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의 G70은 과연 어떤 구매층을 타겟으로 하나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분류되는 차량의 ‘급’

예전에 직장 동료와 차량의 ‘등급’에 대해 논쟁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한 10년쯤 전의 일로, 당시 기아의 오피러스와 현대의 1세대 에쿠스가 동급이냐 아니냐를 두고 갑론을박을 나누었지요.

https://www.netcarshow.com

오피러스의 가격이 에쿠스 보다 싸기 때문에 오피러스가 아래라는 말에 저는,

가격 차이가 있을지언정, 목표로 하는 구매층이 동일하고, 두 차량 모두 각각 기함을 담당하고 있어 동급이라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차량 크기만 봐도 오피러스의 전장은 4.98m 이고, 에쿠스는 5.07m 였습니다. 정확히 8.5 센티미터 차이입니다.

전폭은 더 비슷해서, 오피러스가 1.85m, 에쿠스는 1.87m 였습니다.

http://www.hyundaiclub.eu

그러자 동료가 그러더군요. 

뭥미? 오피러스는 3.5L 엔진이지만, 에쿠스는 4.5L까지 달려있잖아. 

…………

제 말문은 딱 여기서 막혔습니다.

분명 비슷한 덩치에 비슷한 퀄리티지만, 4.5L의 엔진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차량의 등급을 가르는데 결코 부족하지 않은 기준이었거든요.

가격도, 차량 스팩도 에쿠스 쪽이 월등히 앞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피러스가 에쿠스 아래라는걸 순순히 인정해야 했습니다.

Wikipedia

하지만, 만약, 정말 만약, 기아가 완전한 독립법인으로 분사되어, 오피러스에 4.5L엔진이 달려 나왔다면, 

오피러스가 에쿠스의 등급으로 뛰어오를 수 있었을까요?

글쎄요. 제 생각은 충분히 가능하다 입니다. 

성능과 관계 없는 차별화된 편의사양을 추가로 달아준 뒤, 이걸 세일즈 포인트로 잡아 마케팅을 편다면, 어려울지언정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는 생각입니다. 

마켓 포지셔닝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차량의 가치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http://autoweek.com

이게 단순한 상상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상당히 흥미로운게, 현재의 G70과 아슬란이 딱 여기에 걸리거든요.

아슬란은 현대의 기함입니다. G70은 제네시스의 엔트리 모델이지요. 

브랜드와 성능, 심지어 파워트레인 조합으로만 보면 G70이 압도적입니다.

http://autoweek.com

하지만 내부공간 사이즈를 보면 G70은 아슬란 아래 입니다. 공개된 내부 인테리어 마저 ‘고급화’라는 측면에 본다면 G70이 아슬란보다 위에 있다고 이야기 하기 힘듭니다.

그럼 과연 G70은 아슬란보다 아래 등급일까요?

http://www.drive.com.au

네, 알고 있습니다. G70은 후륜구동에 퍼포먼스는 아슬란과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개발 컨셉 자체가 다른데, 내장이 어떠니, 내부공간이 어떠니 하는 비교가 무의미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어차피 단종스멜이 스물스물 피어나는 모델을 G70과 비교하는게 무리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http://www.nydailynews.com

하지만 마켓 포지셔닝의 관점으로 봤을 때,

엔트리 모델이 3.0L에 38,250,000원인 아슬란 (공식 가격표)

엔트리 모델이 2.0T에 37,500,000원인 G70 (공식 가격표)

그렇다면 두 차종 중 과연 어떤 차량이 더 상위에 있는 걸까요. 만약 예전의 잣대로 비추어 보면 G70이 아슬란 위에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과연 현대 내부에서는 아슬란을 더 높은 마켓 포지션으로 보고 있을까요, 아니면 G70을 더 높은 마켓 포지션으로 보고 있을까요.

http://www.drive.com.au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차의 가치가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 정말 재미있지 않을 수 없는데요.

자, 가격은 나왔습니다. 남은 건 마케팅 전략입니다. 

아슬란을 단종시켜 현대 기함의 ‘격’을 그랜저로 낮추려는 분위기가 보이는 지금, 

앞으로 현대가 보여줄 마케팅 전략에 따라, G70의 포지셔닝에 대한 '복잡한 셈법'의 결론이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http://www.autospi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