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공학/다른 공학들

자동차에서 일어나는 휠스핀이 기차에도 있다?


기관차에서 발행하는 휠 슬립 현상을 극복하는 방법



고성능 스포츠카가 굉음을 내며 휠스핀을 내는 장면. 한번 쯤은 다들 보셨을 겁니다. 



www.wheelhero.com



엔진의 무지막지한 토크 덕분에, 타이어가 순간 접지력을 읽고 헛돌면서 나오는 장면이지요. 타이어가 타면서 내는 매캐한 연기를 볼 수 있고, 덤으로 찢어질 듯한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condrenrails.com



그런데 기차도 휠슬립이 있습니다. 



바퀴도 철제로 되어 있고, 급하게 가감속 할 일도 없는 기차도 자동차와 같은 일이 발생한다니요? 



의아하지만 없진 않습니다. 특수한 환경에서 일부 차량에만 발생되어서 잘 볼 수 없을 뿐이지요. 우선 아래 동영상을 한번 보세요. 철제 바퀴가 헛돌면서 불꽃이 미친 듯이 뛰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왜 기차에서 휠 슬립이 일어날까



일어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는 자동차와 동일합니다. 바퀴가 미끄러지는 순간 마찰력이 줄어들면서 (최대정지마찰력 > 운동마찰력) 바퀴가 헛돌게 됩니다. 



다만 자동차의 바퀴는 고무로 된 타이어로이고, 기차의 바퀴는 철로 된 휠이라는 차이가 있겠군요.



bbs.homeshopmachinist.net





자동차는 휠 슬립이 일어나면 비교적 부드러운 타이어가 손상되지만, 기차는 휠과 레일이 모두 손상될 수 있지요. 휠이야 어떻게 교체한다 하더라도, 레일이 손상되는 건, 일반 도로에 구멍이 나는 것과 비슷합니다. 



주행 제어를 통한 휠슬립의 극복 - WSP



레일 손상은 철도 운영에 큰 지장을 초래하므로 발생하지 않는 편이 가장 바람직 합니다. 그래서 기관차에는 슬립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WSP {Wheel Slide Protection) 라는 장치가 달려 있습니다. 



www.prweb.com




바퀴의 속도와 실체 기차의 속도를 측정하여, 휠 슬립이 확인되면 이를 제어해 주는 시스템입니다. 



가속시에 바퀴가 미끄러지면 출력을 줄여 주고, 감속시에 바퀴가 미끄러지면 제동력을 줄여주는 거지요. 



www.ale.li




말이 어려워 보이는데 쉽습니다. 자동차의 ABS + 트랙션 컨트롤을 합쳐 놓았다고 보면 됩니다. 






미끄러움을 줄이는 보조장치의 장착 – 살사장치



하지만 이렇게 해도 휠 스핀이 나는 환경이 있습니다. 높은 구배를 가지는 산악구간에서는 아무리 WSP가 달려 있더라도 물리적으로 언덕을 넘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래서 달려있는게 바로 살사 장치(Sander, Sanding) 입니다. 



en.wikipedia.org


homelesswater.wordpress.com



미끄러운 레일에 모래를 분사하여 마찰력을 높여주는 장치이지요. 아래 영상을 한 번 보세요. 바퀴 바로 앞에 분무기 같은 노즐이 달려있어 레일에 모래를 뿌려줍니다.





마찰력을 높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제동시에도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비나 눈이 와서 레일이 미끄러울 경우, 살사장치의 도움을 받아 제동거리를 줄일 수 있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TksZOEYy-KE




극악의 경사를 가진 한국철도들



우리나라의 태백선, 영동선, 중앙선등 산악구간에 놓인 철도들은 구배가 높기로 악명 높습니다. 코레일의 정해놓은 한계 구배는 30퍼밀인데, 대부분의 한계 구배가 바로 이 세 노선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30 퍼밀은 기차가 1000m를 달렸을 때, 경사가 30m 높아 졌음을 뜻합니다.) 



나무위키




게다가 이쪽 노선은 여객 중심이 아닌 화물 중심의 철로입니다. 무지막지한 화물을 최대 경사의 조건에서 끌어야 하는 가혹한 조건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휠슬립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지요. 그런데 그것이 정말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유명한 8100(8200)호대의 휠 슬립



1970년대에 도입된 8000호대 전차를 대체하기 위해 지멘스에서 8100호대 전기 기관차를 들여왔는데 쿨럭. 7천마력의 신형 기관차가 미끄러지고 만 것이지요. 



출력도 2천마력이나 더 높고, 설계 최고속도도 150km/h로 65km/h 나 더 빠른 새 차량이 30년전의 차량을 이기지 못하는 굴욕이 벌어졌습니다.



위키피디아




원인은 바로 차량 중량과 구동 방식에 있었습니다. 



8000호대의 중량은 132톤이었지만 8100호대는 경량화가 이루어져 불과 88톤 이었습니다. 8000호는 6개의 축에 12개의 휠이 차량을 지지했지만, 8100호대는 4개의 축에 8개의 휠이 달려 있었지요. 



축 중량은 동일하게 22톤이었지만, 22톤을 돌리는 구동축이 2개나 모자랐던 겁니다. 당연히 한계 마찰력이 적었고, 견인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지요. 



위키피디아




해결책이 없진 않아서 8100(8200)호대를 중련 연결하여 운행하면 되었지만, 만성 기관차 부족에 시달리는 코레일에게 좋은 방법은 아니었습니다.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결국 8000호대 기관차는 현역에서 일부 더 활약할 수 밖에 없었고, 현재는 더 무겁고 더 강력한 8500호대의 신형차량이 나와 산악구간을 질주하고 있습니다. 



 8100(8200)호대는 난이도가 낮은(?) 경부선에서 여객운송용으로 돌려졌고요.



나무위키




기차의 휠슬립에서 구배, 그리고 영향을 직접 받은 코레일의 전기 기관차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자동차나 기차나 달리는 차량들이 비슷한 현상을 겪는다는 건 정말 흥미롭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차의 최고속도가 자동차의 최고속도보다 더 빠른데, 이런 걸 보면 기차쪽이 첨단기술의 총아 겠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






(다른 포스팅을 보려면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