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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비행기

소련이 개발하려 했던 지구 최강의 공격위성 폴류스


별들의 전쟁에서 패배한 구소련의 폴류스 스키프 공격위성



coldwarteamprojectfall2014.wordpress.com



 모든 건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핵을 바탕으로 한 냉전이 절정인 1980년초,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의 핵미사일을 막을 방법으로 인공위성을 사용하겠다고 발표했지요. 



 바로 스타워즈라고 불리는 SDI 계획입니다. (Strategic Defense Initiative; SDI) 



www.letectvi.cz



 소련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대기권에서 한번, 우주 밖에서 한번, 다시 대기권에서 한번 (종말단계), 총 3단계에 걸쳐 방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우주에서는 요격위성을 사용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spacewallpapers.org



 위성이 미사일을 요격한다고요? 그것도 우주에서요?



 지금이야 인공위성을 요격하는 미사일도 있고 하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할 정도지만, 당시는 아니었습니다. 저궤도 인공위성은 초속 8km, 시속으로 28만 km (대략 마하 23)의 속도로 날라 다닙니다.



 우주의 인공위성을 피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지요. 스타워즈 구상이 공표되고 나서는 소련이 발칵 뒤집힐 수 밖에 없었습니다. 



www.planobrazil.com



 핵미사일이 무용지물이 된다고? 양키들이 핵전쟁의 판을 바꾸려 한다! 당장 대응방안을 세워야 한다. 



 소련은 즉시 없는 살림을 탈탈 털어서 스타워즈 구상을 무너뜨릴 전략을 마련합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아니겠습니까. 인공위성을 잡는 데는 인공위성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즉시 헌터킬러 인공위성 제작에 착수합니다.



www.andina.com.pe




 돈이 없다해도 과정은 신속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소련의 우주과학 기술은 상당했거든요. 95톤을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에네르기아 로켓이 이미 있었습니다.



 우주왕복선인 부란의 발사체로 개발된 로켓이었습니다. 인류역사상 가장 큰 로켓인 아폴로의 새턴V와 맞먹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www.buran.ru




 에네르기아 덕분에 소련에게 위성의 크기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가장 강력한 무기를 싣기만 하면 될 뿐이었습니다. 고민할 여지가 없었죠. 1메가와트 출력의 대출력 이산화탄소 레이저를 달기로 결정합니다. 



www.astronautix.com




 방어용 화포와 핵지뢰의 탑재도 고려됩니다. 레이더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전파흡수용 특수 도료의 사용도 결정됩니다. 강력하면서도 추적이 힘든, 인류 최강의 공격위성  폴류스 스키프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www.thelivingmoon.com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 기존에 있던 기술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개발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규모의 공격 위성은 어느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다는 것. 



 길이가 40m에 80톤에 이르는 덩치는 이전에 미국에서 쏘아올린 스카이랩보다 무거웠으며, 결정적으로 폴류스는 실험실이 아니라 병기였습니다. 무기가 실려 있는 관계로 언제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위성이었지요. 



rosowenak.tk




 덕분에 핵지뢰는 추후 탑재로 검토되고, 일단 레이져만 장착하기로 합니다. 이산화탄소 레이저 역시, 레이저 조사시 생성되는 연기로 인해 위성이 추적당할 수 있었습니다. 제논-크립톤 방식으로 장착이 전면 재검토 됩니다. 



 의욕적으로 시도되었지만, 급하게 계획된 바람에 하나 둘 삽질이 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SDI에 초조해진 소련 정부에서 자세한 검토없이 밀어 붙인 탓이었습니다.



spaceart1.ning.com




 결정적인 삽질은 바로 위성 탑재 방식이었습니다. 탑재 병기의 성격 탓인지, 괴랄하게도 위성이 위아래가 거꾸로 바뀐 채 발사되는 방식이 채택되었습니다. 



 왜 이런 방법이 사용 되었는지 문서로 확인이 되질 않습니다만, 어쨌던 폴류스는 에네르기아에서 분리된 뒤 180도로 기체를 회전시켜 궤도로 진입해야 했습니다. 추측컨데, 위성 하부의 핵지뢰를 고온의 엔진 노즐부터 멀리하려는 고육지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forum.kerbalspaceprogram.com




 그리고 이 삽질은 결국 폴류스 프로젝트의 폐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시험발사를 해야 한다는 러시아 엔지니어들의 주장과 달리, 1987년 더미가 아닌 실제 레이저가 탑재된 폴류스의 발사가 강행 됩니다. 발사는 성공이었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위성이 분리된 뒤 180도가 아니라 360도로 회전하는 병크가 터지고 만 것이지요. 



www.armaghplanet.com



 결국 하늘로 향해야 하는 위성이 땅으로 향했고, 엔진이 점화되면서 축 사-_-망. 인도양 떨어져 대기마찰로 장렬히 산화하고 말았습니다.



 태양전지 보호판의 개방, 레이저 가스 배출 커버 분리의 절차, 두 가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제어 컨트롤에서 이 명령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게 원인이었습니다.




spaceflightnow.com




 우주 개발에서 첫 발사체가 성공할 확률이 30% 정도입니다. 폴류스의 첫 발사 실패는 그렇게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발사 당시 1987년은 소련이 붕괴되기 불과 몇 년 전으로 소련의 경제와 정세가 상당히 불안정할 때였습니다. 



 특히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원유값이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소련의 경제는 무척이나 안 좋은 편이었는데, 덕분에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스타워즈’의 대응책에 돋을 쏟아 부을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결국 첫 실패를 빌미로 폴류스 프로젝트는 그대로 페기 되고 말았습니다.



www.buran-energia.com




 혹자는 성공만 했으면 우주 최강의 공격위성이 되었을 거라고 하지요. 어짜피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가정이 없으니 크게 의미가 없기도 하고, 개발 당시의 시대적 상황, 기술적인 상황만 봐도 성공하기 쉬운 프로젝트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이런 시도가 바탕이 되어 우주 국제 정류장인 ISS가 탄생하기도 했으니, 마냥 의미가 없다고 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실제 폴류스의 기술이 ISS 러시아 묘듈 자랴에 그대로 사용 되었습니다.)



www.wikiwa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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