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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다른 공학들

폭망한 초수평선 상륙작전의 핵심, 비운의 상륙장갑차 EFV


놀라운 성능, 여러가지 결함, 비싼 단가로 개발이 취소된 상륙장갑차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더 퍼시픽'을 보면 병력들이 상륙정에 타서 해안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쏟아지는 포화에 상륙정 내의 병사들이 부상을 입거나, 심지어는 상륙정 자체가 피해를 입기도 하지요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 stephenajacobi.wordpress.com




 타고 가다 사망, 하차 하다 하망, 내려서 달려 가다 사망. 총 한번 쏴보지 못하고 사망하는 병사가 태반입니다. 병법에 공격하는 쪽은 방어하는 쪽의 10배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나와 있기도 해서 상륙전에서 큰 병력 손실은 불가피한데요.

 


 

kidskonnect.com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병사들이 소모품도 아니고, 피해는 가급적 줄여야 하겠지요. 기술이 발전한 현대에는 어떤 진전이 있었을까요?



 상륙에서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두 가지를 꼽습니다. 병력을 빠르게 이동시키거나, 아니면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방식입니다. 아니 세 가지로군요. 빠르면서도 안전하게 이동시키면 되겠네요



commons.wikimedia.org




 1980년대 초 미 해병대는 초수평선 (over the horizon) 상륙전이라는 개념을 들이기로 합니다강력한 화력과 빠른 기동성을 바탕으로 상륙 포인트를 순식간에 접수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리곤 멈춤 없이 그대로 내륙으로 돌진해 들어 가겠다는 전략입니다.



수평선 너머의 함정에서 병사는 장갑차와 헬리콥터로장비는 호버크래프트로공격은 탑재 항공기로 지원하게 됩니다.


 

www.jeffhead.com




 우선 항공기 쪽은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해병대용 AH-1Z 바이퍼는 이미 배치가 완료 되었고, F-35B 역시 시제기가 나와 열심히 시험 비행 중입니다. 수직 이착륙 기능 때문에 삽질 종합 선물세트라 놀림받긴 하지만, 현대 상륙전의 핵심 병기임에 분명합니다. 



F-35B 전투기 / www.jeffhead.com


Ah-1z 바이퍼 / en.wikipedia.org


MV-22 오스프리 / en.wikipedia.org




 여기에 수송을 보조해줄 MV-22 오스프리도 이미 잘 날라 다니고 있습니다. 특히 오스프리의 경우 헬리콥터와 비행기의 장점을 모두 갖춘 틸트로터기로, 우여곡절 끝에 비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상륙장비를 이동시킬 상륙전용 공기 부양정, LCAC (Landing Craft, Air Cushioned)역시 이미 배치된 지 한참이 되어 활약 중에 있습니다. 최대 60톤의 화물을 최대시속 74km/h로 안전하게 실어 나를 수 있습니다






 초수평선 상륙을 위해 속도와 적재량을 중요시하다 보니 장갑이 거의 없습니다. 아니 장갑이라고 할 것 자체가 없습니다.



 장갑? 그게 뭐임? 나는 그냥 조낸 빨리 달릴거임. 



 어차피 항공전력의 지원이 있을 건데, 굳이 중장갑을 두를 필요가 없겠지요.



www.nationstates.net



 반면 병력을 해안 거점까지 실어 나르는 쪽은 좀 문제가 있습니다. 한번쯤 보셨을 꺼에요. 우리 해병대도 잘 사용하는 상륙장갑차 AAV (Assault Amphibious Vehicle) 입니다



commons.wikimedia.org



 최신형인 AAV7은 증가장갑으로 14.5mm 기관총의 직격을 막을 수 있습니다. 40mm 그레이드 런쳐도 달려 있어서, 상륙 후 화력 지원도 가능합니다



autopro.com.vn



문제는 속도. 장갑이 달린 상륙장갑차가 빠를 리 없습니다. 수상 주행 속도가 13.2km/h에 불과합니다. 그냥 쉽게 말해 물에서 빌빌 기어가는 수준입니다. 해안포의 공격에 쉽게 노출됩니다1970년대 개발된 차량으로, AAV-7은 초수평선 상륙전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en.wikipedia.org



그래서 시작된 게 바로 EFV (Expeditionary Fighting Vehicle) 사업입니다. 현대전에 맞게 강한 장갑과, 강력한 화력을 가지고 해안선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장갑차를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그것도 미 해병대가 직접 주도 합니다.



