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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자동차 회사/자동차 회사 생활백서

자동차 회사 생활백서 - 숫자 하나의 큰 실수


협상을 위한 보고자료에 숫자를 잘못 기입하다



저는 바이어입니다. 해외업체를 주로 담당하고 있지요. 



autopartsbg.net



자동차 부품 특성상 한번 업체가 선정되면 꽤 오랜 기간 같이 일을 하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니 구매업무는 실제 구매가 아닌 ‘비용’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혹은 원활한 공급을 받기 위해, 가격을 조종하는 업무의 비중이 많습니다. 협상을 자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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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담당 부품에 대해 협상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종종 한 개 부품이 아닌 다른 담당의 여러 부품이 패키지로 엮여있는 상황이 발생 합니다. 



공급업체의 수익성 때문에 공급 부품 전체를 봐야 하는 케이스 이지요. 이때는 담당 바이어가 아니라, 회사 대 회사로, 협력업체 경영진과 담당 임원이 직접 마주 봐야 하는 사태가 됩니다.



www.amicenetwork.com




임원이 직접 협상에 뛰어든다라…. 아마 직장인 분들이라면 쉬이 예상이 가능하실 겁니다. 



담당자 선에서나 아는 세세한 사정을 임원이 알 수는 없는 법. 산더미 같은 미팅 준비 자료를 만들어야 합니다. 혹시나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www.colorvaleactions.com




저도 얼마 전에 이 같은 상황을 겪었습니다. 담당자 여럿에 팀장님까지 달라붙어 약 2주간 미팅자료를 준비해야 했어요. 만드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닌데,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갑자기 내일 아침까지 무슨 자료 좀 만들어와. 그리고는 하루 정도 공백이 있다가. 다른 자료도 준비해봐. 



퐁당퐁당, 일이 바빴다 바쁘지 않았다가 반복되었지요.



www.healthyfamiliesbc.ca




짧은 시간에 자료를 준비하다 보면 검증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대표적으로 오타가 있겠네요. 



보고자료에 오타가 나면 인상이 찌푸러지는 건 둘째치고, 자료에 대한 신뢰도가 대폭 하락합니다. 보고받는 입장에서도 내용이 맞는지 안 맞는지 의심이 갈 수 밖에 없어요. 



바이어의 경우는 치명적이지요. 모든걸 숫자로 말해야 하는 직업인데, 숫자에서 오타가 난다니요.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calculator.citizen-europe.com/




해외업체를 담당하다 보니 환율에 따라 가격이 바뀌기 일수인데, 아차 급하게 만들다 보니 자료 별로 적용 환율이 달랐던 겁니다. 



시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만들고, 검증이 덜 된 상태에서 초안 보고를 하다가 대답이 꼬이면서 문제가 커졌습니다. 자료에 환율이 빠져 직접 불러주었는데, 잘못 불렀던 거죠. 


(이상하게 임원 앞에만 가면 자신감이 없어지고 위축이 되더라고요.)



cnbc.com




한 제품의 가격이 각각 다른 숫자를 갖게 되었습니다. 센트 단위의 가격이 맞지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대세에 크게 지장은 없겠지만 이는 명백한 실수입니다. 자료 전체의 신뢰성을 의심 받게 하는 치명적인 실수였지요.



skylinetradeshowtips.com




갈등이 생겼습니다. 초기 보고자료는 이미 부사장님까지 올라간 상황. 



이번에 올릴 후속자료를 조작하여 초기 보고자료와 숫자를 맞출 것이냐. 아니면 걸리더라도 정정된 바른 숫자를 올릴 것이냐의 기로에 서게 되었습니다.




yafta.org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습니다. 걸려도 할 수 없다. 회사를 대표해서 담당 임원이 협상을 하는데, 현장에서 망신당할 순 없다. 차라리 내가 깨지고 말자. 



약간 억울하긴 하지만, 결국 제가 만든 자료인데요. 



무능하다고 욕을 들어 먹어도 제가 먹는 게 낫지요. 당장 불려가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이 분명했지만, 그게 협상장이 되면 안되었습니다. 협상 전 사무실이 되는 편이 나았습니다.



www.thefix.com




자료를 만들고 수정된 내용으로 보고자료를 송부했습니다. 불과 몇 시간 뒤 협상이 시작되었고, 추가 지적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조마조마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갑자기 임원으로부터 부장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부품에 대한 추가 질문이 왔습니다. 메일로 보강 자료 요청이 실시간으로 들어 오더군요. 



아무렇지 않게 계속 보강 자료를 만들었지만 속이 새카맣게 타 들어 갔습니다. 가격이 서로 다른 게 협상장에서 발견되면 어쩌지?




blog.capterra.com/




그런데 이후 아무런 연락이 들어오지 않더니 곧 협상이 마무리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지요. 


잘 끝나서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어떻게 안 맞는 숫자로 일이 잘 진행되었는지 의문도 생겼습니다만. 일단 일이 잘 끝난 데에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scriptmag.com/




나중에 한참이 지나고야 알았는데. 당시 협상에서는 초기 자료가 아닌 후속 자료가 사용 되었다고 하더군요. 



첫 자료는 대충 참고만 하고, 본격적인 협상은 가장 마지막에 나간, 올바른 가격을 바탕으로 미팅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debate.com.mx




느낀 바가 있었습니다. 올바른 만약 제가 첫 실수를 덮기 위해 후속 자료의 숫자를 변경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요. 화를 막으려다 더 큰 화를 불러오지 않았을까요 



이실직고를 하지 않았지만, 야단을 각오하고 한 수정이 올바랐음을 깨달았습니다. 



거짓말을 막으려고 거짓말을 하면 일이 커지는 건, 인생사 뿐만이 아니라 회사일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실수를 하지 않도록 여러 번 확인하는 습관이 먼저겠지만 말이지요.