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전기 EA-18G 그라울러와 전자전에 대하여
지구 방위군이라 불리우는 미군, 미군이 가진 전투기중에 F-22는 지구 최강 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한 세대 전, 그것도 스텔스가 뭐임? 하는 재래식 전투기가 모의 공중전에서 F-22를 잡아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바로 F/A-18 호넷입니다.
더 정확히는 호넷을 베이스로 한 EA-18G로 당시 시제기 EA-1로 불린 기체였습니다.
비록 가상 전투에의 격추였지만, 스텔스 기술이 적용되지도 않은 기체가 F-22를 잡다뇨.
공중지배 전투기의 체면이 말이 아님은 물론이요. 미해군 소속의 전투기가, 미공군의 에이스에게 굴욕을 선사했던 사건이었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소속기체 파일럿의 당시 상황묘사를 보면 가관입니다.
그냥 뭐 재머를 틀고 날라가는데, 앞에 F-22가 있었어요.
뭐지? 하면서 락온을 걸고, AIM-120 모의탄을 발사했지요.
그랬더니 격추 판정이 뜨더군요.
재미를 위한 과장이라고 해도 EA-18G이 F-22를 잡은건 정말 우연이었다고 합니다. 재머 덕분에 우연히 락온이 되었고, F-22 격추의 위엄을 달성했다고 하지요.
상대방 파일럿이 들었다면 분통이 터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ㅋ
뭔 상황인가 웃고 넘길 수 넘길 수 있겠지만, EA-18G 그라울러가 어떤 기체인지를 알면 사실 그렇게 놀랍지 않습니다. EA-6B 프라울러의 뒤를 이어 개발된, 전자전 전용기이기 때문 이었습니다.
전자전기는 일종의 적 레이더를 무력화 시키는 지원기 인데요. 주로 방해 전파를 발사하여, 주변의 기체들이 레이더에 탐색되지 않게 해 주는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부피가 커서 대형 지원기에만 장착되었던 것이, 전자장비의 발전으로 점차 소형 전투기에 까지 장착될 수 있게 되었지요.
그라울러에는 AN/ALQ-99 레이더 교란 포드가 3기나 장착되어 있어, 다양한 주파수 대역의 레이더를 교란시킬 수 있습니다.
재밍으로 레이더 자체를 장님으로 만들 수 있고, 가상의 반사파를 의도적으로 발산해, 적 레이더 스코프에 보이는 자신의 위치를 엉뚱한 곳에 표시해 줄 수도 있습니다.
레이더 사이트, 적기 간의 통신을 방해하기 위해 AN/ALQ-227 통신방해장비도 탑재하고 있고,
결정적으로 단순 전자전 지원이 아닌, 직접 공격도 가능합니다. AN/ALQ-218 수신기가 탑재 레이더 (AN/APG-79) 와 함께 작동하여 대 레이더 미사일 AGM-88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AIM-120 공대공 미사일도 탑재하여 제한적이나마 제공 임무도 가능하지요.
이게 뭔 소린고 하니, 클로킹 스탯 만랩을 찍은 놈이 하늘과 땅을 가리지 않고 다 공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지지직 레이더 고장인가? 작전본부는 왜 또 연락이 안 되는 거야? 재밍 때문에 짜증내고 있는데, 갑자기 쑥 하고 미사일이 떨어지는 거지요.
덕분에 EA-18G는 왠만 해서는 미국이 판매하지 않는 중요 전술기 중 하나입니다.
도입한 국가도 호주가 유일하고, 그마저도 다운 그레이드형 (EA-18G 라이트) 의 도입이 결정되어서, 미국 니네가 쓰는 것과 같은 사양으로 공급해줘 라며, 로비하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야. F-22를 격추했다니, 만능 전투기인데? 전장의 치트키니까 어떻게든 꼭 들여와야 하는 각이네?.....근데 또 그건 아닙니다. -_-;;;;
안드로이드가 없는 갤럭시는 앙꼬없는 찐빵입니다. 아무리 하드웨어가 좋다고 한들 소프트웨어가 받쳐주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EA-18G의 전자전 능력이 탁월한 건, 뒷받침이 되는 소프트웨어가 있기에 가능한데요. 이해를 위해서는 조금 깊게 들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자전 하면 레이다 재밍의 전자교란을 떠올립니다.
