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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s/단신종합

과연 한국인은 정직하지 못해서 폭스바겐 임원진 에서 물러나야 했을까


기사에서 행간을 읽다 – 폭스바겐이 한국계 인사를 대폭 물갈이하다



www.businesstimes.com.sg




차량배출가스 조작으로 시끌시끌한 폭스바겐 소식 중에, 한국 임원들이 본사 파견 임원으로 대폭 물갈이 되었다는 기사가 있었네요.





기사에 따르면 그룹내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코리아의 대표부터 임원진 대부분이 독일 본사 출신으로 바뀌었다고 하지요. 사안이 사안이니 만큼 예정된 수순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기사 말미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독일 본사에서 한국인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업계에 팽배하다”며 “국내 시장에서 한국인 대표와 임원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본사 차원에서 견제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newsmobile.asia




좀 감정을 자극하는 듯한 문맥이지요? 기사를 좀 읽어 보시면, 한국인 대표와 임원이 시장을 이렇게 키워놨는데, 문제가 생겨서 한국인을 다 짤랐어! 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차량배출가스 조작 이슈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한국인 직원들이 신뢰받지 못했다는 문구 덕분입니다. 정직하지 못한 한국인 vs. 정직한 독일인 의 대결구도를 만드는 뉘앙스로 받아드리기 쉽습니다.


감정을 배제하고 조금 객관적으로 정황을 살펴보도록 하죠. 



지역법인의 업무절차는 본사와 크게 다를까



보통 국가별 배출가스 인증 절차가 다릅니다. 대부분 유사한 모드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세부적인 부분에서 조금씩 다른 게 보통입니다. 따라서 해당 프로세스는 한국법인에서 만들어 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지역 프로세스는 반드시 본사 승인이 완료 되어야 효력을 가집니다. 


www.bloomberg.com




즉, 폭스바겐 코리아의 프로세스는 대한민국 환경부의 기준을 근거로 만들어진 지역 프로세스이고, 폭스바겐 그룹의 승인이 있는 공식적인 프로세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욱이 기술관련 프로세스라면 더더욱 그럴 겁니다.



한국법인의 업무절차 위반에 대한 유추



다국적 기업들은 업무절차, 프로세스를 무척 중요하게 여깁니다. 업무절차는 회사의 기초이자 기둥입니다. 프로세스를 어기면 사장이 아니라 회장이어도 책임을 지고 물러납니다. 프로세스를 준수했다면 발생한 모든 문제에 면죄부를 받습니다. 



wonderfulengineering.com



현재의 임원진들이 조작사건 이후 즉시 교체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승인된 내부 절차에 따라 인증을 진행했다는 유추가 가능합니다. 폭스바겐 내부에서 봤을 때, 한국 임원진은 절차에 따라 적절하게 업무를 진행했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만약 즉시 교체되었다면 반대의 유추도 가능합니다. 이건 내부 사정이므로 확인이 좀 어렵네요)



인증시험에서 한국법인의 개입 범위



밝혀진 대로 인증차량의 경우 ECM을 인증 모드로 전환하여 자가인증을 진행했음이 밝혀졌습니다. 


차량의 주행 모드가 어떻게 전환되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만, 최소한 전환 방식에 대해서는 본사에서 한국법인으로 정보공유가 이루어 졌을 겁니다. 환경부 인증 시험은 KATRI와 같은 국내 공인 시설에서 이루어지거든요. 


www.wsj.com



80여개 차종의 인증 모드 전환을 위해 일일이 본사에서 인력을 파견했으리라 쉬이 생각 되지는 않지만, 최소한 ‘모드를 전환해야 한다’는 지시는 내려 받았을 겁니다. (어느 직급에서, 어느 수준까지 공유가 되었는지는 깊이 있는 조사가 이루어 져야 밝혀지겠지요.)



독일 본사에서 기대했던 한국 법인의 역할



우선 한국법인이야 사건의 당사자이므로 1차적인 책임을 갖겠지만, 정황상 폭스바겐 본사 역시 이번 이슈에서 책임을 회피하기가 어렵습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슈이니 당연할 수도 있겠군요.) 


따라서 한국 임원들은 도의적인 책임이 있을 뿐, 오히려 본사에서는 사태 수습에 이들의 역할을 더 기대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언어장벽 없이, 업계 인맥을 활용해서 이슈의 빠른 종식을 바랬었겠지요. 


www.tgdaily.com



하지만 아시는 대로 폭스바겐 그룹 대부분의 차종이 판매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이르렀습니다. 사태가 수습되기는커녕 확대 재생산된 꼴이 되었죠.


한국인인데, 한국 이슈를 정리하지 못하고 더 키우기만 하네? 라는 실망이 들었을 테고 이를 반영한 본사 임원진 물갈이가 이루어졌을 확률이 더 높습니다. 


어짜피 현지인으로도 안되면 원리원칙대로 정면 돌파한다. 라는 의중으로 한국 임원을 대폭 본사 임원으로 물갈이 했겠지요.



폭스바겐의 전향적인 자세 전환을 기대하며



글쎄요. 제 생각대로 폭스바겐의 임원 인사가 인맥이나 지역의 영향력에 기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면, 저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고 싶습니다. 한국사회가 더 이상 인맥이나 이해관계에 좌우되기 보다는 원리원칙이 통하는 선진국으로 인식된다는 소리일 수 있으니까요. 



www.wsj.com



이번 인사를, 은폐 축소하려 했던 지금까지의 자세에서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선다는 ‘전환’의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무너진 소비자와의 신뢰, 기업이미지를 구축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공법이 오히려 사태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 전환이 이루어졌다고 보고 싶습니다. 


앞으로 폭스바겐이 잘 사태를 마무리 지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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