 공업 방업이 가능하니 공돌이를 갈아 넣어라! 어떤 공돌이를 갈까요? 제너럴 다이내믹스 공돌이를 갈아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l94arUeh1XI

 



 상륙 장갑차 주제에 17명의 무장병력을 태우고, 시속 46km/h로 물위를 내달릴 수 있습니다. 유탄발사기가 아니라 30mm 기관포가 달렸습니다. 30mm 기관포를 방어할 수 있는 수준의 증가장갑 장착이 계획되었습니다.



 아니 수상에서 모터보트에 맞먹는 속도를 낸다고요? 그것도 장갑차가요?


 

www.defenseindustrydaily.com




 공밀레 공밀레. 이게 가능했던건 바로 트랜스폼 시스템 덕분이었습니다



 바다에서는 지상 주행 구조물들이 모두 저항으로 작용합니다. 물이 바퀴에 걸리고, 무한궤도에 걸리고 하면서 속도가 나질 않습니다. GD의 엔지니어들은 이를 바퀴를 차체 내부에 수납하는 방식으로 해결했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l94arUeh1XI



 변신 스위치 하나로 장갑차가 보트로 변신합니다. 마치 F-22 랩터의 내무부장창의 반대 개념이라고 보면 될까요.

 


 여기에 주상주행을 위한 워터제트를 장착시켰습니다. 850마력의 MT 883 Ka-524 디젤엔진을 워터제트의 동력으로 사용하여 총 2.800마력의 추력을 만들어냅니다. (워터제트의 추력을 HP로 표현하더라고요. 흥미롭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cMcxCTwhL8




 모양만이 아니라 수상 속도까지 모터보트가 되었습니다. 성능만 보면 빠르면서도 강력한 상륙장갑차가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성공적이었을까요?

 


 당연히 아니었겠지요.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보트로 변신하는 능력은 복잡한 유압장치의 도움이 있어야 했고, 가동부가 늘어난 장갑차는 잦은 고장으로 신뢰성을 잃었습니다



 고속을 추구하다 보니 확장성도 안정성도 떨어졌습니다. 고속 주행의 안정성을 위해 엔진을 차체 가운데 배치하는 독특한 설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엔진 소음이 여과 없이 차체 내로 전해져 승무원의 피로감이 최악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더군요.

 




 차체 내부로 물이 새어 들어온다는 소리도 있었는데, 이만하면 EFV 개발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이들 결함을 수정하다 보니 차량 가격이 대당 22백만 달러, 우리돈으로 200억원에 육박했단 것



 아무리 돈이 많은 천조국이라도 AAV7의 열 배가 넘는 가격의 EFV를 쉽게 구입할 수 없었겠지요. 결국 2011년 미 해병대의 요청으로 ‘EFV’ 개발이 공식적으로 취소되고 맙니다.


 

 


en.wikipedia.org



 

 미국의 만성 적자로 인해 군비 삭감이 진행되기도 했고 ,어짜피 현대의 초수평선 상륙은 개념이 바다에서 하늘, 즉 항구에서 공항 점령으로 바뀌었습니다. 대규모 해안 상륙이 필요한 정규전은 거의 없습니다. 지역 거점만 확보하는 국지전이 많아졌습니다



 EFV가 가공한 위력을 가지긴 했지만, 예전에 비해 효용가치가 많이 떨어진 상태 였습니다. (AAV가 필요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예전과 같은 전략적 가치는 많이 퇴색된 상태입니다.)

 


www.defenseindustrydaily.com




 밀리터리 매니아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EFV 역시 다른 거대 프로젝트들과 마찬가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현행 사용 중인 AAV7는 개량을 거쳐 계속 생산될 예정이라고 하는군요






 출력증가, 증가장갑의 개량만으로 21세기 상륙전에서 버틸 생각인가 봅니다. 해병대의 전력 증가는 어느 나라나 요원한가 봅니다.

 


Modern Marine Vehicle Solution - SAIC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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