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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자동차 회사/ 차로 보는 경제와 문화

말이 안 돼 보이는 현대차의 본진털기 시나리오가 말이 되는 이유


한 편의 퍼즐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현대 본진공략



현대의 캐쉬카우인 한국시장을 글로벌 브랜드들이 공략 한다라? 



www.ibtimes.co.uk



보배드림 같은 곳에서 종종 논의 되었던 주제입니다. 미쿡의 브랜드들이 마음만 먹으면 내수시장을 송두리채 흔들 수 있다는 주장들이 많이들 나왔었습니다.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현대 본진 털기는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글로벌 기업의 생리를 보면 절대 그럴 수 없지.' 



businessinsider.com



그런데 지금은 충분히 가능하다 라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정말 절묘한 타이밍에 본진 털기가 시작 되었습니다. 리먼 사태 이후 글로벌 기업들의 수익성 회복 되자마자 거짓말처럼 공세가 시작 되었습니다. 



caradvice.com.au



중형차 시장은 쏘나타의 아성이 무너지면서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소형차 시장 역시 모닝이 1위 자리를 내어주고 말았습니다. 



autoredo.com



다음에는 1톤 트럭 시장이 노려지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는 대로 포터 봉고는 경쟁자가 없는 독점 차급입니다. 비록 전기차량이지만, 르노삼성이 여기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group.renault.com




1. 두 회사의 본사가 그리고 있는 큰 퍼즐



쉐보레와 르노삼성의 본진 공략 전략은 동일합니다. 



국내 생산 차량으로 먼저 이슈몰이를 합니다. '우리차 싸요. 그리고 우리는 국산차 제조 회사에요.' 마진을 최대한 적게 잡아 차값을 싸게 했습니다. SM6, 말리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양념을 칠합니다. QM3, 임팔라와 같은 수입차량을 저렴하게 판매합니다. 시장의 관심이 폭증합니다. 수입인데 생산지 보다 싸네? 



한국지엠 톡 BLOG



쉐보레는 아얘 카마로를 (추정컨데) 역마진 가격에 내어 놓기도 합니다. 이미 국산 제조회사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 놨기 때문에 수입차라는 인식은 희석됩니다.



motortrend.com



두 회사의 무기는 적당한 상품성에 가격입니다. 



장점만 있는 차는 없습니다. 성능이 무척 좋으면 가격이라도 비싼게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싸면 모든 단점이 커버됩니다. 악플러들이 아무리 집요하게 물어 뜯어도 금방 잠잠해 지게 되지요. 



네, 현대 본진 털기에서 가격은 가장 중요한 무기입니다. 동시에 가장 취하기 어려운 전략이기도 하고요.



autonews.com



물론 모르진 않았을 겁니다. 저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회사 경영진으로 앉아 있을 텐데 말이에요. 다만 10년 전만해도 현대가 이렇게 크질 않았습니다. 본사들도 자신들 앞가림 하기 바빴습니다. 공격할 힘 자체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본사가 회복했습니다. HP가 완전히 찼습니다. 현대도 많이 커서 견제가 들어가 줘야 하는 타이밍입니다.



thelocalbrand.com




2. 정책의 연속성이 가능한 인사 시스템




여튼 저가정책은 강력한 무기입니다. 손해를 보고 판다는 추정이 가능한데, 원래 저는 이건 원래 글로벌 기업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구요?



매년 실적을 평가 받는 인사 시스템 때문입니다. 



inautonews.com



적자가 2년이상 이어지면 책임을 지고 CEO 자리에서 물러나는게 보통입니다. 이런 환경은 지사, 본사를 가리지 않고 글로벌 기업 대부분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타개 하기 위해 CEO들이 취임하자마자 시작하는 게 바로 구조조정입니다. 



적자가 나는 지역의 공장은 항상 폐쇄되거나 혹은 통폐합 됩니다. 인원감축과 공장매각으로 회사의 고정비, 변동비를 모두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많은 CEO들이 수익성 향상에 실패합니다. 비용 절감은 수익성 향상의 단기적인 수단일 뿐 대안이 되지 못합니다. 첫 해는 어떻게 버텨도, 둘째 해의 혹은 세째 해의 실적평가 때 자리에서 물러나기 일수입니다. 수장이 바뀌면 정책의 연속성을 갖기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일반론이지요,




michiganradio.org





본사차원의 큰 그림이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적자폭을 최대한 줄이라는 명령을 받은 CEO가 취임합니다. 쓰고 버릴 패가 선택됩니다. 신임 CEO는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 적자폭을 많이 줄이지만, 잘해야 본전입니다. 대부분은 자리에서 물러나지요.



