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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다른 공학들

아이큐에어와 같은 값비싼 공기 청정기는 과연 값을 하는 것일까?


미세먼지를 막아라! 공기 청정기 구매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성능들



 중국발 미세먼지의 습격이 점점 거세지고 있습니다.



  메이저 언론에서는 미세먼지의 절반이 한국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조금만 살펴봐도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대기질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들어가 보면,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동 중에 있는 뻘건 미세먼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세먼지에 대해 쓰려던 게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서론이 길어졌네요. 중국의 영향이든, 우리나라 자체의 문제이든 어쨌던 미세먼지가 기준치를 훌쩍 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www.iqair.com





 저 같이 호흡기가 민감한 사람들은 미세먼지 경보가 뜨기라도 하면, 목이 칼칼하고, 기침도 자주 나오고, 눈까지 심하게 따갑고, 괴롭기 그지 없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아들녀석도 제 체질을 물려받아 버렸지요.



- 여보야 우리 공기청정기 좋은 걸로 하나 사자.


- 그래 나는 마시고 죽어도 그만이지만, 애는 건강하게 자라야지, 뭘로 살꺼야?


- 이건희 회장이 아이큐에어를 쓴대.

  성능도 성능인데, 미세먼지와 바이러스가 거의 다 걸러진다고 하더라고.


- 좋은 건가 보구나, 가격이 얼마야? 


- 응 한 대에 200만원이야.


- 헉, 뭐라고 200만원이라고?



 제가 이건희 회장이면 방마다 한 대씩 들여놨겠지요. 근데 저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사려면 많이 무리를 해야 합니다. 대당 200만원이라니요. 




vipforair.com




 제가 아는 한 공기청정기의 구조는 무척 단순합니다. 팬과 필터 그리고 외부 케이스. 이게 전부입니다. 외부의 공기가 팬에 의해 빨아들여지고, 필터를 거친 깨끗한 공기가 나오는게 전부입니다. 공기청정기의 성능은 필터의 정화 능력에 달려 있거든요. 근데 가격을 보니 이게 다가 아닌가 봅니다.





1. 시간당 공기정화능력



CADR이라는 인증 값이 있습니다. Clean Air Delivery Rate의 약자로 미 가전협회 AHAM에서 실시하는데, 공기 정화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됩니다.





en.wikipedia.org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10평형, 20평형의 기준(CA 인증) 과 비슷하지요. 5–11 µm의 꽃가루(Pollen), 0.5–3 µm의 먼지(Dust), 0.09–1.0 µm의 담배연기 입자 (smoke)를 분류하여 세부적으로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시간 동안 얼마만큼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데요. Air Delivery Rate, 시간당 정화 면적이라는 단위가 사용됩니다. 



 IQAir의 홈페이지를 보니 다양한 제품군이 있는데요. 가장 대중적인 HealthPro®을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센 6단 풍량에서 560 ㎥/h를 걸러낼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65dB의 소음 레벨을 가지고 있고요.



http://www.iqair.com/home-air-purifiers/healthproseries/tech-specs



 일반 제품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 봐야 겠지요. 가장 최근에 발매된 삼성 블루스카이의 스팩을 살펴 보았습니다.




www.samsung.com





 2015년 초에 발매된 AX7000 모델입니다. 국내 홈페이지에는 CA 기준만 나와 있기 때문에 시간당 송풍 능력을 보려면, 해외 자료에서 검색해 보아야 합니다. 확인해 봤더니, 54dB의 소음에 773 ㎥/h 으로 되어 있습니다. 



http://www.samsung.com/in/consumer/home-appliances/air-conditioners/air-purifier/AX70J7000WT/NA



 삼성의 AX7000이 약간 더 좋은 수치를 가지고 있군요. 더 낮은 소음에 더 많은 공기를 정화할 수 있습니다.



 응? 그거 더 큰 모터를 써서 더 빨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만, 단순히 모터의 출력 문제가 아니랍니다. 더 정화하겠다고 팬의 속도를 높이면, 먼지가 필터에 걸러지지 않고 그냥 통과한다고 합니다.  CADR 수치는 필터를 어떻게 잘 설계하느냐, 실링(밀봉)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좌우 됩니다.



제품별 CADR값을 비교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네요. 영문입니다…







2. 성능에서 가장 중요한 필터



 대부분의 공기 청정기는 HEPA 필터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HEPA는 High Efficiency Particulate Arrestance 의 약자입니다.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타입의 필터를 일컽습니다. United States Department of Energy (DOE) 미 연방 에너지부 기준으로 0.3㎍의 입자를 99.97% 걸러낼 수 있습니다. 왠만한 미세 먼지는 다 걸러진다고 봐야 겠지요. 





en.wikipedia.com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걸러지는 비율에 따라 HEPA의 Class를 별도로 분류한다는 사실. (EN 1822:2009) 국가별 인증 방법이 다르다 보니 HEPA라고 해도 모두 다른 성능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에서 불리는 HEPA는 유럽의 H13 클래스부터 해당된다고 봐야 합니다.





