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독가스 사린과 VX의 작용 메커니즘에 대하여
시리아 내전에서 사린가스가 쓰였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화학 공격이라 충격 그 자체이긴 한데, 관심을 갖지 않으면 시리아가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르는게 현실이지요.
미국이 시리아에 보복 공습을 했다고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그런가보다. 강건너 불구경에 남의 나라 이야기일테고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김정남 암살에 화학무기인 VX가 쓰였습니다.
북한의 생화학 무기 보유량이 세계 3위로 추정될 정도입니다. 전 세계의 화학무기의 절반이 한반도에 몰려 있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이거 남의 일이 아니네? 방독면을 사야 하나요?
아는 게 힘입니다. 사린가스랑 VX가 뭔지 조금 자세히 살펴 보았습니다.
사린가스는 2차대전 중인 1938년 독일에 의해 개발된 독가스입니다. 정식명칭은 GB로, G시리즈의 독가스 중 두 번째의 독가스란 의미로 GB의 코드가 붙습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몸에 들어와서 신경전달물질을 차단하고, 신경교란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합니다.
시냅스 말단에서는 여러 신경전달물질이 있는데, 아세틴콜린이라는 녀석이 하나 있습니다.
자율신경계에 관여하는 유기 분자체인데, 쉽게 이야기해서 몸의 내부 기관을 움직이게 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밥을 먹으면 위가 움직이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이지요.
아세틴콜린은 필요할 때 만 분비된 뒤 분해되는 특징을 갖는데, 사린이 몸속에 들어오면 이 녀석의 분해를 방해합니다. 시냅스에서 아세틸콜린이 마구 쏟아지게 만듭니다.
덕분에 부교감 신경이 무한으로 활성화됩니다. 간, 위 등 소화기 기관이 폭발직전까지 작동하고, 결국 신경이 버티지 못해 모두 마비 되어 버립니다.
빠른 경련에 이은 전신마비 및 구토가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청산가리의 500배에 가까운 독성을 가져 조금만 흡입해도 치명적이고, 휘발성이 강해 주변으로 쉽게 퍼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1995년 일본에서 옴진리교가 지하철에 사린가스를 살포한 사건이 터졌는데요.
사이비종교인 옴진리교에 경찰의 수사가 이뤄지자, 이를 막고자 국가전복을 목적으로 테러를 저질렀던 것이지요.
일본 지하철 3개노선 5개 차량에 동시 다발적으로 사린가스를 뿌렸고, 그 결과 총 3,7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선진국, 대도시에서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한 희대의 사건이었습니다.
우리로 치면 지하철 1호선, 2호선의 환승역인 신도림역, 2호선, 3호선의 환승역인, 교대역에 독가스틀 뿌린 셈이니, 생각만 해도 끔직합니다.
당시 중독자 수가 너무 많아 해독제를 급하게 수급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다음에 등장할 VX는, 사린을 뛰어넘는 지구 최강의 독가스입니다. 사린보다 약 100배 더 치명적이라고 알려져 있고, 더욱이 이 녀석은 지속작용제입니다.
뭔 소린고 하니, 한 번 뿌려지면 최장 몇 개월 까지, 독성이 사라지지 않고 주변에 잔류하게 됩니다. 휘발성이 강해 금방 사라지는 사린은 이 녀석에 비하면 거의 애교 수준이지요.
게다가 호흡기 보다 피부 흡수가 더 치명적이라, 방독마스크에, 방호복까지 완전히 갖춰입어야만 합니다.
영화 ‘더 록’에 등장하면서 대중에 널리 알려졌는데, 서두에 언급한 대로 최근 북한이 김정남 살해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2인조 여성이 김정남에게 다가가 VX를 얼굴에 묻혔고, 호흡기와 피부를 통해 독극물이 흡수되어 결국 수십분 뒤에 사망하는 사건이었지요.
흥미로운 점은 이들 여성도 독극물의 정체를 모르고 사용했다는 점인데요. 맨손으로 만진 탓에 이들 역시 VX의 중독되어 구토와 어지러움증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VX역시 사린과 같은 신경작용제고, 중독 메커니즘도 비슷한 특성을 가집니다.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 되어, 경련, 구토, 전신마비를 동반한 증상을 불러오는 동일한 신경 작용제입니다.
수 분내에 사망하는 치명적인 독극물 이므로, 노출되었을 경우 즉시 해독제를 투여하여야 생존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신경가스 제독 킷트는, 아마 군필자라면 한 번씩 접하셨을 겁니다. 아트로핀과 옥심 (프랄리독심, Pralidoxime) 두 가지 약물을 주사하는 방식입니다.
아트로핀은 증상 완화용 제제로 일종의 알칼로이드케 독극물입니다. 중화제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부교감신경의 차단제의 역할을 하는 관계로 과다 투여시 역증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에 보면, 투약량 확인을 위해 주사기를 구부려 상의에 꼽아놓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트로핀은 중화제이므로 옥심이라 불리는 프랄리독심을 추가로 투여해야 해독이 됩니다.
옥심은 농약 중독 치료에 많이 쓰이는 물질인데요. 아세콜린 분해효소에 붙은 작용제 자체를 분리해서, 부교감 신경을 정상으로 돌아오게 만들어 줍니다.
‘더 록’ 에서 니콜라스 케이지가 VX에 노출된 뒤 심장에 주사하는 약물이 바로 이 옥심입니다. 영화적 과장을 위한 장면으로 보통은 심장이 아닌 허벅지와 같은 근육에 주사하게 됩니다.
치명적인 화학무기인 VX와 사린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시리아 사린가스 사태에서 보듯, 화학무기는 정말 쓰이지 말아야 할 대량살상무기인데요. 남북한이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데 한 번 놀라고, 그럼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데 두 번 놀랄 뿐입니다.
시리아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겠어요.
* iamwaung님, 소재제보 감사합니다!
'기타공학 > 다른 공학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중장비를 타볼 수 있었던, 킨텍스 2017 한국국제건설기계전 (5) | 2017.06.02 |
|---|---|
|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간 공기부양열차 아에로트랭 (8) | 2017.05.30 |
| 보스톤 다이내믹스 4족 로봇 발전사의 간단 정리 (0) | 2017.05.12 |
| 문어가 도구를 사용 하는 고등생물 이라고요? (0) | 2017.04.19 |
| 원자력 위성이 우리 머리 위를 떠다닌다고요? (6) | 2017.04.12 |
| 투구게의 피를 파랗게 해 주는 헤모시아닌이란 (5) | 2017.04.03 |
| 이런저런 사연으로 닮은 형상을 가진 국산무기 (3) | 2017.03.16 |
| 시간에 영향을 주고 받는 제4의 결정, 타임 크리스탈 (2) | 2017.03.14 |
| 곤충의 집단행동을 모방한 스웜봇은 성공할 수 있을까 (6) | 2017.03.08 |
| 동독의 조기 군사교육 킨더팬더 사단 (4) | 2017.02.1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