적자가 줄면 다음 CEO를 임명합니다. 이번에는 버릴 패가 아닙니다. 중요한 패입니다. 모든 지원을 다 해줄 테니 한국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라. 본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공략이 시작됩니다. 지금의 현 CEO들이 딱 여기에 해당합니다.



임무를 완수하면 다음 타자로 전환되겠지만 어쨌던 임기가 짧은 CEO들 만으로도 충분히 그룹 정책의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cartype.com




시계를 조금 되돌려 르노삼성이 한참 힘들었던 2010년대 초반을 보시죠. 



수출은 시원찮고, 내수 점유율은 쌍용에게까지 밀려 4위까지 추락했었습니다. 일반적인 정서라면 르노는 한국에서 손을 털고 나갔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르삼은 공장을 매각하지 않고, 인원감축에 올인 했었지요. 적자가 나더라도 비용을 최대한 줄여 살아남는 쪽을 택했습니다.



blog.investkorea.org




다음 CEO가 선임됩니다. 이번에는 한국시장을 공략할 한국인 CEO가 자리에 앉습니다. 이전에 짜 놓았던 국내 생산차 저가정책을 신임 CEO의 입을 빌어 발표합니다. 수입차 역시 도입 정책을 구체화 시키고, 시장에 발표합니다. 



오, 한국 지엠도 비슷했겠네. 라는 유추가 가능한데, 지엠은 약간 다릅니다.



reuters.com




지엠의 미국 본진이 털린 2008년, 한국지엠은 흑자를 내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2002년 인수 당시 이미 구조조정이 완료된 상태였기 때문이었지요, (헐값매각) 



덕분에 지엠의 구조조정은 북미와 유럽에 집중되었습니다. 전화위복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flipboard.com




하지만 그 뒤는 르삼과 비슷합니다. 기간이 지나면서, 특히 2010년 이후 한국법인의 적자가 커졌습니다. 그럼에도 본사의 묵인(?) 하에 최근 적자를 대부분 청산했습니다. 말리부를 들여오고, 알페온을 들여오면서 상황을 주시해 왔지요.



2016년 현재, 신형 말리부가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어쨌던 멀티가 한국 본진을 터는 형세가 되어 버렸습니다.





3. 공략의 핵심인 저가정책




두 회사가 판매 중인 주력차량 두 세 차종은 한국 생산차량 입니다. 



싸게 팔아도, 어떻게든 수익성을 맞춰 낼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명예퇴직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원가절감를 통해 원자재 도입 비용을 줄이면 됩니다.



caradvice.com.au




하지만 수입차의 경우 싸게 팔려면 다음 두 가지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합니다.



수입차를 적자를 보고 들여오거나 (이는 지사 CEO가 실적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전제가 깔립니다) 



혹은 본사가 적자를 보고 수입차를 저렴하게 보내줘야 합니다. (이는 본사 CEO가 직접 오더를 내려야 한다는 전제가 깔립니다.) 두 가지 모두 본사의 지원 없이는 실행되기 어렵습니다.




atimes.com/





결국 지금의 모든 상황은 본사가 일관성있는 전략을 가지고 벌이는 일종의 '현대 공략 전략'인 셈입니다. 



적자를 털어내고 (수익성), 한국 현지 정서를 잘 아는 CEO를 고용하고 (인사), 이를 바탕으로 괜찮은 차를 괜찮은 가격에 적기 출시 (상품성) 하는 전략이 불과 2-3년 사이에 완성되었습니다. 



상당히 공격적인 공세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다소 글이 횡설수설한 느낌이 드는군요. 오늘의 3줄 결론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세 줄 결론


르노와 GM 본사는 한국법인의 (글로벌 기업이 가장 중요시하는) 수익성 저하를 감내했음.


한국법인은 본사의 지시를 철저히 이행하여 자체 체질개선을 통해 체력을 키웠음.


멀티가 안정되자 현대의 본진인 한국시장의 공략이 전개 되었음.




이제야,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글로벌 기업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본진털기가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대기아는 이들의 공격을 잘 막아내야만 한국시장, 나아가 세계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