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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s/기타 재미난 이야기들

한국에서 간접적으로 독일이라는 나라를 느껴보다


독일인(?)에게 들은 독일인, 독일 사회의 독특한 점



바야흐로 바캉스 시즌이 되었습니다. 



여행지 방을 잡지 못해 집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놀러 가기도 마땅찮고 그렇다고 집에 있기도 덥고 뭘 해야 하나…. 폭염에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차에 와이프로 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렸습니다.



www.news.de



마눌님 : 멀리 독일에서 손님이 온대. 새로 사귄 친구인데 휴가기간 중에 우리 집에 묶기로 했어.


위저드 : 오 언제 독일 친구는 사귀었대. 그럼 여기저기 투어 시켜 줘야 되는 거네? 데 그 친구 영어는 잘한대?


마눌님 : 아니 영어는 하나도 못해. 


위저드 : 뭐라고? 럼 의사소통으로 손짓발짓 해야 하는 거야?


와이프가 갑자기 이뭐병 표정을 짓더니 한마디 던졌습니다.


마눌님 : 이 친구 한국 교포인데.....?



와이프가 독어를 못한다는 사실을 깜빡 했습니다. -_-;;; 한국 교포라더니 그냥 똑같은 한국 사람입니다. 한국말도 잘합니다. 국적만 독일인이었습니다. 



어느덧 첫 만남의 긴장감은 사르르 녹고. 인사를 나누다가 이내 쉽게 말을 나눴습니다. 에센에서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더군요. 



www.ewg.de




같은 제조업이라니 왠지 친근감도 들고 쉽게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위저드 : 제조업 쪽이시군요. 아무래도 독일이 제조업 강국이긴 해요.


독일손님 : 네, 뭐랄까. 독일 현지에는 자기 분야에서 탄탄하게 자리잡은 기업들이 많습니다.


위저드 : 제가 같이 일하는 파트너도 담당 부품을 거의 100여년 동안 만들어 왔다고 하더라고요.


독일손님 : 맞습니다. 가업을 잇는 분위기지요. 가족이 경영하는 기업들이 꽤 많은 편이에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궁금한 점이 떠올랐습니다.



www.techtimes.com




위저드 : 독일 하면 원리원칙을 중요시 여기잖아요. 그런데 같이 일하다 보면 너무 고집스러워서 힘들 때가 있어요.


독일손님 : 그게 독일인들 특성이에요. 결국 원칙대로 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생각하지요.


위저드 : 틀린 이야기는 아닌데, 뭐랄까…. 내일 니일을 너무 갈라 놓는다고 할까요? 


문제를 해결하려면 담당 분야의 사람이 모두 불러 모아야 하더라고요. 심지어는 거기서도 해결이 안되어 저는 매니저급들과 같이 회의한 적도 있어요.


독일손님 : 글쎄요.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좋게 이야기하면 원칙주의 이지만 안 좋게 이야기하면 리스크 회피 주의 라고도 볼 수 있어요.


위저드 : 리스크 회피주의라고요?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이미 독일은 꽤 오래 전에 발전보다 안정을 지향하는 사회가 되었답니다. 지켜야 될게 별로 없을 때보다 지켜야 할게 많아졌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들이 큰 리스크를 안지 않으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였죠. 





여기에 원래 원리원칙을 따지는 국민성이 더해져 답답할 정도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말도 덧붙여졌습니다. 



위저드 : 오늘 내일, 하루가 급한 일이 있는데 독일의 업체 담당자가 2주 휴가를 가버리더라고요. 저는 정말 충격이었어요.


독일손님 : 주어진 시간 동안, 주어진 책임 한도에서 일을 다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거에요. 아마 인수인계는 하고 갔을 껄요?


위저드 : 그건 그랬어요. 이미 담당 매니저가 업무를 다 파악하고 바로 이어 일을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것도 신선한 충격이었죠.



그랬습니다. 당시에 저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회사의 중요 이익이 갈림길에 있던 시점이었는데, 아무 거리낌 없이 장기(?)휴가를 가다니요. 



www.justcatsanddogs.com



만약 한국기업이었으면 팀장이나 담당장에게 욕 한 사발은 들어 먹었을 상황이었습니다. (외국계라는 저희도 이런 때는 휴가를 자제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재미난 이야기가 더해졌습니다. 



