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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비행기

전투기의 근거리 공중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도그파이트에서 중요한 건 기체를 장악한 파일럿의 능력




어제 발행된 공중전 글에 대한 후속 포스팅입니다. 링크의 글을 바탕으로, 어떤 원리로 공중전이 이뤄 지는가에 대해 정리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cgwallpapers.com




뭐랄까 방문하시는 분들께 정보를 공유 하는 목적도 있지만, 복잡한 내용을 제 스스로 이해하기 위한 사심(?)도 없다고는 말 못하겠어요 ㅋ




에너지 전투에 대하여


 

공중전을 통상 에너지 전투라고 합니다. 적기를 잡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체를 적기 후방에 위치 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 에너지를 써야 하기 때문이지요.


 

에너지는 크게 위치 에너지와 운동 에너지로 나뉘는데요. 위치 에너지는 전투기의 고도, 운동 에너지는 전투기의 속력으로 대체 해서 보시면 됩니다. 물론 두 에너지는 서로 전환이 가능하고요



빠른 속도의 전투기는 순식간에 고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높은 고도의 전투기는 기수를 아래로 내려 순식간에 속도를 높일 수도 있지요



http://rykoszet.info




특히 후자 경우를 붐앤줌 (Boom & Zoom, 일격 이탈 전술)이라고 하는데, 단순하지만 강력한 전술로 주로 2차 대전때 파일럿들이 즐겨 사용했습니다



에너지 전투에서는, 높은 에너지를 가진 쪽이 낮은 에너지를 가진 쪽을 압도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선회 전투에 대하여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공중전을 에너지 전투라고 보지 않고 선회 전투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공중전에서는, 상대방의 꼬리를 잡기 위해 서로 빙글빙글 도는 선회를 하게 되는데요



이때 속도가 너무 빠르면 선회 반경이 커지기 때문에, 속도를 줄여 적의 회전 반경 안으로 파고 들어가는 전술을 사용하게 됩니다.



(여기서 속도를 줄인다 함은, 무한정으로 느린 속도를 말하는 건 아닙니다. 너무 느리면 적기에게 따라 잡히게 됨은 물론이요, 비행 자체가 불가능해 질 수도 있거든요.) 



http://foxtrotalpha.jalopnik.com




선회전은 각도를 위해 속도 에너지를 희생하는 케이스이고, 높은 에너지를 가진 쪽 보다 낮은 에너지를 가진 쪽이 더 유리하게 보인다는 점에서 위에서 설명한 에너지 전투와는 다소 상충되는 개념입니다.


 

이 두 가지에 대해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선회전투와 에너지 전투라는 것이 별개의 개념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공중전에서 기체의 속도와 위치는 지속적으로 바뀌므로, 적당한 에너지 관리를 통해 적기를 격추할 수 있는 위치와 각도를 얻어야 합니다.


 

이 말을 더 쉽게 표현한다면, 에너지와 각도 둘 다 중요하니, 상황에 맞게 전술을 활용하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높은 에너지 수준을 유지하다가, 결정적일 때 에너지를 희생해서 꽁무니를 잡아야 한다는 소리이지요



hushkit.net



공중전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떤지 정확하게 판단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따라 적절한 기동을 할 수 있는, 즉 잘 훈련된 파일럿 만이 공중전에서 살아 남을 수 있겠네요.


 

공중전에는 에너지 전투와 선회 전투가 있음을 잘 알았습니다.


 

다음은 개론에서 조금 각론으로 조금 구체적으로 들어갈 차례 입니다



전투 방식에 두 개가 있는 건 알았고, 잘 섞어야 한다는 것도 알았는데, 그럼 파일럿은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조율해 나가는 걸까요?


 


선회 전투에서 중요시 되는 요소들 - 선회반경과 선회율



우선 선회 전투를 보시지요.


 

선회 전투에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선회반경과 선회율 입니다



선회 반경은 얼마나 작은 원을 그리며 회전할 수 있는지를, 선회율은 얼마나 빠르게 회전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요소입니다



둘 다 전투기의 속력과 관련이 있지요. 선회반경은 속력이 낮을수록 좁아지고, 속력이 높을수록 넓어집니다. 선회율은 속력이 빠를수록 좋고 속력이 느릴수록 나쁘지요.



http://fistfuloftalent.com



 

때문에 이 둘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조건



즉, 작은 반경을 빠르게 돌아가는 기동을 위해, 파일럿은 조종간은 급격하게 당기면서도 (높은 중력가속도, G포스), 빠른 선회율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속도를 맞추는데 노력합니다



뭐랄까 카레이서가 서킷을 레코드라인으로 달리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여기에 비행기는 땅이 아닌 하늘을 나는 물체이므로, 일정 속도 이하로 떨어지면 회전반경이 도리어 늘어난다는 점 정도가 추가될 뿐이지요



(너무 느리면 양력을 받지 못해 고기동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빠른 선회를 위해 파일럿은 전투기를 최적의 속도로 조정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에너지 전투에서 중요시 되는 요소 - 잉여추력


 

다음으로는 에너지 전투입니다.

