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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다른 공학들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인공 구조물, 그리고 원자력 전지

보이저 1,2호의 동력인 원자력 전지에 대하여



 보이저 탐사선은 인류 역사상 지구와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인공 구조물입니다. 1977년 9월과 10월 1호와 2호가 각각 두 차례에 걸쳐 발사된 꽤 나 오래된 우주 탐사선이지요. 곧 40의 나이에 접어들겠군요. 미지의 행성이었던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차례로 관측한 후, 태양계의 경계를 통과해 성간 우주로 진입한 상태입니다.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인공 구조물, 그리고 원자력 전지1pics-about-space.com




 보이저호 신호를 분석한 나사의 최종 확인 내용입니다. 태양풍에 의한 가기장이 닿는 공간 내부까지를 태양계라고 하는데, 측정되었던 자기장이 갑자기 사라진 데이터가 확인되었던 거죠. 이를 근거로 나사는 2013년에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40년 가까이 된 탐사선이 그것도 약 200억 Km나 떨어져 있는데 멀쩡히 작동하고, 지구와 통신을 주고 받는다고요?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인공 구조물, 그리고 원자력 전지2




 네 바로 원자력 전지, 정확하게는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RTG: 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 덕분입니다. 대부분의 위성이 태양전지로 전력을 얻는데 반해, 화성을 넘어가는 외행성 탐사선들은 태양전지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오랫동안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RTG를 탑재하게 되지요. 원리는 어렵지 않습니다.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인공 구조물, 그리고 원자력 전지3www.extremetech.com




 모든 방사성 동위원소들은 은 스스로 붕괴하면서 열을 냅니다. 북한 핵개발 뉴스들을 보면 뭔가 길죽한 막대기들이 수조 안에 들어 있는 장면이 나오지요? 폐연료봉의 열을 식히기 위해 물에 담구어 놓는 겁니다. 폐연료봉에는 여전히 방사성 동위원소들이 핵분열을 하거든요. 



 RTG는 이를 거꾸로 이용해서 이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지요.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인공 구조물, 그리고 원자력 전지4www.tutco.com




 열전 효과 (열전대 / 열전쌍, Thermocouple)의 원리인데, 위키백과의 구절을 그대로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두 종류의 금속선을 접속해서 폐회로를 만들고 그 두 접합부를 서로 다른 온도로 유지하면 회로에 전류가 흐른다.’ 방사성 동위원소들의 반감기가 몇 십년, 심지어는 몇 백년에 이르므로, 재료만 잘 사용한다면 이론상 수백년 동안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점을 가집니다.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인공 구조물, 그리고 원자력 전지5en.wikipedia.org




 하지만 역시 문제가 많지요. 우선 효율이 떨어집니다. 자료에 따라 다릅니다만, 단위무게당 발전량이 태양 전지의 수십 분에 일에 지나지 않습니다. 탐사선 비용의 대부분이 무거운 중량의 장비에서 나오는 점을 상기하면, RTG는 미션의 천문학적인 비용을 유발하는 일등공신입니다. 



 게다가 방사성 동위원소입니다. 방사선이 통과하지 못하도록 별도의 차폐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이는 사람과 기계 모두에게 중요해서, 차폐가 되지 않으면 관측장비가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 사고 당시를 떠올려 보세요. 강력한 방사선 덕분에 로봇이 투입되지 못하고 결국 인력으로 모두 정비해야 했습니다.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인공 구조물, 그리고 원자력 전지6https://www.youtube.com/watch?v=d0_vVczQxr0





 그래서 대부분의 RTG들은 비교적 약한 방사선을 내뿜는 플루토늄 238을 재료로 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알파선은 불과 몇 mm의 금속만으로도 차폐가 가능합니다.



 흠. 풀루토늄이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원소이지요? 농축 우라늄과 함께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소재입니다. 우리나라는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가 없습니다.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인공 구조물, 그리고 원자력 전지7www.esa.int




 아무리 알파선이라고 해도, 누출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RTG가 탑재된 토성 탐사선 카시니가 스윙바이 중 지구와 충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적도 있습니다. 나사에서는 5억명이 방사선에 노출되고, 이중 약 5,000여명 정도가 피폭으로 인한 암으로 사망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었고요. 



 (카시니는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가속하는 방법으로 금성을 두 번 돌고, 지구를 지나 토성으로 향했습니다.)




RTG의 연료 플루토늄 238 젤RTG의 연료 플루토늄 238 젤 - wikipedia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RTG를 대체할 발전기는 없습니다. 불과 10kg의 플루토늄 젤로 200W의 전력을 거의 수십 년의 공급할 수 있습니다. (플루토늄 238의 반감기는 87.7년) 



 예전의 보이저1호, 2호는 물론이요. 동시대의 파이어니어 10, 11호 도 RTG를 사용했습니다. 최근에 발사된 탐사선들 – 토성탐사선 카시니,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 심지어 화성 탐사로봇 큐리오시티까지 역시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 RTG를 사용했습니다. 



 지구 밖을 멀리 여행하는 모든 탐사선에 사용되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인공 구조물, 그리고 원자력 전지8scitechdaily.com




 보이저에 탑재된 플루토늄의 기한이 2020년까지 라고 하는데요. 이론상 그 이후로도 작동이 되는 한 교신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보이저로 인해 제가 죽기 전에 뭔가 새로운 우주의 미스터리 하나가 풀렸으면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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