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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비행기

의외로 당대 최강이 아니었던 P-51D 머스탱


최강은 아니지만 명 전투기였던 단발 프로펠러 전투기




2차 대전 최강의 전투기하면 으레 떠오르는 기체가 바로 미육군 항공대의 'P-51D 머스탱'입니다.


 

빠른 속도, 긴 전투행동반경 때문에 괴링의 독일공군이 치를 떨었던 명 전투기이지요.




sk.wikipedia.org





특히 이동거리는 당시의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이었습니다.



폭격기를 호위하던 다른 전투기들은 독일 내륙까지 따라가지 못 한 채 기지로 귀환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대전 중반 등장한 P-51D 머스탱은, 폭격기를 뽈뽈뽈 따라와서 요격기와 한 판 붙고도 여유롭게(?) 기지로 돌아올 작전 반경을 가졌습니다.



invictuspopuli.wordpress.com



www.defensemedianetwork.com




독일 공군 입장에서는 말도 안돼는 사기캐가 등장한 셈입니다.



어 저게 뭐지? 어떻게 여기까지 따라온 거지?


헉 멀리까지 온 놈들이 왜 이렇게 날쎈 거지?


말도 안 돼. 이런 치트키 같으니라고. 이 전쟁 무효야! 



지금으로 치면 이라크군이 스텔스 폭격기를 마주한 것과 비슷한 충격일까요.



P-51D이 호위에 붙은 이후로 독일 본토의 군수공장이 순삭되기 시작했고, 덕분에 (어차피 질 전쟁이었지만) 2차 대전 종전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muyhistoria.es




그런데 냉정하게 살펴 본다면, P-51D은 대전 최강의 전투기가 아닙니다.



항속거리가 좀 길고, 속도만 빨랐을 뿐,  동시대에는 이미 머스탱과 유사한 기체들이 차고 넘치는 상황 이었습니다.



www.lonestarflight.org




미해군의 F4U가 대표적인데요. 



내부 경쟁자(?)인 미해군이 P-51 머스탱을 입수해 평가를 해 보았더니, 항속거리 외의 성능은 F4U 쪽이 조금 더 낫다는 결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관련 영문 자료 링크)



사실 두 기체의 엔진의 성능만 비교해 봐도 넘사벽입니다.


P-51D 머스탱의 수냉식 패커드 V-1659는 최대 1,720 마력을 낼 수 있습니다.


반면, F4U-4 콜세어의 공냉식 와스프 2800-18W는 최대 2,800 마력을 낼 수 있습니다.




http://usmc124and155reunion.com




대형기인 콜세어 쪽이 더 무거웠지만, 1,000마력 가까이 차이가 나는 엔진 출력은 중량을 커버하고도 남았지요. (콜세어는 큰 덩치 탓에 왠만해서는 격추 되지 않는 맷집도 가졌습니다.)



패커드 엔진이 달리기 전 초기 머스탱은 상태가 더 심각했어요. 머스탱은 P-51B을 기점으로 이전에는 앨리슨 V-1710이 달리고, 이후에는 패커드의 V-1659가 달렸습니다.



초기형 머스탱의 앨리슨 엔진들은 모두 공통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고고도만 올라가면 조루가 되어 버렸습니다.



en.wikipedia.org




슈퍼차저의 성능이 부족해, 공기가 희박한 4,000m 이상에서는 출력이 급격히 떨어 졌거든요.



지금이야 이해가 안 가지만 당시만 해도, 미국은 기술력이 유럽에 비해 뒤쳐 지는 편이었습니다. 왜 미국 전투기들이 수냉식 엔진이 아닌 공랭식 엔진을 고집 했는지를 떠올려 보면 될 듯.



commons.wikimedia.org




그래서 도입된게 바로 영국의 자랑 롤스로이스의 멀린 엔진이었습니다. 엘리슨이 하향식 캬뷰레터를 장착한 반면, 멀린은 최첨단 상향식 인젝션을 장착하고 있었습니다.



연료가 강제로 분사되다 보니, 고도에 상관없이 성능이 일정하게 나왔습니다.



어차피 P-51은 미국이 개발했지만, 영국이 쓰기로 한 전투기였습니다. 준 전시 환경에서 영국제 수입 엔진을 달아보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럴수가. 테스트를 해보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최고속도가 무려 80km/h 이상 증가됩니다. 마의 700km/h를 넘어 708km/h를 기록합니다.



당대 최고의 고속 전투기가 탄생했습니다.



여기에 행운도 겹칩니다. 



멀린 엔진을 장착하다 보니 공간부족으로, 의도치 않게 라디에이터를 기체 중앙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109lair.hobbyvista.com


http://www.matronics.com




당대 엔진들은 슈퍼차저가 달려 있어 엔진 무게가 상당했는데요. 



뒤로 이동한 라디에이터 덕분에, 기체의 무게 중심이 저절로 맞춰지는 개이득을 얻게 됩니다.



www.youtube.com/watch?v=a3eBD6tLVOQ




대부분의 전투기들은 앞이 두꺼운 익형을 가지고 있었는데, 



머스탱은 가운데가 두꺼운 날개 형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블랜디드 윙의 시초인 날개 뿌리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독특한 날개 형상 덕분에 날개 내에 연료를 더 실을 수 있었는데, 여기에 멀린엔진 장착으로 묻혔던 운동성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습니다. 



허접한 2선급 전투기가, 항속거리와 운동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특급 전투기로 탈바꿈 되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 미국제 패커드 엔진 V-1659은 영국제 멀린의 라이센스 버전입니다.)




commons.wikimedia.org



신뢰성 높은 고성능 엔진, 발군의 비행 성능에 덤으로 생산 단가까지 저렴했습니다.



P-47에 비하면 P-51D는 소형의 날렵한 기체입니다. 사이즈만 봐도 제작 비용이 저렴할 수 밖에요. 비슷한 성능의 F4U에 비해 절반 정도의 비용으로 생산이 가능 했다고 하지요.



(상대적입니다. 유럽 기체와 비교하면 P-51D도 대형입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싸우는 유럽 기체들은 비교적 소형에 고속 성능이 요구되었습니다.)



silodrome.com




머스탱은 긴 항속거리, 높은 성능, 저렴한 가격의 3박자가 맞아 떨어 지면서, 1만 5천대 이상이 생산될 정도로 대박을 치게 됩니다. (F4U에 비해 무려 3천대 이상이 더 만들어진 수량입니다.)



이후 P-51D는 유럽전선, 태평양 전선을 가지리 않고 종횡무진 활약 했으며, 



제트전투기가 등장한 1950년대 후반,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에서도 애용 되면서, 유명한 프로펠러 전투기로 이름을 남기게 되지요.



leesburgairshow.com




워낙 많이 만들어진 탓에, 비행이 가능한 기체들이 상당수 남아 있는데요. 



심지어 에어 레이스에 출전 할 정도로, 지금도 현역(?)으로 당당히 활약 중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