장 넘어가야 함. 


추가로 이는 정부의 기술지원, 금융지원, 이를 밀어줄 제도가 반드시 뒷받침 되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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