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복잡한 계보를 가진 수리온의 원형 AS-330 퓨마(퓌마) 헬리콥터
대한민국 첫 국산헬기인 수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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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헬기이긴 하나 사실 유로콥터와 공동개발한 기체로 AS532 쿠거를 베이스로 한 일종의 파생 개량형에 가깝습니다. 자동차로 치면 중국 합작 회사인 동풍기아가 중국 현지 모델인 K2를 만들어 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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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로콥터에서 만들어 내는 쿠거 유사 모델들의 종류가 꽤나 다양하더군요.
한동안 밀매들에게 까였던 고릴라 콧구멍의 형상을 가진 기체들이,
명칭만 해도 쿠거, 슈퍼쿠거, 퓨마, 슈퍼퓨마 네 가지나 됩니다.
기호로 나타내는 형식명칭은 네 개가 훌쩍 넘지요. 복잡한 가계도를 가진 것이 분명했습니다.
정리 본능이 발동하여 바로 개발사를 한번 나열해 보았습니다.
logos.wik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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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파생형들이 등장하게 된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선 유로콥터사의 탄생 과정부터 살펴 보아야 합니다.
냉전이 끝나가던 1990년대, 꾸준히 성장해왔던 항공기 시장이 축소되기 시작했는데요. 군비축소로 헬리콥터가 필요 없어지면서, 유럽의 대표적인 항공기 제작사들의 통폐합이 이루어졌습니다.
유로콥터의 전신인 아에로스파시알 (Aerospatiale)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아에로 스파시알은 프랑스의 항공회사로 그 유명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를 만든 회사로 유명합니다. (BAE와 합작개발)우리나라에는 해군의 알루엣 헬리콥터가 바로 아에로 스파시알제 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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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의 군사세계
그러나 시장축소에 따라 1990년 전략적으로 탄생한 EADS(European Aeronautic Defense and Space Co.)에 흡수합병 되는데요. 이후 사명이 유로콥터로 바뀌고 EADS의 자회사로 운영되게 됩니다.
EADS는 후일 에어버스 그룹으로 재탄생 하게 되고요.
namu.wiki
비행기도 만들고, 헬기도 만들고 로켓도 만들고 못하는게 없네 뭥미?
유로콥터가 EADS의 자회사가 되면서 독일의 MBB(Messerschmit-Bolkow-Blohm, 메서슈미트-뵐코프-블롬)를 흡수하고, 농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NH-90 개발을 위해 이탈리아의 아구스타와 컨소시엄을 형성합니다.
따라서 지금의 복잡한 유로콥터사의 헬리콥터 종류는 크게 아에로스파시알 시절, EADS 시절, 그리고 아쿠스타와의 컨소시엄 시절 개발된 기체 세 가지로 분류해야 합니다. 덕분에 가계도 정리는 거의 망했어요. 너무 복잡한 관계로 수리온 계열 모델에만 집중해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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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온의 할아버지는 SA-330입니다. 1965년 첫 비행을 했으니 딱 만 50세가 된 헬기입니다. 사진을 보면 캐빈 바로 위에 위치한 두기의 엔진이 보이시죠? 줄기차게 까였던 수리온의 콧구녕은 바로 이 SA-330 퓨마에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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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마는 SA-330A부터 330Z 까지 꾸준히 성능개량이 이루어 지는데요. 이중 제식명칭이 AS-332로 불리는 이 헬기는 슈퍼푸마라는 이름을 가지며, 별개의 기체로 환골탈퇴합니다.
겉으로 봐서는 비슷하지만, 최대작전거리, 엔진출력, 탑승인원이 최대 20%씩 증가한 사실상 별개의 기체입니다. 마치 보잉의 747이 모두 비슷하게 생겼지만, 개속 개량되면서 747-E 까지 진화한 상황과 유사합니다.
슈퍼퓨마는 기본적인 설계컨셉이 퓨마와 동일했기 때문에 개발 된지 4년만인 1978년 첫 비행을 하게 됩니다.
www.the-blueprints.com
수리온이 AS532 쿠거를 원형으로 한다고 했지요? 원래 민수용 군사용 모두 AS330 퓨마로 불러 왔습니다만, 아에로스파시알이 EDAS에 인수되면서, 군용만 별개의 제식명칭을 받게 됩니다. 이에 따라 AS332 슈퍼퓨마는 AS 532 쿠거로 이름만 바뀌게 됩니다.
www.traditions-air.fr
그리고 이후 개발되는 쿠거의 개량형인 슈퍼쿠거는 AS로 시작되는 명칭이 EC로 바뀌면서 EC-725 슈퍼쿠거가 되지요. 2005년 양산이 시작되었는데, 수리온보다 약 10년 빨리 태어난 형님 뻘 되는 헬기입니다.
할아버지 : SA-330 슈퍼퓨마
아버지 : SA-532 쿠거
형님 : EC-725 슈퍼쿠거
en.wikipedia.org
대충 수리온의 가계도가 정리되었네요.
서두에 말씀드린대로 현재 유로콥터의 최신예기는 NH-90 입니다. 수리온과 비슷한 세대에 개발된 기체지만 아규스타웨스트랜드와 공동개발을 하면서 더 이상 퓨마의 기본 설계를 따라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콧구녕에서 해방되었지요. 만만쉐이.
수리온의 경우 유로콥터의 기술지원 이라고 쓰고 합작이라고 읽는다 으로 개발된 자체개발 헬리콥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세대 낮은 기체를 개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만,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습니까.
다음 사업인 LAH( Light Armed Helicopter)에 얼마나 기체 완성도가 높아져 나올지 기대해 봅니다.
P.S. 안타깝게도 수리온은 동급의 1만 5천 파운드 헬기 시장에서 AW-139에 가격과 성능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P.S. 유로콥터의 정확한 명칭은 에어버스 헬리콥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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