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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비행기

닮은 듯 닮지 않은 듯, 비운의 우주왕복선 부란


소련의 우주왕복선 부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

 


* 실수로 포스팅 전체가 삭제되었습니다. 복구하긴 했는데 방문하시는 분들께 대단한 민폐를 끼치고 말았네요. 양해말씀 드립니다..... ㅜ_



 미국의 우주왕복선 ‘스페이스셔틀’ 모르시는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하지만 구소련의 우주왕복선 ‘부란’은 일부 항덕이 아니라면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우주개발경쟁에서 뒤쳐졌던 소련이, 마지막으로 시도한 대규모 유인우주비행 프로젝트. 이번 포스팅은 바로 우주왕복선 부란의 이런저런 이야기입니다.



 

pics-about-space.com





 우선 부란의 개발 시기는 1980년대 초반입니다. 첫 비행은 1988년으로 1981년 처음 발사된 스페이스셔틀에 비해 7년 가량 늦었습니다



유리 가가린을 지구밖으로 보내 인류 최초의 유인비행에 성공 했지만, 달 탐사는 실패하고 말았고, 샬루트를 우주에 올려 놓으면서 첫 유인 우주정거장 타이틀을 가져왔지만, 첫 우주 왕복선은 미국에게 내어준 상황이었습니다.. 



 덕분에 부란은 이왕 늦은거 더 철저하게 만들자, 라는 컨셉으로 개발 됩니다.



www.buran.su



 


 부란은 크기가 스페이스 셔틀보다 더 크게 개발됩니다. 저궤도 운송중량이 30톤으로 28톤의 스페이스 셔틀보다 더 큰 무게의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습니다. (LEO, Low Earth Orbit) 



 불과 2톤 차이로 보이지만, 현재 소유즈가 최대 5톤을 저궤도에 올릴 수 있으므로 2톤도 결코 작은 중량이 아닙니다. 소련이 미국을 앞서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안전했습니다. 늦게 만들어졌으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비슷한 외형과 달리 상당히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큰 두 가지 차이점이 셔틀의 안전성을 높였는데요. 그 첫 번째가 바로 메인 추진체 장착 방식입니다.

 


mediahoaxes.tumblr.com


pics-about-space.com




 미국의 스페이스셔틀은 비행기 모양의 오비터가 스스로 추력을 만듭니다. 외형을 보면 오비터 후방에 SSME라 불리우는 주 엔진이 달려있는데, 발사시 약 30%의 추력을 담당합니다. 나머지 70%는 주황색 연료탱크 옆에 달린 2개의 고체 부스터가 담당하지요



 것 보기에는 멋져 보이지만, 사실 제어가 힘든 방식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추력중심과 질량중심이 무척 편향되어 있지요. 셔틀이 똑바로 올라가지 못하고 비스듬히 상승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www2.ece.ohio-state.edu




 거기에 질량 중심은 연료가 줄어듬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는 사실. SSME는 이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노즐의 각도를 계속 변경해 주어야 합니다. 엔지니어들이 골치를 썩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메인 엔진이 오비터에 있다는 건. 위급상황시 폭발의 위험이 대단히 높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주엔진이 내장되어 있으므로 이에 걸맞는 연료탱크가 내부와 외부에 탑재되어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등에 기름을 지고 불장난을 하는 것과 비슷하거든요




en.wikipedia.org




 그것도 작은 기름통이 아니라 잘못하면 한방에 다 터질 수 있는 대형 기름통이지요. 로켓 자체가 폭팔 직전의 화력을 잘 조절해서 쏘아 올리는 발사체라고 하지만, 유인 우주선임을 감안하면 썩 개운한 방식은 아닙니다.

 


 외부 연료탱크 덕분에 비상 탈출 수단이 마땅하지 않았고, 스페이스 셔틀은 우주비행사들을 위한 최후의 안전장치 없이 비행을 계속해야 했습니다



 내부 연료탱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기권 진입시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 연료탱크에 남아 있는 연료를 버려야 했습니다. 공기와의 마찰로 표면이 섭씨 2,200도 까지 올라가기 때문이지요.

 

en.wikipedia.org





 연료가 없는 오비터는 오로지 활강으로 기지에 복귀해야 했고, 이는 파일럿들에게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었습니다



 영화 코어의 도입부에도 잠깐 나옵니다만, 장착기기 오류로 인해 공군기지가 아닌 LA 도심의 대형 하수로에 착륙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자율 비행이 가능했다면 스스로 항로를 변경할 수 있었겠지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NASA는 착륙 가능한 백업기지를 별도로 운용해야 했습니다

 


www2.ece.ohio-state.edu





 재활용에 너무 목을 멘 나머지 안전과는 스페이스셔틀은 거리가 먼 기체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들 문제점은 결국 챌린저호 폭발사고, 그리고 콜롬비아호 폭발사고로 증명(!)되고 말았습니다.

 


반면 부란은 깔끔합니다. 오비터는 대형 발사체에 매미같이 달라붙어 있을 뿐입니다




www.gettyimages.com





 질량중심과 추력중심이 많이 어긋나지 않습니다. 발사체의 제어가 쉬운 편입니다. 오비터에는 보조엔진만 달려 있으므로 탑승자들이 위험에 적게 노출됩니다. 발사 중 메인 로켓에 문제가 확인 되면 분리 후 비행기처럼 착륙하면 됩니다



www.buran.ru




 여기에 보조 제트엔진도 탑재되어 있습니다. 자율비행에 의해 기지로 복귀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장점을 뛰어넘는 장점중의 장점은 바로 오토파일럿 기능입니다. 기체가 스스로 발사부터 착륙까지 모든 역할을 스스로 수행합니다. 파일럿은 기체의 상태만 체크하는 정도의 적은 비행강도를 짊어지면 될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중간에 기체 자세 제어 등의 조작 임무가 필요하지 않나요?




www.f-sim.com




 임무와 상황에 따라 부가적인 기제 컨트롤이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별도 개입이 필요 없습니다. 이를 최초 시험 비행에서 증명해 보였죠



www.buran.ru


www.parabolicarc.com




첫 시험 발사에서 부란은 사람을 태우지 않은 무인 상태로 206분간 저궤도를 돌고 복귀하는 쾌거를 달성합니다



 미국이 X-37로 무인 우주선 비행에 성공한 게 2010년이니까 이 분야에서 러시아는 20년간 독보적인 입지를 가졌던 셈입니다. (냉전 종식으로 NASA에 예산 배정이 줄은 탓도 있습니다)

 


www.buran.su




 이외에도 로봇 암이 두 개가 달려 있었다던지, 비상 사출 좌석까지 탑재 되어있었다던지 하는 소소한 장점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장점으로 인해 인명경시 풍조가 있는 소련이 역설적으로 미국보다 더 안전한 우주 왕복선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www.astarix.co.uk



 안타깝게도 부란은 구 소련의 붕괴로 인해, 무인 시험 비행을 한 뒤 폐기되었습니다. 러시아 연방으로 전환되면서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붓기가 힘들었고, 개발 기지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에 있어 분산되어 버린 탓이었습니다.

 


www.buran-energia.com




 발전된 방식 덕분에 개발만 완료 되었다면, 스페이스 셔틀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운용이 가능했을 거라 추축한 하고 있는데요. 남아있는 기체들은 대부분 녹슨 채 방치되거나, 폭발로 손실되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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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한 대만이 독일로 팔려가 박물관에 전시 중이라고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