 


에너지 전투에서는 단 하나만 보시면 됩니다. 바로 잉여추력입니다



말 그래도 남는 에너지입니다. 추력과 항력을 비교해서 전투기가 더 내달릴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수치입니다



en.wikipedia.org




만약 이 값이 0보다 작으면 속도나 고도를 상실하고, 0보다 크면 가속을 하거나 상승을 할 수 있습니다.


 

잉여 추력 (Ps) = V (T-D) / W       


(단위: ft/sec, V: 속도, T: 추력, D: 항력, W: 중량 * 항력은 공기저항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큰 추력을 가진, 잘 설계된 전투기는 같은 속도에서 적기보다 더 많은 잉여추력을 가질 수 있다는 소리와도 같습니다.

 



에너지 전투와 선회 전투를 어떻게 조합해야 할까



머리 아프시죠? 이제 슬슬 마지막입니다. 



선회 전투와 에너지 전투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알았으니, 이제는 이 두 가지를 합칠 차례입니다



왜냐구요? 파일럿이 어떤 선회를 하느냐에 따라 잉여 추력값이 달라집니다. 다소 복잡해 보이니 극단적인 비교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classicwarbirds.net



프로펠러기인 P-51 머스탱 두 대가 공중전에 돌입합니다



정면에서 다가오는 서로를 발견한 두 파일럿은 바로 선회 기동에 들어가는데요



이때 두 머스탱은 자기가 가진 능력의 최대치를 사용합니다. 150노트에서 초당 15도의 선회율로 선회를 시작합니다



최대의 성능이니 이때의 잉여 추력값은 0이 됩니다상승도, 가속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같은 성능을 가진 기체끼리의 대결이니, 서로 꼬리를 잡지 못한 채 빙글빙글 돌게 되겠죠.

 


여기서 만약 한대가 도주를 결정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150노트의 속도에서 초당 15도인 선회율을 10도로 낮추면 됩니다



이렇게 되면 잉여추력값은 0이 아닌 0이상의 값이 되고, 이 잉여추력을 가속에 사용해서 150노트에서 250노트로 높여 공역을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 같은 항공기라도 선회 조건이 바뀌면 잉여 추력 값이 달라지게 됩니다



말씀 드린대로 잉여 추력은 결국 에너지이므로, 큰 에너지를 확보한 도주 머스탱은 손쉽게 전장을 빠져 나가게 되는 거지요.



AF.mil




위의 공중전에서 머스탱이 마주진게 F-16 파이팅 팰콘이면 어떻게 될까요



, 같은 속도, 같은 선회율의 조건이라면 당연히 팰콘이 더 높은 잉여추력을 가지겠지요. 더 큰 에너지를 가질 수 있고, 머스탱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습니다




F-16.net




잉여추력은 항공기 자체의 고유 수치이고, 성능이 우수한 전투기 일수록 더 큰 잉여 추력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공중전의 재미난 점이 발견됩니다



제가 머스탱과 팰콘을 같은 속도, 같은 선회율의 조건에 두었는데요. 사실 150노트의 속도는 F-16의 실속속도에 가깝습니다



F-16 150노트의 속도에서 선회율값 0, 선회를 전혀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잉여추력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조건에 따라 머스탱이 F-16을 잡을 수 있는 상황도 발생한다는 거죠.



wallpapersafari.com


 

비교가 너무 극단적인가요



도그 파이트에 투입된 기체가 F-16F/A-18이라면 조금 이해가 쉬울 수도 있겠네요



분명 쌍발전투기인 F/A-18이 높은 잉여추력 가질 것 같지만, 실제 공중전에서는 단발의 F-16이 호각의 전투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히려 특정 영역에서는 F-16이 F/A-18을 압도한다고도 하지요.



결국 현대 제트 전투기 전장에서는, 기체 성능 자체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탄 기체의 특성을 (특히 추력과 선회특성에 대해) 잘 이해하는 파일럿이 더 잘 살아 남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에너지 전투, 선회 전투를 적절히 잘 배합해야 공중전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결론을 낼 수 있겠어요.



aviationphotography.photoshelter.com





…….. 이제 저도 슬슬 머리가 아파 옵니다.



글의 마무리를 위해 공중전에 대한 내용을 최종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공중전에서는 에너지 전투와 선회 전투라는 개념이 있다.


에너지 전투는 잉여추력이라는 수치로 표현되며 주로 속력을 나타낸다. 물론 클수록 좋다.


선회 전투는 선회 반경과 선회율이라는 수치로 최적의 속력이 중요하다.


기체가 처한 기동 상황에 따라 두 가지 전투를 적절히 배합해야 한다.


배합 능력은 기체의 특성을 잘 파악한 파일럿 개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역시나 '연습은 실전 같이 실전은 연습 같이'였군요. 



도그 파이팅에서는 파일럿의 훈련이 제일 중요한 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