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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비행기

폭망한 프랑스의 다쏘 머큐리 여객기 개발에 대해


프랑스 여객기 개발의 흑역사를 대표하는 항공기




'다쏘'하면 라팔 전투기를 만드는 프랑스의 유명한 군산복합 기업입니다. 



주로 전투기를 만들어내는 곳인데, 1970년대 딱 한 번 대형 여객기를 개발하고는 거하게 말아 드신 적이 있습니다.



en.wikipedia.org




1960년대 중반 미자리 전투기의 성공으로 한껏 고무된 다쏘.






님, 우리 미라지 만드는 거 봤음?





응.




조낸 멋지게 잘 만들어서 막 팔아 먹는 거 봤음?



응.




우리 여객기도 한 번 멋지게 만들어 볼테니 돈 지원좀.



니네 대형기체는 만들어 본적 없잖아.





걱정마셈. 단거리 여객기를 만들거임. 


DC-9같은 허졉한 애들도 날라다니는데 식은죽 먹기임.





그래도 불안한데.



dassault-aviation.com



팔콘20도 벌써 만들어 봤음. 이거 덩치만 키우면 됌. 


들기만 하면 팔릴거임. 


공장도 먼저 짓고 시작할거니 걱정 ㄴㄴ





프랑스 정부를 설득하는데 성공한 다쏘. 협동체형 민항기 '머큐리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얼마나 의욕적이었냐 하면, 프로젝트 시작 4년만인 1971년에 시제기를 만들어 띄웠을 정도 였습니다.



dassault-aviation.com



당시로써는 최신 기술인 컴퓨터 설계를 활용하여 속도도 빨랐고, 무엇보다 비행효율이 좋았습니다. 잘 적용된 공기역학 덕택에, 적은 연료로 보다 빠르게 승객을 수송할 수 있었습니다.



(계열사 다쏘 시스템의 주력 상품이 바로 '카티아'입니다. UG와 컴퓨터 설계 프로그램의 양대산맥이에요.)



공학적으로만 보면 잘 꽤나 잘 만들어진 기체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항속거리가 '조루'였다는 것.




The-Blueprints.com




우리는 무조건 단거리다. 효율에 올인한다! 라는 경영진의 지시에



어차피 단거리용 여객기인데, 뭐하러 무겁고 큰 연료탱크가 필요하지? 라며 적은 용량의 연료 탱크를 장착했거든요. 



항속거리와 비행효율을 등가교환 하는 병크를 터트리고 맙니다. 항속거리가 경쟁기 보잉 737-200의 30%(!) 에 불과한 1,700km 였지요.



bigsynthesis.com



1,700km면 인천에서 나리타를 겨우 갈 수 있는 수준으로, 회항은 언감생심. 공항이라도 패쇄되면 긴급히 인근 공항에 착륙해야 하는 수준입니다.



유럽 대륙에서도, 서유럽의 주요 도시를 겨우 연결할 수 있는 정도이니까요.



반면 보잉737의 경우 효율은 조금 떨어지지만, 4,800km를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단거리 중거리를 가리지 않는 멀티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항공사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crreport.united.com




긴 이동거리는 유연한 설계 변경을 불러와, 나중 이야기지만 737-900ER의 경우 220명까지 태우는 가축수송에도 성공했지요.



130석 안팎의 머큐리는 최적화된 설계 때문에 이마저도 불가능했었는데, 여기에 1970년대 석유파동까지 일어납니다.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737의 가격이 상당히 저렴해졌습니다. 막굴려 먹을 수 있는 기체를 값싸게 살 수 있었습니다. 굳이 검증도 안된 신형 기체를 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community.infinite-flight.com



경-_-축 폭 투더 망.



프랑스 정부의 자금이 투입된 탓에, 국영 항공사인 에어인터만이 울며 겨자먹기로 11대를 구매라고 쓰고 강매라고 읽는다.  합니다. 그마저도 한 대는 시제기를 개량한 리폼 제품이었지요








지금보면 이해가 잘 안 가지만, 항공기 시장이 전투기로만은 먹고 살기 힘듭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민항기로 뛰어야 들어 파이를 키워야 합니다. 



공교롭게도 1960년대 중반은 에어버스가 등장해서 A300을 만들겠다고 한 시기였고요.



기술도 있겠다, 돈도 있겠다. 유럽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생기는 걸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순 없겠죠. 다쏘 머큐리의 등장은 필연의 산물이었던 겁니다.



commons.wikimedia.org



다만 경영진의 잘못된 시장 예측에 잘못된 컨셉의 항공기가 등장했을 뿐이고, 11대의 처참한 판매실적과 선투자에 대한 손실로 이어졌을 뿐입니다. 



손익 분기점이 최소 120대 였으니, 다쏘가 머큐리의 실패로 휘청한 것도 필연의 산물이라고 해야 할까요.



panoramio.com




11대의 머큐리는 1995년까지 하늘을 날다 전량 퇴역하게 됩니다. 



머큐리를 운용하던 에어인터 역시 에어프랑스에 흡수합병 크리를 맞는데요. 



프랑스 여객기 개발의 흑역사 머큐리. 중형 여객기를 개발한다는 우리나라의 KAI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