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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비행기

양산 중인 수리온이 통과 하지 못한 '결빙인증 시험'에 대하여


수리온의 결빙시험 인증 문제를 자세히 확인해 보다




소위 명품이라고 불리는 국내 개발 무기들이 갖은 결함에 시달리는 걸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K-2 흑표의 파워팩 , K-21 보병전투차의 침수, 윤영하급 고속정의 워터제트 결함, 손원일급 U-214의 소음문제 등등. 조금만 관심을 갖고 검색해 보면, 끝도 없는 결함 정보를 찾을 수 있습니다.




Wikimedia Commons




유로콥터와 같이 개발한 수리온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각종 부품이 진동에 의해 균열되면서 기술문제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윈드실드 균열, 기체 균열, 심지어는 로터 블레이드의 균열도 있었습니다. 그리곤 최근 또 다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춥고 습한 조건에서 항공기에 얼음이 어는데, 이 때 기체의 비행 평가에서 몇 가지 항목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기사를 정확히 인용한다면, 



"수리온은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 미시간주에서 체계 결빙시험을 했다"며 "101개 항목 가운데 29개 항목을 충족하지 못했다"


고 전하고 있습니다.




www.nasa.gov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원래 기체 테스트는 양산 후에 하는 것이 아니라 양산 전, 즉 개발 단계에서 하는 게 아니었나요? 방사청과 KAI가 저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 텐데, 제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건가요? 



결론을 먼저 정리해 본다면



일반 군용 항공기는 긴 개발기간 중에 결빙 시험을 완료 합니다.


수리온은 짧은 개발기간 덕분에 결빙 인증 없이 양산하였습니다. (국내 법령상 문제는 없습니다.)


결빙인증이 없어 수출이 어렵기 때문에, 양산 이후 실기시험을 실시했고 인증에 실패했습니다.



우선 ‘체계 결빙시험’이라는 테스트가 정확히 뭔지 알아야겠지요.


한숨 먼저 쉬겠습니다. 하아…



결빙시험이라는게, 국가별로 다르고 또 군용, 민간용 별로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미국만 해도 군용은 US Army MAA, 민간용은 FAA (미연방항공청)의 기준을 따르고 있습니다. 




nhindustries.com




같은 유럽 국가인 영국과 프랑스도 각각의 인증 제도를 사용하고 있고요. 세세한 기준을 살펴보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여겨지지만, 생각보다 국가별로 다양한 기준이 있었습니다.




꾸역꾸역 찾아보니 1) 고도는 최대 1만피트, (3Km 상공), 2) 온도는 영하 30도, 3) 1세제곱 미터당 1.0g의 절대 습도 상태에서 헬기가 잘 날 수 있는지 보는 시험이더군요. 추운 겨울 높은 고도에서 물을 좌악 뿌려 헬기를 얼리고 잘나나 확인해 보는 테스트였습니다. 


(미국 FAA 조합, 강한착빙, Heavy LWC - Liquid Water Content 1.0g/m3)




training.deicinginnovations.com




이게 뭐 대수냐 싶기도 하죠. 눈이 많이 오는 겨울 이륙준비를 하는 여객기 날개에 물(?)을 뿌려 눈을 치우는 장면을 보셨을 겁니다. 항공기는 결빙에 무척 취약합니다. 




엔진 입구에 얼음이 얼어 빨려 들어가기라도 하면, 엔진이 정지할 수 있습니다. 날개에 얼음이라도 얼면 충분한 양력을 만들어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날개에 제빙액을 뿌려주는 것이지요.




www.fimfiction.net




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비행기 보다 조건이 더 안 좋지요. 비행기는 활공이라도 가능하지만 헬기는 추락할 위험까지 생깁니다. 항공기는 최악의 기상조건을 가정한 시험이 필요하고, 결빙시험은 최악의 조건에서 실시되는 수많은 평가 항목 중 하나입니다.




알려진 바로 수리온의 경우 엔진 흡입구쪽의 결빙이 문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얼음이 얼지 않게 히터가 장착되어 있긴 합니다만. 실제 비행을 해 보니 예상보다 더 많은 얼음이 붙어 버렸다고 하지요. 




chassis-plans.com




군용항공기는 높은 스팩을 가져야 합니다.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운용되어야 합니다. 눈이 많이 온다고, 기온이 너무 낮다고 못 날면 소는 누가 길러 소는! ....아니 나라는 누가 지키나요?




'문제가 심각하군요! 빨리 수습되어야 합니다!


라고 마무리 하려다가. 여기서 처음 제기한 의문이 다시 떠오릅니다. 




이런 중요한 시험이 왜 개발단계에서 진행되지 않았지? 그리고 테스트도 안된 기체가 어떻게 멀쩡히 날라 다니는 거지?






재미있는 자료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시콜스키사에의 결빙 방지 시스템 개발의 역사 관련 자료였습니다. 결빙 방지 기술은 1950년대 헬기가 본격적으로 개발될 때 있었습니다. 주로 엔진 쪽에 집중되어 있었죠. 





그러던 것이 1970년대 UH-60이 개발되면서 로터등 동체 전반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현재의 결빙방지 시스템의 대부분은 UH-60을 개발할 당시에 확립된 기술이었습니다.



en.wikipedia.org



또 다른 재미있는 자료도 찾았는데요. 왜 이게 검색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국방과학 연구소의 기술 세미나 자료입니다. 



여기에서는 FAA의 결빙인증 시험이 1980년대에 미군의 시험에서 유래했다고 나와 있지요. 즉 위의 UH-60 개발 당시에 있었던 결빙 테스트가 10년쯤 뒤에 민간 인증으로 채택되었다는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






Wikimedia Commons




이전 세대인 UH-1이나 AH-1 등의 헬리콥터는 인증 자체를 받지 않았다는 소리입니다. 비행은 가능하지만, 습도가 높은 혹한조건에서는 비행을 중지하는 매뉴얼이 있을 뿐입니다. 



이는 현재의 국내의 항공기 감항증명 관련 법령과 인증 절차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항공기는 군용이든 민간용이든 모두, 결빙인증을 받지 않아도 날 수 있습니다. 개발된 지 오래된 기체이거나, 혹은 국내에서만 운용될 항공기라면 결빙인증이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군용 항공기입니다. 가능한 악조건에서도 비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출을 염두에 둔 항공기라면 최소 다른 경쟁기체가 받은 결빙 인증을 완료해야만 합니다. (경쟁 기종들은 개발기간 중 결빙인증 시험을 완료했습니다.)




en.wikipedia.org




수리온의 경우 첫 국산헬기입니다. 정황상 유로콥터와의 기술이전도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개발기간도 무척 짧았지요. 일단 양산해서 배치한 후 결빙인증을 완료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랬던 것이 첫 실기에서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무조건 비난하기도, 그렇다고 무조건 쉴드 치기도 애매한 상황입니다. 최신 기체들이 결빙인증에 최소 3년여가 걸린 걸 보면, 결코 쉽지 않은 기술임에는 확실한데요. 어서 (비난 여론의) 사태를 수습하고, 인증시험을 빨리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