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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다른 공학들

투구게의 피를 파랗게 해 주는 헤모시아닌이란


환경에 따라 다른 색의 피를 갖게 되는 생물




인터넷을 하다 우연히 발견한 사진 한 장입니다. 무슨 SF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은데요. 살아있는 투구게로부터 채혈을 하는 장면입니다.




Merette Show





투구게는 등에 껍질이 있는 전갈의 친척쯤 되는 바다생물이고, 투구게의 피 속에 들어있는 특별한 성분을 채취하기 위해 저렇게 채혈이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quimicontrol.com.co




바로 ‘LAL’(Limulus amebocyte lysate)라는 단백질 성분입니다. 이 녀석은 병원체와 접촉하면 응고되는 독특한 특성이 있어, 이를 활용한 진단시약이 백신 개발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물질이 오로지 살아있는 투구게로 부터만 얻을 수 있다는 것.



www.wired.com




때문에 투구게를 포획 후 약 30% 가량의 피를 채혈하고 다시 풀어주는 방식으로 LAL가 채취(?) 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약 30%의 투구게가 폐사한다고 하고요. 




물론 양식은 꾸준히 시도되어 오고 있지만, 아직 성공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LAL의 인공합성도 시도되었지만, 분자 구성이 너무 복잡한 탓에 만들어 내지 못했다고 하지요. 



http://www.uniprot.org



의학용 뿐만 아니라 식용으로도 지속적으로 포획된 탓에, 무서운 외모와 달리 투구게는 현재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근데 사진속의 투구게 혈액을 보면 뭔가 특이한 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채혈된 피가 우리가 나는 붉은색이 아니라 파란색 임을 알 수 있는데요.



http://kdvr.com



이건 산소를 운반하는 단백질의 구성 성분 때문에 그렇습니다. 



일반적인 포유동물은 적혈구 속에 헤모글로빈이 들어 있습니다. 산소와 결합하여 붉은 색을 띄지요. 



하지만 투구게는 헤모글로빈이 없습니다. 같은 일을 하지만 다른 단백질인 헤모시아닌이 들어 있습니다. 



Verywell.com




헤모글로빈 속에는 철 원자 4개가 들어 있습니다. 헤모글로빈이 붉은 색을 띄는 건 이 철이 산소와 결합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헤모시아닌 속에는 철이 아닌 구리 원자가 들어 있습니다. 이 녀석이 산소와 결합하면 푸른빛을 띄게 되지요. 



위키피디아




철근의 녹이 붉은색이고, 구리장식의 녹이 녹색인 것과 유사합니다. 구성 원자의 종류가 다르고, 분자구성이 다른 관계로 서로 다른 빛을 가지는 것이지요. 



추가로, 헤모시아닌은 헤모글로빈 대비 약 8배 더 무거우면서도, 산소 운반 효율은 1/4 정도로 낮은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요.




http://pubs.rsc.org





헤모글로빈이라는 더 좋은 단백질이 있음에도, 투구게가 굳이 헤모시아닌을 몸에 지니고 있는 이유가 당연히 있겠지요....



네, 헤모시아닌은 강점은 낮은 온도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점입니다. 물의 어는점을 살짝 넘긴 영상 2도씨에서도 정상적으로 산소의 결합과 해리가 이루어집니다. 



반면 헤모글로빈은 이정도 낮은 온도에서는 굳어져 버리지요. 구성 자체가 변화하므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캐리 할 수 없게 됩니다. 




Danischpur - WordPress.com




떠올려 보세요. 두 물질 모두 단백질입니다. 단백질의 생화학 작용이 거의 0도에서도 무리 없이 이루어진다니요. 



만약 우리 몸의 헤모글로빈이 헤모시아닌으로 대체될 수 있다면, 굳이 옷을 입고 다니지 않아도 될 지 모릅니다. (후훗, 상상만 해도 므흣하군요. ㅋ)




www.wired.com




이런 헤모시아닌의 특징 때문에 깊은 바다에 사는 절지동물, 연체동물들은 모두 파란 피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어, 전갈, 거미, 모두 여기에 해당하지요.



환경에 따라, 생존 방식에 따라 각각의 생물은 각각 다른 색상의 피를 가진다는 소리인데요.



Livspace.com




조금 뜬금 없지만 식물의 엽록소는 마그네슘에 기반을 둔 단백질입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세 줄 정리가 가능하겠어요.




대부분의 척추동물은 철에 의존한 산소 운반체계를 가짐 - 붉은색


일부 무척추동물은 구리에 의존한 산소 운반체계를 가짐 - 푸른색


대부분의 식물은 마그네슘에 의존한 산소 광합성 체계를 가짐 - 녹색



같은 산소를 사용하더라도, 기본이 되는 원소에 따라 생물의 색상이 이처럼 차이가 난다는 게 신기할 뿐인데요. 



글쎄요 언젠가 외계인을 만나면 보라색 피부의 생명체를 마주치게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