 IQ에어 HealthPro®의 성능스팩을 보면, 0.3µm 입자를 99.97% 이상 걸러낼 수 있다고 되어 있네요. H12/13에 해당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http://www.iqair.com/home-air-purifiers/healthproseries/tech-specs



 마찬가지로 삼성의 AX9000을 비교해 보지요. 


 헐… 이럴수가 약간 더 작은 0.2µm 입자를 99.9% 이상 걸러낼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H13 인증 기준이라고도 나와 있고요. 자세한 입자별 자세한 스팩이 나오지 않아 정확한 데이터는 알 수 없지만, 0.2µm를 완벽하게 걸러낸다면 미세먼지 여과 성능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봐야 됩니다.





http://www.samsung.com/sec/consumer/living-appliances/air-cleaner-2/air-cleaner-2/AX60J7100WTD




 그렇다면 미세 먼지 외의 유기화합물 (냄새와 화학물질) 정화능력은 어떨까요? 



 홍보 자료를 보면 두 제품 모두 활성탄 필터(숯 탈취 필터) 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으로 제거가 가능하다고 보입니다. 99% 이상을 정화한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확한 스팩이 나와있지 않은 관계로 객관적으로 검증 할 방법이 없다는 건 함정.




3. 필터 교체주기



 필터가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더라도, 교체비용이 비싸고, 교체주기가 짧으면 의미가 없겠지요. 이건 확인이 간단합니다. 



 HealthPro®는 두 개의 필터를 사용하는데요. 가스용 V5-Cell™ Filter MG과 먼지용 HEPA 필터가 장착 됩니다. 사양설명서를 보면 탈취의 경우 3단, 하루 10시간 가동으로  2년간 필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먼지 필터는 같은 조건에서 4년으로 표기되어 있어요. 



 만약 6단, 24시간 가동이면, 탈취는 6개월, 먼지는 1년에 한번 교체가 필요하다는 계산입니다. 비용은 직구기준 각각 100달러, 200달러이니, 일년에 대략 50만원 정도가 들어가는군요.



https://www.iqair.com/sites/default/files/pdf/Tech-Specs_HPP-NE_120V_130723.pdf



 반면 AX7000는 일체형 필터를 사용합니다. 가격은….. 개당 약 6만원입니다. 교체 주기에 대해 정확히 명기된 자료가 없지만 만약 6개월에 한번 간다고 하면 12만원이 소요됩니다. 3개월에 한번 간다고 하더라도 24만원이 들어가는군요. (개인적으로 삼성의 다른 제품을 쓰고 있는데, 저단, 24시간 사용으로 2년 이상을 사용 했습니다.)





samsungcekorea.com





 AX7000의 가격은 약 70만원, IQ에어의 가격은 약 200만원입니다. 가격이 거의 3배가 차이가 납니다. 페이퍼 스팩으로는 두 제품의 성능이 비슷합니다. 유지비도 3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상식적으로는 AX7000을 사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여러 실 사용기를 봐도 고가 제품군 보다 저가 제품군 여러 대 사용을 추천하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포스팅을 보면, IQ에어 혹은 블루에어 등의 고가의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모두 속고만 있는 걸까요?





4. 이온식과 필터식의 결정적인 차이




- 여보, 국산이랑 비교해 보니까 IQ에어랑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


- 그래? 그래도 차이가 난다고 하던데? 

  오존이 안나오는 제품은 IQ에어랑 블루에어 밖에 없대


- 응? 뭔 오존이야? 그냥 필터로 거르는건데?


- 그게 아니고, 정화 방식이 약간 틀리대, 국산 제품들은 오존이 나온다더라고.



 뭥미? 이건 또 뭔 소리인가요. 공기청정기가 단순히 필터로 공기를 거르는 것 아니었나요. 



 결론만 말씀 드리면 이건 저의 오해였습니다. 공기 정화 방식에는 필터식과 이온식 두 가지가 주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에어워셔식은 분류에서 제외 했습니다.)




carbsanity.blogspot.com




 이온식은 전기를 이용하여 공기 중의 질소, 산소를 이온으로 만든 뒤 정화하는 방식입니다. 음이온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을 겁니다. 예를 들어 공기 중에 고전압을 흘리면, 각종 분자가 쪼개지면서 -전하를 띄는 이온이 되는데요. 이를 음이온이라고 부릅니다. 극성이 있으므로 이 녀석은 미세먼지에 달라 붙습니다. 