전자교란을 하려면 상대방이 쓰고 있는 레이더의 신호의 특성을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뭘 쓰는지 알아야지 어떻게 망가뜨리는 지도 알 수 있거든요.
그래서, 대형 기체에 신호정보 (Sigint - Signal intelligence, 시긴트) 를 수집하는 장비들을 실어놓고, 적들이 어떤 무선을 쓰는지, 어떤 주파수 대역의 레이더를 쓰는지를 수집합니다.
항상 같은 방식을 쓸 리도 만무하므로, 상시 감청을 해야 실시간 대응도 가능해지지요.
더욱이 최신의 레이더 장비들은 주파수 도약 방식을 사용하므로, 패턴 분석까지도 필요합니다. (주파수 도약은 이미 드론의 송수신기에 적용될 정도로 상용화된 기술입니다)
이런 다양한 전자 정보가 수집 되어야 대 전자전 소프트웨어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EA-18G이 발군의 전자전 성능을 내는 건, 적국에 대한 전자전 데이터 베이스가 있기 때문 가능합니다.
만약 우리가 EA-18G를 도입한다면, 소프트웨어 없는 깡통을 받거나 아니면, 소프트웨어 구축을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신호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소리인데.
전자는 제대로 써먹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후자는 정말 민감한 사안 이거든요. 저 같은 일반 시민도 알고 있는 내용이니, 국방부의 높으신 분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요.
다행히도 우리나라도 미국의 도움을 받아 ALQ-88K 전자포드를 개발해서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한적인 전자전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전자전 장비와 같은 민감한 군사장비는 보통 금수조치가 걸려 있는데, ALQ-88K경우 금수가 걸리기 직전, 극적으로 기술 이전을 받았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한국공군 만만쉐이.
이를 확대 발전시켜 ALQ-200K ECM포드가 개발되었습니다.
함정용은 진작에 개발되어 장착되었고, 지상형은 2013년 전후로 개발을 완료하여 실전배치가 되었습니다.
하드웨어는 일정 수준에 올라와 있는 상태로, 이에 걸맞는 소프트웨어의 구축이 숙제로 남아있다고 하는군요.
물론 우리나라도 이를 위한 신호수집기가 없지는 않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진행되었던 신호수집기 금강/백두 사업으로, 호커800에 레이시온의 신호수집장비를 단 백두 정찰기가 4대 도입이 되었지요.
문제는, 잡음 처리 기술이 떨어져서, 수집된 데이터가 거의 스팸 수준이라는 소문도 돌고,
베이스가 되는 호커800 자체가 비지니스 제트기로 내부 공간이 너무 협소하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화장실까지 뜯어내도 장비를 다 넣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마저도 가동률이 너무 낮아서 24시간 감청이 불가능하다고 하고요.
그 유명한 로비스트 린다김이 관여했던 사건으로, 당시 관련자들은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뇌물공여혐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 받기도 했습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결론은, 전자전에서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 만큼 중요하다는 소리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아직 주변국들에 비해 이 소프트웨어 구축에 상당히 뒤처져 있다는 견해가 일반적입니다.
금강 정찰기 후속으로 신규 정보수집기를 획득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니, 늦었지만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최근 북한이 GPS 재밍을 거는 걸 보면, 하루 빨리 대전자전 장비들이 자리를 잡아야 하지 않나 하는 판단입니다.
P.S. 1 전자전에 대해 깊이 검색해 들어갈수록 끝이 없는 내용의 자료들이 찾아집니다.
기술이 별로 공개되지 않은 최고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이라, 수박 겉할기 수준의 내용만이 담긴 것 같아요. 일부 오류나 잘못된 점을 지적해 주면 바로 정정하겠습니다.
P.S. 2 F-22를 격추한건 비단 EA-18G 뿐은 아닙니다. 모의 평가전의 독파이팅에서 라팔과 유파 역시 F-22를 잡은 일이 있습니다.
Raptor가 TV (thrust vector)를 사용하면, 에너지 손실이 너무 커서 의외로 쉽게 잡힌다고 하는군요. 제한된 상황이라면, 일반적인 4세대 전투기도 5세대 전투기를 잡을 기회가 없는 건 아닌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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