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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선박

인셉션(?)을 체험할 수 있는 특이한 연구선 FLIP쉽


FLIP쉽, 수직으로 가라앉아 바닷속을 탐험하다




제가 반잠수식 선박 수송선 까지는 봐서, 배가 아무리 특이해 봐야 거기서 거기지 라고 생각했었습니다만. 이 녀석을 처음 보고는 그냥 헐. 소리가 저절로 나오더군요.




commons.wikimedia.org




Floating Instrument Platform Ship 이라고, 줄여서 FLIP선이라는 불리는 선박입니다.



수심에 따른 음파 특성을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구선 인데요. 선체 내의 밸러스트 탱크에 해수를 주입시켜 배를 가라앉히는 독특한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표현이 그래서 그렇지 잠수함과 별 다를 바가 없잖아요. 뭐가 특이하다는 거죠?



물에 잠기긴 하는데, 배를 90도로 기울여 가라앉힙니다.



commons.wikimedia.org




보세요 바다 한 가운데에서 꼿꼿이, 당당하게 일어 서있는 저 배의 자태를 -_-;;;;



100% 다 잠기는 것도 아니라 선수부 (벌크헤드)는 물에 동동 떠 있지요. 이 특이한 형상 덕분에 주변의 선박들이 침몰사고로 오인하고 신고하는 해프닝도 발생한다고 합니다.



commons.wikimedia.org




뭣 때문에 이런 특이한 배를 만들어 봤나 좀 더 뒤져봤는데요. R/P FLIP은 냉전이 한참이던 1960년대 잠수함 탑재용 핵미사일(SUBROC)을 개발하기 위해 도입된 연구선 이었습니다. 



theleansubmariner.com




당시에, 처음에는 부상 후 수면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이, 은밀성을 위해 수중에서 발사하는 방식으로 개량되어 갔는데요. 이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수심별 음파의 특성치 였습니다. 



수면 상태에 따라 음파가 어떤 다른 특성을 보이는지 데이터가 필요했었죠. 



Phys.org



잠수함을 이용해서 데이터를 수집하려니 잠수했다 부상했다가를 여러 번 반복해야 했고, 잠수함이 만들어 내는 소음, 파도 때문에 제대로 된 측정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아얘 배를 세로로 세워, 조용한 상태에서 한 방에 측정하자. 라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곧 이어 RP FLIP 선이 건조되었습니다.



scripps.ucsd.edu/




700톤에 가벼운 배수량에 길이는 108m 이니, 수직으로 서면 거의 100m 짜리 부표를 띄워논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파도가 아무리 많이 치더라도 상하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뿐, 좌우의 흔들림에는 강한 특징을 가지지요. 



commons.wikimedia.org




정숙이 생명인지라, 엔진도 달리지 않았고, 자력추진이 불가능해 이동 시에는 터그보트의 도움을 받아야만 합니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 활동 중이라고 하는데요. 



제작된 지 30년된 1995년 약 200만달러, 우리 돈으로 32억원의 비용을 들여 개수가 되었으니, 당분간은 마르고 달도록 써먹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en.kllproject.lv




90도로 기울어지다 보니, 실내 조명이 천정과 벽 두 군데 붙어 있고, 내부 화장실도 90도로 돌릴 수 있다고 하는군요. 



흡사 인셉션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하고.... 참 재미있는 선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