 


 서로 붙은 먼지덩어리는 -전하를 띄므로 +극에 끌려갑니다. 집진 판에 +극을 걸어주면 먼지가 달라 붙습니다. 공기는 깨끗해져 기기 밖으로 나가지요. 혹은 조금 다른 방법으로, 이온이 계속 미세먼지와 결합하면서 무거워지고,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공기 중의 먼지가 제거되는 방식도 있습니다.




www.chapter27themovie.com




 근데 생각해 보세요. 음이온 이라는게 결국은 공기의 분자를 쪼개는 일인데, 공기의 대부분은 질소와 산소입니다. 두 개의 분자로 이루어진 산소가 쪼개지다 보면 세 개 짜리 원자로 이루어진 산소도 막 생기고 그렇습니다..... 두 개는 오투, 세 개니까 오쓰리겠네요.



 네, 경-_-축 오존의 탄생이 되겠습니다. 






www.ourair.org




 아시는 대로 오존은 매우 불안정 합니다. 때문에 안정한 산소 분자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요. 작은 외부 영향에도 쪼개지려는 성질이 강합니다. 쪼개져 나온 산소 음이온은 다른 분자와 붙어 다른 성질의 물질로 바뀌곤 하지요.



 문제는 이 발생 물질이 대부분 유독하다는 사실. 일종의 산화 과정이기 때문인데요. 그냥 쉽게 이야기해서, 각종 연기에 들어있는 물질과 같은 성분이 발생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부분이 발암물질이에요.




portocallpublishing.com




 그렇다고 오존이 전혀 없어야 하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닙니다. 자연계에는 0.02-0.03ppm정도의 오존이 존재합니다. 이들 오존은 강한 산화력으로 바이러스나 세균을 억제하는 역할도 담당합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정한 수준이 있어야 합니다.



 그럼 간단하군요. 필터식만 사용하는 IQ에어는 제껴두고 복합방식 (이온+필터)을 사용하는 AX7000의 오존 발생 농도를 확인해 보면 되겠네요.



 여기서 이온방식의 논란이 시작됩니다. 오존 실내 기준 농도는 0.05ppm 입니다. 농도이기 때문에 공기청정기와 가까우면 높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멀면 낮게 나올 수 도 있습니다. 측정 공간이 작으면 농도가 짙게 나올 수 있습니다. 공간이 크면 농도가 옅게 나올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위에서 언급된 CADR에 따라서 오존 농도가 천차만별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들 기준에 대한 정확한 스팩이 명기되어있지 않았습니다. 국문, 영문 어디를 뒤져봐도 오존 농도에 대한 스펙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메이커에서는 시험을 통과 했다고 하는데, 객관적인 자료가 없습니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지요. 정확한 기준이 없으니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이온방식을 피할 수 밖에 없습니다.








 IQ에어, 혹은 블루에어와 같은 고가의 공기청정기가 잘 팔리는지에 대한 해답이 여기에 있었습니다. 이온식이 혹은 복합식이 아닌 순수 필터식으로 상당한 수준의 미세먼지, 유기화합물을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필터가 왜 그렇게 비싼지, 기기 자체가 왜 그렇게 비싼지 어느 정도는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거품이 있겠지만요)






www.air-purifiers-america.com





 필터식의 대표주자와 복합식의 대표주자의 성능과 가격, 차이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정리해본 내용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려보도록 하죠.



 가성비를 기준으로 본다면 저가형 복합식을 선택해야 합니다. 기기 자체도 저렴하고 무엇보다도 필터 교체 비용이 저렴합니다. 성능도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낫기까지 합니다. 풍량이 모자란다면 두 대를 들여놓으면 됩니다.



  단, 오존관련 이슈는 정말 심각하게 해로운지, 문제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잘 모르므로 가급적 방에서 가장 먼 곳에 놔두고 써야 합니다. 좁은 공간에서는 너무 약하게 혹은 너무 강하게 틀지 않는 편이 좋겠지요. 복합형 중에서도 음이온 기능을 끌 수 있는 제품이 있는데, 이런 제품을 고르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미세먼지 제거 능력은 떨어질 테고요)



 만약 가격에 부담이 없으신 분들은 아이큐에어나 블루에어 같은 고사양으로 가는 게 맞겠군요. 가성비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필터식의 '최고존엄'급일 테니 말이지요.





P.S. 이오나이저 기능은 껴고 끌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오존에서 조금 자유로워 질 수 있겠네요. wheelnut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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