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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다른 공학들

의외로 우리 가까이에 있는 살아있는 화석 은행나무


암수가 나뉘는 살아있는 화석, 은행나무에서만 관찰되는 독특한 특징




가을이 되면서 일제히, 도심의 은행나무들이 노란 옷을 입기 시작 했습니다. 무더웠던 여름이 언제 그랬냐는 듯,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분위기 인데요.



123rf.com




우리 주위에서 가로수로 쉽게 볼 수 있는 은행나무, 가을만 되면 지뢰 수준의 냄새 테러를 일으키곤 하지요. 



은행에서 뭣 때문에, 이런 X냄새가 나는지 궁금해서 이것저것 찾아 봤는데요. 이야, 은행나무가 의외로 상당히 독특한 식물이었습니다.



marksimonson.com




1. 전 세계에 1 1 1 1 1 1종의 유일한 식물입니다. 



은행나무문 은행나무강 은행나무목 은행나무과 은행나무속 은행나무종 으로 단일 문 식물은 생물계를 통틀어 은행나무가 유일합니다.



(인간만 해도, 척삭동물문 포유강 영장목 인간과 인간속 인간종 입니다. '과'에 들어서야 인간이란 단어가 등장하는데, 은행나무는 '문' 부터 은행으로 그냥 도배네요.)



http://english.cri.cn



2. 이런 분류가 가능한 것은, 은행나무가 고생대 말기의 식물이기 때문입니다. 



유사종은 모두 절멸하고, 오로지 은행나무만 살아 남아 있습니다.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리우고 있지요.



FossilEra.com




3. 그래서 믿기 어렵게도, 은행나무는 현재 멸종 위기종이며 자생군락지가 남아 있지 않은 상황 입니다. 



은행을 먹던 공룡에 의해 종자가 확산 되었으나, 공룡의 멸종으로 같이 없어질 뻔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간에 의해 번식지가 늘어나는 특이한 나무입니다.



organically.us




4. 고생대 생물 답게, 자웅이체의 특징을 가집니다. 식물인데, 암수가 나뉘어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은행은 모두 암나무에서 나오지요. 



(대추야자나무, 망고나무도 자웅이체라고 합니다. virus님 감사합니다!)


숫나무는 그냥 딱 봐도 숫놈 같이 생겼습니다. 암나무는 딱 보면........ 음음. 여튼 주위에 흔히 보여지만, 정말로 살아있는 화석 이라니까요!



en.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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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다른 나무가 수술에서 암술로 꽃가루를 옮기는 것과 달리, 



은행나무는 숫나무의 정충(Ginkgo sperm)이 바람을 타고 암나무로 옮겨 가서 수정이 이루어집니다. 벌 따위에게 거사를 맡기지 않겠다는 무슨 집념 비슷하군요.




6. 이 정충을 확대해서 살펴보면, 가는 실타래와 비슷한 꼬리를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 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물속에서 수정했던 고생대 식물의 대표적인 특성이라고 합니다.



www.slideshare.net



7. 암나무에서 열리는 가을철 은행의 독특한 냄새는 과육에서 나며, 과육질에 함유된 ‘빌로볼(Bilobol)’과 ‘은행산(ginkgoic acid)’원인입니다. 



이 냄새 덕분에 은행나무는 병충해에 무척 강하지요. 사람 역시 만지면 알러지 반응을 각오해야 합니다.



commons.wikimedia.org




8. 일종의 독성인데, 그럼에도 은행의 종자를 먹는 유일한 종이 바로 사람입니다. 먹이사슬 최정점 생물의 쩌는 위엄. (다만 하루 권고 섭취량은 20-30알 정도 입니다.)



http://beverlyhillsmd.com




9. 잎의 모양은 활엽수 같으나, 학계에서의 분류는 침엽수라고 합니다. 잎의 도관이라는 세포의 크기가 활엽수 보다는 침엽수에 가깝기 때문이라네요. (잎이 크면서 나란히 맥에 가깝습니다.)



편의를 위한 분류인데, 애당초 단일목 특성 때문에 분류가 의미가 있으려나 모르겠지만요.



therenegadepharmacist.com




10. 어린 나무의 경우 암나무와 수나무를 구분하기가 어려웠는데, 2011년 DNA 분석법이 개발되어, 1년 미만 묘목의 암수 구분이 가능해 졌습니다. 



(로리 은행나무들의 성별을 읍읍. 드립 수위를 자체 조절하겠습니다....)



travel.stackexchange.com




동양에서는 은행나무의 강한 생명력을 경외하여, 유사시대 이전부터 심어 왔다고 합니다. 노란색의 낙엽으로 뒤덮인 도로는, 외국인들에게 상당히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고 하는데요.



우리와 곁에서 같이 살아온 은행나무가, 특별한 존재 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