독일손님 : 하지만 사람 사는 건 , 다 똑같아요. 한국인처럼 일하는 독일인들도 분명 있어요.


위저드 : 독일인이요? 정말인가요?


독일손님 : 야간에 호출하면 회사로 달려오고, 야근을 밥먹 듯 하는 직원들이 있어요.


이런 사람들이 회사를 지탱하고 있는 거지요. 회사에서도 눈 여겨 보고 있다가 실적이 좋으면 진급도 시키고 해외로도 보내고 그래요.


특히 독일인들은 ‘고향’을 떠나 일하는 의지를 대단하게 보는 경향이 있어서, 해외로 나간 인재는 열이면 열 진급 사다리를 타게 돼요.



놀라웠습니다. 일, 진급, 해외주재의 무한 반복이라니요. 미국이야 일이 미덕인 사회라 워커홀릭이 많았지만, 독일에도 워커홀릭이 있다는 사실은 제게 놀랍게 다가왔습니다. 



www.welcome-hotels.com



역시 기업은 한국이나 외국이나 다 똑같구나 싶었습니다. 리스크를 안은 만큼 성공시의 보상도 두둑하다는 소리였습니다. 



게르만 순혈 주의가 뼈속 깊게 박혀있어 최고위층까지의 입성은 어렵지만, 중간 임원까지는 유색인종들도 곧잘 올라가곤 언급이 뒤를 이었습니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는 외국계 임원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위저드 : 순혈주의라….. 아무래도 요새 난민 문제가 있고 하니 유색인종 배척이 점점 더 심해질 수도 있겠네요.


독일손님 : 글쎄요. 이건 뭐라고 단정짓기가 좀 어렵군요. 어느 나라나 최고 층에는 그들만의 리그가 있는 것처럼 독일도 비슷하거든요.


게다가 난민배척은, 오히려 노년층은 난민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아요. 일자리를 뺏긴다는 인식 때문에 오히려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배척이 일어나고 있어요.



'그들 만의 리그'라.....



그건 맞는 소리였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만 봐도 회장 아래 수석 부회장들은 거의 백인입니다. 흑인이 두 어명 정도 아시아계가 많아야 한 명 있을까 하는 정도거든요. 



https://www.youtube.com/watch?v=UoJIDgTKc6k



그런데 난민 이야기는 좀 의외였습니다. 특히 노년층들은 기부단체를 통해 거의 다 퍼주다시피 한다는 군요. 반감도 거의 없는 편이랍니다. 



최근의 테러는 주로 대도시에 집중되는데, 이곳 중 장년층 거주민 조차 ‘우려’할 뿐이지 반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였습니다.



hid0141.blogspot.com




제 의아함은 이어지는 대화에서 곧 풀렸습니다. 답은 2차 대전의 홀로코스트에 있었습니다. 



전쟁을 겪은 세대들 혹은 이를 간접적으로 겪은 직후 세대들에게는 2차 대전의 죄책감이 잘 학습되어 있다는 소리였습니다.때문에 해결방안을 찾을지언정 감정을 얹어서 바라보지는 않는 편이라고 하더군요. 



www.nbcnews.com




지금의 이슈들도 독일 특유의 원칙주의. 느리지만 구성원의 합의을 바탕으로 한 결론으로 곧 해결해 나갈 거라는 전망을 내어 놓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학교 교육을 통해 ‘학습’된 대로 독일인들은 묵묵히 나아갈 거라고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www.zimbio.com




흥미로운 대화였습니다. 제가 보지못하는 독일의 상황을 내부자에게 직접 들을 수 있었다니요. 물론 제가 나눈 대화가 독일 상황 전체를 대변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독일인 손님의 개인적인 견해일 수 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역시 사람 사는 세계는 비슷비슷하다는 점. 느리게 원리원칙대로 해도 최종 결과가 더 나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교육이 다음 세대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지 에 대해서는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이런 점을 잘 받아 들인다면…..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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