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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비행기

독특한 형상의 트라이젯 여객기의 세계


3의 엔진이 매력적인 트라이젯 여객기



http://aviation.stackexchange.com



삼발기라는 녀석이 있습니다. 엔진 세 개 달린 항공기를 지칭하는 단어 인데요. 제트기일 경우 트라이젯이라는 용어로 불리기도 합니다



엔진이 홀 수 개라... 자동차에서도 3기통, 5기통 홀수 기통엔진은 별종 취급을 받는게 현실인데. 네 개도 아니고 두 개도 아니고 왜 굳이 세 개를 달아 놨을까요.



https://kr.pinterest.com/demetrisplastou/de-havilland-dh-106-comet/




때는 바야흐로 1950년대. 2차대전 직후 제트 여객기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항공기 엔진의 내구성이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요. 날다가 한번씩 엔진이 꺼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미연방항공청에서 ETOPS 60 Minute Rule라는 규정을 제정합니다. 쌍발기에만 적용되었는데, 비상시에는 반드시 60분 안에 긴급 착륙을 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Airliners.net




이 규정 덕분에 장거리 노선, 특히 대륙간 이동에는 무조건 엔진이 4개 달린 대형기체가 투입되어야 했지요



하지만 엔진이 많으면 정비소요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연비도 대략 좃치 않습니다. 4발 항공기는 저렴한 유지비가 미덕인 항공사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요.






상황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보잉.



4개가 많다고? 그럼 하나 줄이면 되는거 아닌가?



동체 측면에 엔진 두 개를 달고, 나머지 하나를 기체 후방에 장착하자. 엔진을 장착할 공간이 나질 않으니 기체에 매립하자. 



www.youtube.com/watch?v=AVZTruOuPCA




S덕트 디자인을 도입해서 문제를 해결한다! 파워 업그레이드!



그래서 등장한 기체가 바로 보잉 727입니다.



http://www.modernairliners.com




나름 틈새시장을 공략한 기체로, 그야말로 대 히트를 치게 되지요. 없어서 못팔았다는 소리가 무색할 정도였습니다. 



1963년 처음 등장해서 단종될 때까지 무려 1,831대가 생산되는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허니버터칩이 나오면 허니통통이 나오는건 당연지사. 





보잉의 성공을 지켜본 제작사 호커 시들리가 중형 여객기 HS 121 트라이던트를 내어 놓습니다



http://www.airlinereporter.com



러시아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Tupolev Tu-154 가 개발되지요



중견 항공기 제조사였지만 제법 쏠쏠한 판매고를 올립니다.



약 5년 뒤인 1960년대 후반. 드디어 트라이젯의 끝판왕이 등장합니다. 록히드의 L-1011과 맥도널 더글러스의 DC-10 이었습니다



이들이 시장에 나오자 마자 항공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는데.



The Jet Age - http://g-alyp.blogspot.kr



엔진도 하나 적은 주제에 보잉 747과 맞먹는 수준의 수송능력을 가졌던 것이었습니다. 캐빈 통로가 2열인 광동체기를 채택했기 때문이었고, 새로 개발된 TF39 엔진의 추력이 상당했기 때문이었습니다. 



(TF39엔진은 미공군 수송기 C-5 갤럭시에 장착될 예정이었지요. 아래 도식은 협동체기와 광동체기의 차이를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review33.com




당연히 폭풍 주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OTL 



공교롭게도 두 기종 모두 대형 사고에 휘말리게 됩니다



turkishdc10.wordpress.com



L-1011은 이스턴 항공 401편이 조종사의 미스로, DC-10은 터키항공 981편이 화물칸 도어가 떨어져 나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이 사건으로 록히드는 상용기 사업 자체를 접어야 했고, DC-10의 경우 사고 원인이 설계 결함인 것으로 밝혀져 급히 후속기종인 MD-11을 개발해야 했지요. (같은 사고가 여러번 일어나게 됩니다.)



특히 DC-10의 경우 급하게 개발하다가 많은 문제점을 낳았는데. 대표적인 것이 횡풍에서의 전복사고 입니다




http://aviation.stackexchange.com

 


이제까지의 트라이젯은 모두 S덕트 방식 방식으로, 후방 엔진을 동체 뒷쪽에 심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동체 설계가 다소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지만, 항력(저항)이 줄고, 안정적인 구조를 가질 수 있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L-1011과 개발경쟁이 붙은 맥도널 더글러스 에서는 



'그게 뭐임 우리는 시간도 없고, 그냥 빨리빨리 엔진을 달 거임' 을 시전. 덕트가 아닌 직선 방식의 독특한 엔진 마운팅을 가지게 됩니다. 



www.aeroreport.de



(벌떡 서 있는 저 늠름한 엔진 자태좀 보세요 아아... 알흠답습니다.)



당근 무게중심이 올라갔고, 덕분에 착륙하다 횡풍을 만나면 자빠링 하는 사고가 잦았습니다.



게다가 엔진이 동체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진동에 취약했고, 덕분에 잦은 엔진 점검을 해야 했습니다. 



ko.wikipedia.org



그나마 다행인 건 엔진이 노출되어 있어서 정비와 교환이 용이했다는 것. 



매립형(?)보다 확장성이 뛰어나, 후속기인 MD-11가 쉽게 개발 되는 개이득도 볼 수 있었지요. (S-덕트 방식은 엔진이 바뀌면 동체 전체를 재설계 해야합니다)



commons.wikimedia.org



차세대 항공기 답게, MD-11은 글래스 콕핏, 복합소재 사용등으로 상당히 혁신적인 여객기였습니다. 형님인 DC-10 보다 길어진 주제에 더 가벼운 무게를 자랑했지요



하지만 근본적인 구조문제, 엔진이 동체 위에 위치한 형상에서 오는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플러스. 



http://indusbusinessjournal.com



MD-11이 등장한 시점은 이미 쌍발기의 베스트셀러 B-777가 개발된 뒤였습니다. MD-11 보다 조금 작지만, 만만치 않은 항속거리를 가졌습니다. 거기에 쌍발기라 유지비가 초 저렴했지요



굳이 비싸고, 조종이 어렵고, 유지비도 높은 MD-11이 설 자리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항공사에서 퇴출크리를 맞게 됩니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화물기 분야에서는 러브콜이 이어졌는데, 수송중량이 B747기와 맞먹었기 때문입니다. 



엔진이 하나 적다는 장점은 유지비 절감으로 이어졌고, 패덱스와 같은 특송업체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인 조건이었습니다. 



http://barrieaircraft.com



여객기에서 퇴출된 MD-11은 대부분 화물기로 개조되어 맹 활약합니다. 비교적 최근인 2014년 까지 화물기로 활약한 뒤 모두 퇴역합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더 오래된 DC -10의 마지막 기체가 2015년 퇴역했다는 것이겠군요.



http://www.avionale.com




트라이젯은 더이상 대형 항공기로는 만나기 어렵습니다. 일부 비즈니스 제트기 분야에서 명목을 이어가고 있지요. 



상남자의 묵직함을 선사하는 MD-11만은 아니겠지만, 향수를 조금은 달랠 수 있을 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