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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비행기

영국이 유럽의 끝단, 스페인에 알박기 한 영토가 있다고요?


특이한 영국의 해외 영토 지브롤터, 그리고 지브롤터 국제공항




지브롤터 해협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지중해의 관문으로, 북쪽으로는 유럽의 스페인이, 남쪽으로는 북아프리카의 모로코가 위치한 폭 14km의 좁은 해역이지요. 



commons.wikimedia.org




부산과 대마도의 거리가 약 50km정도이니 얼마나 좁은 곳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역이 지역이니 만큼 전략적 요충지인데요. 이곳을 틀어 막아 버리면,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나갈 길이 없어져 버립니다. 



http://www.marinevesseltraffic.com




이런 중요성 때문에인지 지브롤터 해협은 항상 유럽 패권의 핵심에 있었습니다.



지금의 지브롤터 해협의 국경선만 봐도 특이하게 얽혀 있어요.



map.google.com




북쪽 이베리아 반도의 지브롤터는 스페인이 아닌 영국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남쪽 아프리카의 세우타는 모로코가 아니라 스페인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본격 국가간 알박기의 현장이 아닐 수 없군요. 



잠깐, 유럽인 스페인이 북아프리카에 발을 걸친 것도 특이한데, 뜬금없이 영국이 지브롤터를 차지하고 있다고요?




네, 프랑스 위 북대서양에 위치한 섬나라 영국이, 유럽대륙 끝자락에 땅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브롤터는 예전 홍콩과 비슷한 영국령 해외 영토입니다. 그리고 이 땅을 얻게 된 과정도 홍콩을 얻게 된 과정과 비슷하지요. 



en.wikipedia.org




1700년대 초에 스페인에서는 왕위계승 전쟁이 펼쳐 졌는데요. 



페인의 왕위 자리에 프랑스 '부르봉 왕가'의 필리페 5세를 올리려는, 프랑스의 루이 14세. 그리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반 프랑스 연합군'이 한 판 붙었었습니다. 



프랑스가 스페인과 편먹고, 유럽 대륙 전체를 지배하려는 야욕에, 인근 국가들이 집단으로 반발해서 벌어진 전쟁이지요. 



(부르봉 가문과 합스부르크 가문의 전쟁에 영국과 네덜란드가 끼어든 형국으로 보심 됩니다.)



en.wikipedia.org




당시 영국은 반 프랑스 연합 전선의 선봉에 있었는데요. 전선의 후방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지브롤터를 공격해 점령하곤 스페인 내륙으로 진격할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곤 그대로 전쟁이 끝나 버립니다. 불리함을 느낀 프랑스가 GG를 쳤거든요.

 


한 번 먹은 땅인데 낙장불입 입니다. 점령 당시가 1704년인가 그러니, 영국은 314년째 지브롤터를 소유하고 있는 중입니다.



en.wikipedia.org




홍콩이 반환된 것과 달리 지브롤터는 스페인의 수차레 반환 요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영국이 거부하고 있는 중인데요,



브렉시트로 영국이 EU를 탈퇴하자 스페인이 다시 영국에게 집적거렸고, 이에 반발한 영국이 전쟁까지 불사 하겠다는 강경한 발언을 해서, 다시 잠잠해 진 게 최근까지의 상황입니다.



gibspain.com




땅이 광역시의 일개 구에 해당할 정도로 코딱지 만 한데, 놀랍게도 공항이 지어져 있습니다. 



바로 지브롤터 국제 공항입니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독특한 공항 으로, 백문이 불여일견. 아래 사진을 한 번 보세요. 공항 활주로와 일반 도로가 평면 교차하는 놀라운 공항입니다. 



http://www.sweetgibraltarweddings.com


waisworld.org




항공기가 이착륙 하게 되면 차단기가 내려가고 통행이 금지되지요. 일반인이 활주로를 걸어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제공항입니다.



지하에 터널을 만들어서 입체 교차로를 만들면 되는데 왜 이런 삽질을 하는 거지?



위에서 설명 드린 지브롤터의 특수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현재의 공항 부지는 영국 – 스페인간 합의된 일종의 비무장 지대였거든요. 



elmonarquico.com



그랬던 게 2차대전이 일어나면서 영국이 공군기지를 만들면서 합의가 깨어졌고, 대형 기체를 위한 활주로 확장 과정에서 스페인과의 꾸준하게 마찰을 빚어왔습니다. 



공항의 공동 건설, 공동 사용 여부를 놓고, 영국 정부, 스페인 정부, 그리고 지브롤터 자치 정부간에 입장이 달라서 한 때, 스페인이 영국 항공기의 자국 영공 통과를 금지한 적도 있었지요.



http://chronicle.gi




여튼 덕분에 공항 활주로를 기준으로 저쪽은 스페인, 이쪽은 영국이 되는 재미난 공항입니다. 활주로를 지날 때 마다 국경선을 넘게 되는 거니까요.



아, 위에서 말씀드린다는 걸 까먹었어요. 



지브롤터는 영국의 영토이지만 자치의회와 자치정부가 설립되어 있습니다. 지역적인 특성이 고려되어, 영국의 다른 속령과 달리 특이하게 EU에 가입되어 있고 그렇습니다. 



historiasdeelpardo.blogspot.com


https://community.infinite-flight.com



흥미로운 건 멀리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영국 영토입니다. 때문에 여기에 취역하는 대부분의 항공편은 국내선 취급을 받고 있지요.



대부분의 영국 항공사들이 국내선 정기편을 운용 중 이며, 국제공항인 관계로 국제선도 있는데, 현재로는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로 가는 항공편만이 유일 하다고 하는군요. 



(참고로 지브롤터에서 영국 본토로 연결되는 모든 서비스들은 국내요금이 적용 된답니다. 국제전화 같은 시외전화, 시외전화 같은 국제전화 -_-;;;;)




http://www.travelandleisure.com



지브롤터 국제 공항은 항덕들이 방문하고픈 공항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으며, 



네덜란드의 프린세스 줄리아니 공항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항덕은 아니지만, 글을 쓰다 보니 저도 언젠가 꼭 한 번 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