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구축하는 엔지니어링 스페셜리스트



 여러 번 말씀 드렸듯 저는 자동차 회사의 해외 구매부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글쎄요 장점이라면, 업무 상 다양한 부분의 담당자들을 만나게 된다는 점인데요. 엔지니어링 분야는 같이 업무를 하면 할수록 특이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www.emaze.com




 개방적인 것 같으면서도 보수적이며, 특히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가 직급을 뛰어넘는 광경을 목격한 것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분명 회사는 조직이고 계급사회인데 말이지요. 경험치가 모든걸 지배하는 세계에 온 착각마저 듭니다.



 불과 며칠 전에도 특이한 경험을 했습니다. 작은 부품 몇 가지를 긴급히 개발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요. 부품 재고가 여유롭지 못 해 일각을 다투는 상황이었습니다. 



femininepeace.org




 개발, 품질, 협력업체의 모든 이해 당사자, 담당자들이, 각자의 개발 일정을 확보하기 위해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지요. (자동차는 안전을 담보로 한 제품이기 때문에 아무리 작더라도 까다로운 개발 프로세스를 모두 준수해야만 합니다.)



 며칠에 걸친 논의에도 일정이 정리되지 않아 부품 공급 중단 사태가 벌어지려는 찰나. 두 능력자가 나타났습니다. 연구소 쪽의 기술 스팩을 만드는 스페셜리스트와 품질 쪽의 협력업체 공정을 관리하는 스페셜리스트가 등장했지요. 



www.mitre.org




 프로세스를 모두 따랐다가는 문제가 생김을 간파 하더니, 가장 긴 일정을 가진 부품 시험 일정과, 공정 검증 일정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파트는 기능성이 없으니 시험을 이것만 하면 됩니다. 딴 건 필요 없으니 하지 마세요. 공정 검증은 이건 필요 없고 이 부분만 진행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일정이 단축 될 거에요. 



와…..



 일정을 조정하기 위해 며칠을 박터지게 싸웠는데요. 메일 하나에, 회의 참석 한 번에 그야 말로 단칼에 정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이들의 결정에 토를 달지 않았지요. 



 이들 스페셜리스트는 직급상 매니저입니다만, 임원들도 어쩌지 못하는 프로세스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 버렸습니다.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어느 누가 태클을 걸겠습니까. (물론 이에 따른 책임도 막중합니다)



logikcull.com




 백발의 능력자가 등장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한방에 정리하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뭐랄까요. 흡사 절대내공의 만랩 고수가 하수들의 싸움을 정리해 주고 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들이 이런 능력을 가지기 까지 수많은 고난을 겪고 경험을 쌓아 왔겠지요. 그래서 기술관련 직종은 직급이랑 상관 없이 이들을 대우해주고 존중해 줍니다. 유능한 엔지니어를 붙잡아 두기 위해서, 본사 쪽은 거의 임원급으로 보수를 책정 한다는 소리도 있더군요. 



 나름 외국계(?)라서 더 도드라져 보일 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던 기술우대를 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의 환경과는 또 다른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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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izard_I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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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qwerty

    우리나라는 기초과학을 천대하다시피 해서 그런 일은 없을 거에요...ㅠㅠ

    2016.05.27 11:11 [ ADDR : EDIT/ DEL : REPLY ]
    • 갑자기 이과를 다스리는 문과라는 학창시절의 농담이 떠오르네요-_-a

      2016.05.27 12:26 신고 [ ADDR : EDIT/ DEL ]
  2. wheelnut

    말씀대로 Specialist들이 무게를 잡고 있음으로써 모범적인 사례가 많습니다.
    위 사례 말고도 시험결과 예측에 따른 기간단축, 개발 중간에 돌발적으로 발생한 문제에 대하여 적은 비용으로 trouble shooting, 신개발품에 대한 early involvement를 통해(대부분 그정도 직급이면 이미 인볼브 되어있지만) 초기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 등등...
    이분들은 자기 밑에 몇명 없는 경우가 많고, 그 경우도 거의 자기 분야에 대해 보조해주는 인원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게다가 일반 관리자 라인 밑에 포진된 경우도 많죠. 마치 군대에서 견장은 없지만 아무도 터치 못하고 제갈길 가는 원사나 준사관과 같은 느낌이랄까요... ㅎㅎ

    하지만 모든 스페셜리스트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종종 자기 밥그릇 싸움 때문에 기술오픈을 찝찝하게 하거나 근거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경우,
    책임을 지기 위한 스페셜리스트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회피는 이래저래 잘 하면서 결정도 하지 않는 경우를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2016.05.31 13:49 [ ADDR : EDIT/ DEL : REPLY ]
    • 아..... 그러고 보니까 저희쪽도 부정적 사례가 있긴 했어요. 자동차 부품이라는게 전체 조화가 필요한데, 스페셜리스트에 의해 담당 부품만 스팩이 강화되다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제조업 기술 분야를 정확히 꿰뚫고 계시군요 ^^;;;

      2016.05.31 21:03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